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공각기동대를 떠올려 보자. 영화 중에 주인공이 스텔스 망토를 덮어 쓰는 장면이 있다.
특수한 이 망토를 덮어쓰면 투명인간 비슷하게 되는 것이다.
이 부분, 과학 기술이 발전하면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인간이 볼 수 있는 빛의 파장은 가시광선 영역 뿐이다.
이 영역을 벗어난 빛의 파장,
즉 전파, 적외선, 자외선, 엑스선, 감마선 등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망토를 가시광선 영역을 벗어난 빛의 파장을 발산하도록 만든다면, 스텔스 기능이 가능하다.
문제 제기는 여기서부터 시작한다.
어떤 사람이 이런 스텔스 기능이 있는 망토를 쓰고 거리를 활보한다고 생각하자.
그렇다면 이 사람은 어떻게 '보이게' 될까?
이 사람 뒷 배경이 훤히 다 보이는, 투명한 상태가 되는 걸까?
내 눈과 뒷 배경 사이에 분명히 물리적 물체가 존재하는데 이게 가능할까?
그렇다고 검은색이나 흰 색으로 보이지도 않을 것이다. 그 색깔은 가시광선 영역이니까.
과연 '보이지 않는다'라는 것은 뭘까?
투명한 걸까? 귀신은 투명해서 보이지 않는 걸까?
어쩌면 귀신도 특정한 빛의 파장을 발산하고,
이 파장을 민감하게 볼 수 있는 사람들에게만 그 모습이 보이는 건지도 모른다.
예를 들어 길을 가다가 함께 걷고 있던 사람이 천 원 짜리 지폐를 주웠다.
나한테는 그게 전혀 보이지 않았다.
존재하지만, 누구나 볼 수도 있었지만, 보.이.지.않.았.다.
트릭이라고 할 수도 없다, 트릭을 쓴 존재가 없으니까. 단지 보이지 않은 것이다.
그런 영역도 있는 것 아닐까?
누구나 볼 수 있고, 엄연히 존재하고 있는데도 보이지 않는 것.
(사랑 같은 추상적인 개념들은 제외하고, 물리적인 것들 중에서 말이다)
오늘 하루종일 불현듯 그런 생각이 들어 깊이 빠져 있었다.
모든 사람에게 보이지 않는 것, 나에게만 보이지 않는 것,
다른 사람에게만 보이지 않는 것, 모두 다 볼 수 있는 것.
모두 볼 수 있거나, 모두 볼 수 없는 것이라면 큰 문제 되지 않는다.
나만 볼 수 있거나, 나만 볼 수 없는 것들이 문제다.
기를 써도 보이는 것, 기를 써도 보이지 않는 것.
보이지 않았다 하더라도 엄연히 존재하고 있었으니, 그냥 넘어갈 수는 없지 않은가.
보인다 하더라도 다른 사람들에게 보이지 않는다면 존재를 증명할 수가 없지 않은가.
정말 왜, 어떻게 그런 현상이 생기는 걸까,
과연 보이지 않는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