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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이하드 4.0] 죽기도 어렵고 살기도 어렵고
    리뷰 2007. 8. 18. 23:09
     컴퓨터 해킹 용의자를 호송하던 존 맥클레인은 괴한들의 습격을 받고 가까스로 살아난다. 전 정부요원이었던 악당 가브리엘이 정부의 전산망을 해킹해 미국을 장악하려는 시도를 하는 한편, 자신의 해킹을 방해할 가능성이 있는 실력 있는 해커들을 모두 죽이려 했던 것이다. 결국 이 테러리스트는 미국의 교통, 통신, 전기, 가스, 금융 등 모든 네트워크를 지배하기에 이르렀고, 온 나라가 공항상태에 빠지게 된다. 이런 아수라장 속에서 테러리스트를 막기 위해 홀연히 나선 존 맥클레인.

     단순한 스토리라인의 액션 영화라고 봐 넘길 수도 있지만, 조금 다른 측면으로 한 번 보자. 3편까지 죽어라 뛰어 다니고도 경찰 서장이 되기는 커녕 아직도 말단보다는 조금 높지만 일선에서 뛰고 있는 존 맥클레인 형사. 정부에서 훈장 좀 주고 연금 두둑히 줬다면 집에서 놀면서 탐정 소설이나 쓰고 있을지도 모르는데, 그런 포상도 없었나보다. 영화 첫 장면부터 용의자 호송 임무를 맡고 있다. 그렇게 고생고생 해 가며 뛰어 다녔는데도 변변한 포상 하나 없는 현실이라면, 나라의 전 네트워크가 마비되고 공항상태에 빠져도 '될 데로 되라지, 빌어먹을 세상!'하면서 손 놓고 구경할 수도 있는 입장이다.

     그런데 존 맥클레인 형사는 왜 기를 쓰고, 죽음의 위협을 느껴가며 또 죽어라 뛰어서 테러리스트를 잡으러 가는 걸까,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의협심 강한 형사로써 당연하다고 볼 수도 있지만, 때마침 납치당한 딸 때문에 더 열을 올리게 됐다는 가정이 더 그럴듯하지 않은가. 딸이 납치되지 않았다면 중간에 '에이, 죽겠는걸'하고 돌아섰을 지도 모른다.

     이런 생각을 하니 갑자기 아버지가 생각난다. 자식 위해 죽어라 뛰고, 구르고, 때로는 죽음의 위협(교통사고 등)을 느껴 가면서도 또 일 하러 나간다. 정확히는 그놈의 돈 벌러 나간다. 세상은 혼란 그 자체이고 아비규환이다. 대체 뭐 하나 제대로 굴러 가는 구석 하나 없고, 조직이나 상사라고 있어 봤자 별 도움 되는 것 없이, 홀홀단신 꿋꿋하게 싸우고 버텨 나가야만 한다.

     가족들 먹여 살리자고 뛰어 다니다 보니 날아오는 자동차에 목숨의 위협을 느낄 때도 있고, 때로는 앞뒤가 꽉꽉 막힌 터널 속에서 벗어나고자 자동차를 던져 헬기를 폭파시켜야 할 때도 있고, 엘리베이터 통로에 낀 자동차 안에서 니가 죽나 내가 죽나 목숨 걸고 싸워야 할 때도 있다. 그 뿐인가, 가공할 위력을 가진 전투기와 맨손으로 맞서 싸워야 할 때도 있는 것이다!

     존 맥클레인을 우리의 아버지라고 놓고, 인질로 잡힌 딸내미가 어린시절 우리라고 가정해 보자. 자식 살리려고 그 나이에 무지막지 고생고생 해 가며 죽어라 뛰어 다니는 거다. 이런 이유에서 나는 다이하드 4.0을 보면서 액션의 쾌감이나 긴장감 있는 스릴 보다는, 휴먼 드라마를 보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그 연세에 저렇게 열심히 뛰어 구르는 한 가장의 모습이 너무나 측은하게 보였기 때문이다.

     브루스 윌리스 아저씨도 꽤 많이 늙었던데, 영화 찍고 나서 탈이나 생기지 않았는지 몰라...



    p.s.
    이 영화에서는 현 시대 IT맨들의 다양한 모습들도 종류별로 볼 수 있었다.

    1. 컴퓨터 없으면 아무 것도 못해요: 명색이 FBI 요원이지만, 컴퓨터 없는 사무실 밖에서는 아무것도 못 하고 손가락 빨고 있는 FBI의 IT맨들.
    2. 내 말 무시해? 뭔가 보여주지! : 테러리스트 우두머리도 IT맨.
    3. 귀찮아, 꺼져! : 괴팍한 성격의 뚱보 해커.
    4. 아저씨 나 지켜 줄 거지? : 젊은 녀석이 뒤에 꼭꼭 숨어서는, 힘든 일은 노친네한테 다 시키고 컴퓨터밖에 할 줄 몰라. 맥클레인 형사와 함께 동행하는 해커 청년.
    5. 아무리 해킹을 한다 해도, 저런게 현실적으로 원격조종이 가능할 리가 없잖아!: 영화보며 툴툴거리고 있는 나. (이제 곧 IT맨에서 벗어날테야! ㅠ.ㅠ)

    (www.emptydrea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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