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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에서 말 하는 가장 한심한 헛소리가 바로 '우리 회사는 가족적인 분위기'라는 말이었습니다.
세상 어느 가족이 자식들 빡세게 굴려서 돈 벌어 오게 시키나요?
형제들은 서로 밥그릇 싸움 하고, 시키면 시키는 대로 하라고 윽박지르고,
사원들은 아파 쓰러져도 할 일은 다 해야하고, 프로젝트 빵꾸 내면 안 되지요.

그래도 '우리 회사는 가족적인 분위기'라고 말 하고 싶은 경영자께 딱 하나만 여쭤볼께요.
진짜 가족처럼, 진짜 가족의 부모처럼, 당신은 사원을 위해 모든걸 감수하고 희생한 적 있나요?
사원이 좀 못나보이고, 한심해 보여도, 가족이니까 하며
감싸주고 챙겨주고 보호해주고 이해하고 따듯하게 대해주고 있나요?

가족(가정)은 기본적으로 민주적일 수 없는 집단이고, 그래서도 안 되는 집단입니다.
만약, 끼니 때마다 어머니가 '오늘 밥은 어떤 걸 먹을까?'라고 물어 정한다고 생각해 보세요.
그 때마다 어린 자식들이 '라면'이라고 입을 모아 말 한다고 생각해 보세요.
그 가족은 매 끼니를, 민주적인 절차에 따라 라면으로 때워야 하겠지요.
부모와 자식이라는 특수한 관계 때문에, 가족은 민주적이지도, 민주적일 수도 없습니다.

회사도 민주적이지 않은 기초 위에 세워져 있지요.
하지만 가족과 다른 점이라면, 최대한 민주적으로 운영하도록 노력해야 하는 집단이라는 겁니다.
물론, 회사라는 집단의 한계로 인해 완전히 민주적일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최대한 민주적이려고 노력은 해야 건전한 회사가 되지 않을까요?

가족적인 분위기를 강조하는 회사에서는 몇 가지 의도를 읽을 수 있습니다.
가족에서 부모들이 절대적인 힘을 휘두르는 점만 본따서,
경영진이 부모라도 되는 양 사원들을 가르치고 지시하고 훈계하며,
사원들은 부모인 경영진이 시키는 대로 따라 오기를 바라는 것이 그 중 하나지요.
그 외에도, 딱히 내세울 것 없는 회사들이 가족적인 분위기를 입이 닳도록 말 한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또한 회사를 민주적으로 운영할 생각이 없는 경영자들도 가족적인 분위기를 자주 들먹이지요.

회사는 회사다운 분위기여야 합니다.
회사는 돈벌이를 위해 조직된 영리 집단이므로, 그에 맞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합니다.
하기 쉬운 말이라고 생각도 없이 가족을 들먹여서는 안 됩니다.
제발 '가족적인 분위기'라는 말로 회사 분위기를 뭉뚱그리고 넘어가려 하지 말고,
조그만 회사일 때부터 고유한 기업문화를 만들어 가기를 바랍니다.
'우리 회사의 기업문화는 가족적인 분위기야'라고 말 한다면 더 이상 대책이 없습니다만.

저는 이제 '가족적인 분위기'라고 말 하는 회사는 굶어 죽어도 들어갈 생각 없습니다.
혹시, 자식 이기는 부모 없는 것처럼, 사원 이기는 경영자 없는 회사라면,
그런 가족적인 분위기라면 경험 해 볼 생각도 있지요.



p.s.
제가 다녔던 회사 중 한 사장님은 유난히도 '가족적인 분위기'를 강조했죠.
외부 사람들에게 회사를 소개할 때마다 그 말을 꼭 빠뜨리지 않고 말 하고 다녔었죠.

하루는 제가 움직일 수도 없을 만큼 아파서 회사를 나갈 수 없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공휴일 말고는 월차도, 연차도, 휴가도 없는 회사였고,
그 때까지 저는 단 한 번도 결석한 적이 없었는데 그 날 하루는 어쩔수 없었지요.

그래서 사장님께 전화를 해서 오늘은 도저히 못 나가겠다고 말 했습니다.
그런데 아픈 사람 붙잡고 '남을 위한 배려'라는 주제로 일장 연설을 하시더군요.
요지는 니가 출근 안 하면 다른 사람들이 피해를 본다는 것이었죠.
아픈 사람 붙잡고 그런 소리 하는 것은 남을 위한 배려인지 의문스러웠지만,
그것까진 참았습니다. 어지러워서 말이 귀에 들어오지 않았지만 참았지요.

그러다가 마지막에는 '할 일 정리하고 내일 보고 해. 나는 일이 더 중요하니까.' 라고 하시더군요.
당신이 떠들고 다닌 '가족적인 분위기'라는 것, 바로 그런 것이었군요.
그 후 사장에 대한 신뢰는 바닥으로 떨어졌고, 얼마 안 있어 퇴사를 하게 되었지요.
Posted by 빈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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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melisa 2011.03.30 01:3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지금 댓글 달아도 괜찮은가요?? ㅎㅎ
    바로 전에 다니던 회사가 멕시코에 있었는데 신종플루가 생겼어요.
    직원 한명이 너무 아파서 쓰러졌는데 사장님께서 회사에 올때는
    컨디션을 100%로 올려야지 하면서 그 다음날 출장도 보냈어요.
    그런데 이틀뒤에 아들(같이 일해요)이 아프니깐 미국에서 공수해온
    타미플루를 주고는 2일동안 휴가를 주시더라구요.
    가족은 가족이고 직원은 직원이었어요.. 그때 생각이 나네요 흑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