지하철에서

잡다구리 2007. 7. 4.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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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지하철을 탔더니 이상한 것들이 달려 있다.
특이하긴 한데, 참신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오히려 왠지 모를 거부감.

어쩌면 누군가 한 사람이 그렇게 말 했을지도 모르겠다. "이런게 먹혀! 사람들은 이런 걸 원해!"
단 한 명에게도 물어본 적 없으면서 독심술 하는 사람들.
 
이상한 회사들을 다녀서 그런지 그런 이상한 꼴들만 보고 배웠다.
회사 다니기 싫은 이유중 하나다.
 
 
 
예를 하나 들어 보자.
 
어떤 회사가 있고, 웹 디자이너가 하나 있다고 치자.
서비스 할 웹페이지를 디자인 하고 나서 같은 회사 사람들에게 묻는다.
"이 디자인 어때?"
 
안타깝지만 질문 대상과 질문 내용부터 이미 틀렸다.
같은 회사 다니는 사람 치고 '완전 꽝이야, 다시 하는 게 낫겠어.'라거나,
'모 회사 디자인과 거의 비슷하잖아.'라는 등의 직언을 해 줄 사람은 거의 없다.
단지 돌아오는 대답은 이런 종류다.
"색깔이 좀 어색한 것 같아."
 
그러면 디자이너는 색깔을 고친다.
그리고는 의견은 충분히 수렴했다고 생각한다.
이 때, 자타가 대단하다고 칭송하거나, 스스로 자부심을 가지는 사람이라면 이런 생각까지 하게 된다.
"그래, 나는 오픈 마인드야. 내 스타일 포기하고 의견 수렴해서 가고 있잖아!"
 
 
 
단적으로 표현하기 쉬워서 예를 디자이너로 들었지만,
이 예는 당연히 다른 직종에도 적용 된다.
그리고 회사 생활 속에서 이런 경우를 심심찮게 겪을 수 있었다.
결코 특수한 경우가 아니라는 뜻이다.
 
 
 
주위 사람들 중에 직언(直言)을 해 줄 사람이 없다는 것이 바로 비극의 시작이다.
ㄱ이라는 세계에 갇혀, 그 속의 사람들만 만나면 이야기가 잘 통한다.
그리곤 착각하는 거다. "그래, 난 오픈 마인드야."
 
그 밖에 있는 ㄴ,ㄷ,ㄹ,ㅁ,ㅂ,ㅅ 등의 세계는 모조리 무시하면서.
 
비극의 종말은 주위 사람들에겐 직언을 바랄 수 없다는 것이다.
아이러니지만, 대개의 경우, 사람들은 직언 하는 사람을 좋아하지 않는다.
어느 정도 약간 뜨끔한 말은 해 줄 수 있겠지만, 그것도 어느 정도일 뿐이다.
 
한 세계 속에서 사람들과 어울려 살며 조심해야 할 부분은,
섣불리 '내 마음은 열려 있어'라고 자만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
다른 세계로 끊임 없는 접촉 시도를 할 수 없다면, 오만이라도 버려야 한다.
 
 
 
더욱 근본적인 문제는,
인간은 인간이라는 한계 때문에 100% 열린 마음을 가질 수 없다는 것이다.
좋아하는 음식이 있고 싫어하는 음식이 있듯,
좋아하는 사람이 있고 싫어하는 사람이 있듯,
좋아하는 장소가 있고 싫어하는 장소가 있듯,
좋아하는 행동이 있고 싫어하는 행동이 있듯,
좋고 싫음이 있는데 어떻게 마음이 열려 있다 말 할 수 있는가.
'나는 오픈 마인드야'라는 말은 '나는 신이야'라는 말과 동급이다.
오만과 자만의 극치라 할 수 있다.
 
 
 
예전 회사에서 어떤 사람은 스스로가 오픈 마인드를 가졌다는 착각 속에 사는 것에 그치지 않고,
더 나아가 다른 사람에게도 그걸 강요했다.
'너도 오픈 마인드를 가져야 해. 마음을 열어, 열라구.'
금자씨를 소개 해 주고 싶었다.
'너나 자알 하세요.'
 
어느날 생각해 보니, 그건 그 사람만의 삶의 전략일 수도 있겠다 싶었다.
그렇게 다른 사람의 마음을 열게끔 끊임없는 압력을 가하고 난 뒤,
상대가 마음을 조금 열면 그 틈을 비집고 들어가 자신의 이득을 취하려는 습관.
어쩌다가 부지불식간에 그런 것이 몸에 벤 것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말 해 줘봤자 서로 도움은 안 될 게 뻔하다.
 
이미 자신이 '열린 마음'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 하는 사람에게는
말이 먹히지 않는다.
 
오픈 마인드에 꽉꽉 갇혀 버린 것이다.
 
 
 
오픈 마인드라는 말장난을 소재로 말장난 한 번 해 봤다.
아무래도 그 회사가 최근에 겪은 가장 끔찍한 기억이었기에 오래 되씹게 되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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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빈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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