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를 알게 된 것은 몇 년 전 캠퍼스에 초봄의 녹음이 우거질 때 즘이었다. 우연히 들어간 부전공 학과의 교수님 방에 걸려 있던 그의 초상화. 교수님은 대뜸 '저 사람이 누군지 아느냐'고 물으셨고, 머리를 긁적이며 잘 모르겠다는 대답을 하는 나에게 '체 게바라'라고 또박또박 그 이름을 말씀 해 주셨다.

1997년. 그가 죽은지 30주년이 되던 해, 국내에서도 그것을 기념하는 사이트들이 조용히 인터넷의 변두리에 자리잡았고, 그 때 즘엔 그래도 그 이전보다는 그의 이름을 아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부족한 그에 대한 자료에 갑갑함을 느낄 수 밖에 없었다. 인터넷에서 그에 대한 자료를 찾아보면, 영어를 비롯해서 전혀 알 수 없는 외국어들로 쓰여져 있는 자료들만 쏟아져 나왔다. 그때까지 나와 있는 국내의 체 게바라에 관한 서적은 그 수도 적었지만, 질적으로 지적 호기심을 채워주기에 역부족이었다.

어떻게 자료를 수집하고 귀동냥으로 그에 대한 얘기를 접하면서 이래저래 대충 그가 쿠바 혁명의 핵심이었고, 진정한 혁명가라는 것과 소위 지식인이라 불리는 사람들이 그를 이 시대 가장 완벽한 인간이라 극찬하는 이유를 알게 되었다. 하지만 단편적으로 주워 모은 지식들은 합쳐지지 않았고, 체계적으로 정리 된 그의 삶을 접해 보고 싶다는 생각에 목이 말랐다.

그러던 중 우연히 이 책을 보게 되었다. 아주 상당히 오랫동안 누군가를 기다렸다가 마침내 만나게 된 듯한 느낌. 그 양도 양이지만, 마치 한 편의 다큐멘터리처럼 꾸며진 것이 더욱 현실감을 더해주어, 그에 대한 이해의 폭을 한층 더 넓힐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물론, 아직도 그가 어떤 유토피아를 꿈꾸었는지, 혁명이 성공한 쿠바를 떠난 뒤에는 어디어디를 어떻게 돌아다니며 살았는지 등에 관한 의문은 풀리지 않았지만, 그래도 이 정도면 괜찮다 싶었다.

이젠 너무 익숙해서 마음속으로 별 느낌 없이 받아들이는 '혁명'이라는 단어. 그리고 그 속에 자신의 생을 모두 바친 이 시대 가장 완벽한 인간 체 게바라. 어째서 그가 지식인이라 불리는 사람들 속에서, 아니 쿠바의 모든 사람들에게 거의 신의 대접을 받고 있는지 알고싶다 하는 사람이 있다면, 나는 서슴없이 이 책을 권하고 싶다.

Posted by 빈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