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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6월 18일 일요일.
인도 맥그로드 간지에서는 현지 시간으로 밤 12시에
한국 대 프랑스 월드컵 경기 중계방송을 시작했다.
 
외국에서 한국 사람들과, 외국인들과 함께 모여서 보니,
한국에서 사람들과 보던 것과는 또 다른 재미가 있었다.
한국인들의 축구 열기를 보고 싶어 왔다는 서양인들도 있었고,
한국인 친구를 따라 온 현지인들도 있었다.
프랑스 인들도 몇몇 와서 함께 봤기 때문에 더더욱 화기애애한 분위기.
 
프랑스 인들의 응원 구호는 아주 단순했는데,
리듬을 넣어서 'We~ are~ blue!"라고 외치는 게 전부였다.
서로 구호를 외치며 응원하고 상대편이 잘 하면 함께 박수도 쳐 주는 좋은 분위기였다.
 
한국인들 중 몇몇은 빨간 붉은악마 티셔츠와 뿔 달린 머리띠까지 준비해 왔다.
여행 오면서 그런 것도 챙겨 왔다니... 나로써는 상상도 못 할 일.
 
그렇게 '도깨비' 한국 식당에서 재미있게 축구 경기를 시청하고 있는데,
전반전 끝부분 즘에 갑자기 TV가 안 나왔다. 위성 중계가 끊겼다고 했다.
전기가 나간 것도 아니고, 동네 TV가 모두 나간 것도 아니고,
딱 여기, 한국 식당의 TV만 문제가 생긴 것이다.
 
한국 사람들이 축구를 좀 소란스럽게 보니까,
시끄러워서 누군가 조치를 취했다는 주장도 있었고,
동네에 있는 DVD 룸 (비디오방)에서 장사 하려고 위성 중계국에 연락 한 거라는 주장도 있었다.
이런 일이 처음이 아니라는 말이 그런 주장들에 신빙성을 더 가했다.
 
진실이 어떤지는 모르겠지만, 현지인이 어떤 조치를 취한 것은 틀림 없다.
그렇지 않고서야 딱 한 집만 위성이 안 잡힐 리가 없으니까.
그리고 인도니까 그런 일은 충분히 가능하다.
 
어쨌든 일부 사람들은 바로 비디오방으로 갔다.
나머지는 그냥 서로 이야기 하며 어쩌지 어쩌지 하며 있던 중이었다.
마침 식당 주인과 친한 사이라는 현지인 가게 주인이 자기 가게를 열어 주었다.
가게가 좁아서 대부분은 가게 밖 길거리에 서서 축구를 봐야 했고,
길거리여서 마음놓고 응원 구호를 외칠 수도 없었지만 그래도 축구는 볼 수 있었다.
 
그 현지인 주인이 고마워서, 다음부터 나는 물 한 통을 사도 그 가게만 갔다.
그래봤자 많이 팔아 주지도 못 했지만.
나중에 그 주인, 동네 사람들에게 왕따 당하지는 않았을까?
다시 그 곳에 간다 해도, 구석진 산비탈에 외따로 떨어진 그 가게에서만 물건을 살 테다.
 
참, 기억 나실지 모르겠는데, 그 날 경기는 1대 1로 비겼다.
Posted by 빈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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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monnong@naver.com 2009.09.07 20:2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하하 재밌네요. 다음학기에 인도로 교환학생가는데
    마침 2010월드컵기간이라 비슷한 상황이 나겠어요~
    참, 가는곳은 뉴델리에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