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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만, 널 사랑하고 있어] 다만, 난 솔로하고 있어
    리뷰 2007. 8. 22. 05:01

     허리의 가려움증(? 정확한 병명은 밝히지 않은) 때문에 늘 약을 바르는 마코토는, 자신에게서 약 냄새가 난다고 사람들 가까이 가기를 꺼리는 어리버리한 남자다. 중학생 정도의 아이같은 신체를 가지고 있는 시즈루는 자신만의 독특한 스타일과 세계를 가지고 있는 괴짜 여대생. 건널목에서 사소한 일로 우연히 만난 마코토와 시즈루. 마코토는 비염 때문에 냄새를 잘 못 맏는 시즈루에게 편안함을 느낀다. 한편 마코토는 짝사랑하는 여자가 있었는데, 같은 과이면서 예뻐서 모든 이에게 인기가 있을 정도인 미유키.

     삼각관계의 불꽃튀기는 사랑전쟁이 벌어지지 않을까라는 예상을 쉽게 할 수 있지만, 이야기는 그런 쪽으로 전개되지 않는다. 마코토는 아이같은 시즈루에게 편안함과 미유키의 아름다움 사이에서 정신을 못 차리고 있고, 시즈루는 그런 마코토를 보면서 '난 아직 덜 성숙했으니까. 하지만 언젠가는 너 후회할거야'라며 순순히 셋의 관계를 인정한다. 거기다가 미유키 또한 이 둘 사이에 끼어 함께 노는 것이 즐거운 모양. 영화는 이렇게 시종일관 평화로운 청춘들의 러브 스토리로 일관한다.

     사랑의 시작과 결말보다는 과정에 아주 많은 비중이 두어져 있다. 그래서 끝부분에 가서 좀 얼기설기 갑작스럽게 종결되는 감이 있다. 그래도 풋사랑의 과정을 아름다운 화면과 함께 따라가며 푹 빠질 수 있는 즐거움이 있다는 점에서 결말도 용서가 된다. 알 듯 모를 듯 곁에 있지만 알아채지 못하는 그런 풋사랑의 감정이 이야기 전개 과정 속에서 잘 녹아 흐르기 때문이다. 다만, 중반에서 끝부분으로 넘어갈 때, 마코토가 시즈루를 기다리는 장면을 좀 할애해서 사랑의 기다림을 표현했으면 좀 더 완성도가 높아지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은 남는다.

     어쨌든 풋풋한 청춘들의 풋사랑 이야기다. 눈부신 초록이 그들의 사랑에 생명력을 더 불어넣어, 그런 아름답고 즐거운 사랑을 못 해 본 사람들이라면 배가 아플 정도로 푸르른 사랑 이야기. 혹은 비슷한 사랑을 해 본 사람이라면 그 푸르름에 눈이 시릴 수도 있는 감성적인 이야기. 어쩌면 누구나 감정이입을 할 수 있을 만한 성격의 캐릭터들을 주인공으로 해서, 다소 뻔한 공식대로 풀어 가는게 보이지만 어느새 이야기에 몰입할 수 있는 그런 사랑 이야기다.

     사랑이란 것이 대체로, 바로 곁에 있을 때는 애매하고 헷깔리다가, 떠나고 나면 깨닫게 된다는 문제점이 있다. 깨닫고 나면 그 때부터 열병을 앓거나, 괴로워하거나, 잊지 못해 아픈 상처 부여 안고 깊은 구덩이 속으로 빠져드는 과정을 거친다. 그 후에 포기하고 다시 길을 걷는 사람도 있고, 잊지 못해 어리석은 기다림을 택하는 사람도 있다. 어쨌거나 혹시 그런 기억이 있는 분이라면 아련한 옛 추억에 잠기는 아름답고도 씁쓸한 시간이 될 수도 있다. 영화 끝나고 돌아오면서 행여나 편지 한 장 날아오지 않을까 하는 영화같은 기대를 품어 보기엔 현실은 너무 잔인하지만.
     
    어쨌거나 잔잔한 사랑 이야기를 느끼고 싶은 분들에게 추천. 결말에서 실망하지 않기를 바라며. 덧붙여, 나름대로 잡아낸 이 영화의 결론은 이렇다. 1. 여자는 안경 하나만 벗어도 예뻐질 수 있다. 옆에 있는 여자도 다시 보자. 그리고, 그녀에게 조금은 사랑을 주어 보자. 2. 사랑인 줄도 모르고 어리버리 멍청하게 예쁜 여자에게 뿅 가서 헤메는 놈도 착하게 잘 해 주면 결국은 넘어오게 돼 있다. 그것만으론 부족하고, 그 놈 집에서 살림 차리면 그냥 조강지처 자리 꿰 차고 앉을 수 있다. 쳐들어가자. 3. 사랑할 수 있을 때 사랑하지 않으면 평생을 후회하게 된다.

    * 경고: 솔로들이 혼자 볼 경우 한동안 우울증에 빠질 수도 있으니 조심.

    (www.emptydrea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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