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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되살아나지 않은 시간의 사원, 따 프롬 - 태국, 캄보디아 200412 - 18
    해외여행/태국 캄보디아 2004 2009. 5. 6. 15:58

    모르는 사람들과 일행이 되어 함께 다니는 것도 분명 여행의 재미 중 하나다. 내가 알지 못했던 곳을 가 볼 수도 있고, 숙박이나 차비 등을 아낄 수도 있으며, 잠시 자리 비울 때 짐을 맡길 수도 있는 등 믿을만 한 일행이 있다는 건 여러모로 편리한 일이다.

    그 반면 단점도 있는데, 약속을 정하고 만나고 함께 떠나는 행동 등에서 혼자다닐 때보다는 시간을 많이 소비하게 된다는 것, 그리고 내가 가보고 싶은 곳이 있어도 다수결에 따라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 생긴다는 것. 이득 보는 만큼 희생해야 할 것도 있다는 건 어쩔 수 없는 일.

    택시기사가 애써 강 구경 시켜준다고 앙코르 유적의 동쪽 멀리 있는 롤루오스 강까지 갔다. 강 건너 조금만 더 넘어가면 롤루오스 유적지를 볼 수 있었는데, 사람들이 먼 곳 까지 힘들게 가서 유적을 더 보고싶지 않다고 하는 바람에 강만 보고 다시 돌아왔다. 아아... 우째 이런 일이... ㅠ.ㅠ


    니가 무슨 호랑이인 줄 알아?! 눈 깔아! ㅡㅅㅡ+





    따 프롬 가는 길에 흥겹게 악기를 연주하고 있던 거리의 악사들. 지뢰 피해자들을 위한 모금이라는데, 나름 자기들 음악을 녹음한 음반도 판매하고 있었다. 음악도 음악이지만, 흥겨운 모습이 더욱 보기 좋았던 분들.



    드디어 '따 프롬 (Ta Prohm)' 도착.

    영화 촬영지로써 어쩌면 '앙코르 와트'보다 유명할 수도 있는 곳이 바로 이 '따 프롬 (Ta Prohm)'이다. 이곳에서 촬영한 영화는 '툼레이더'. 눈썰미 좋은 사람은 사진을 보면 영화에서 나왔던 장면을 떠올릴 지도 모르겠는데, 내 경우는 갔다와서 영화를 봐도 도대체 어디서 찍은지 모르겠더라 (그저 안젤리나 아줌마의 체취를 느껴 보아요). ㅡㅅㅡ;



    '따 프롬'은 크메르 제국의 한 왕(자야바르만 7세)이 어머니를 기리기 위해 세운 사원이라 한다. 그런데 이 유적지는 다른 큰 사원들과는 달리 깨끗하게 복원하지 않고, 파손된 상태 그대로 방치해 놓았다. 사원 곳곳에서 큰 나무뿌리가 돌을 가르고 무너뜨린 흔적을 볼 수 있고, 한 쪽 끝쪽에는 무너진 돌무더기때문에 더이상 걸어갈 수 없는 복도가 나오기도 한다. 말 그대로 '폐허'인 유적이다.





    폐허로 남겨진 유적지라고 해서 아무 의미 없는 돌무더기만 쌓여있는 곳인 건 아니다. 무너진 사원 틈바구니 사이로 예전의 아름다웠을 모습들을 찾아볼 수 있고, 아직 벽이나 기둥에는 온화한 미소를 잘 간직하고 있는 조각들이 새겨져 있으니까. 

    그래서 어떤 사람들은 이곳에 들어가면 마치 인디아나 존스 영화에서나 나올듯 한 그런 탐험을 즐길 수 있다고 말 하기도 한다. 실제로 사원 내부를 돌아다니다 보면, 폐허 속을 마치 탐험을 하는 듯 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 곧 무너질 듯 한 벽과 기둥, 돌을 뚫고 내려온 나무 뿌리와 무너진 벽돌, 갈라진 벽에 그려진 벽화, 부숴진 석상 등을 보면서 걸어가면, 마치 맨 처음 이곳을 발견한 탐험대원이 된 듯 한 착각에 빠질 수도 있다. 그것이 바로 아름다운 폐허가 주는 선물이 아닐까.









    '따 프롬'에서는 석조건물 위에 자리를 잡고 있는 나무들을 많이 볼 수 있다. 나무뿌리가 돌을 뚫고 내리뻗은 모습을 보니, 자연의 힘이 정말 엄청나다는 것을 새삼 느낄 수 있었다. 이대로 놔두면 그나마 남은 것들도 다 무너지지 않을까 싶지만, 자연이 사원을 무너뜨린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기 위해  일부러 그렇게 놔두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나무뿌리와 사원이 뒤엉켜있는 모습을 보면, 묘하게도 자연과 잘 융화되어 있다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마치 처음부터 그렇게 서로가 서로의 일부였던 듯, 나무뿌리가 건축물이 무너지지 않게 잡아주고, 건축물은 나무가 쓰러지지 않게 받쳐주고 있는 형태. 그렇게 서로 어우러져 있는 모습이 시나비하고도 아름답게 느껴졌다.





    이런 폐허라서 영화촬영을 허락했겠지.









    위에서 옆쪽으로 마치 액체가 흘러내리듯 석조 건축물을 감싸고 있는 나무. 어찌보면 인생무상.







    마치 정지된 시간처럼, 이대로 몇백년이 순식간에 흘러버릴 것만 같았던 폐허 속 공터. 잘 다듬어져 복원된 사원들과는 확실히 다른 느낌을 받을 수 있는 곳이었다. 수많은 비슷비슷한 사원들의 모습에 싫증날 때 찾아가면 딱 좋을 '따 프롬'.



    구경 끝나고 근처 구멍가게에서 휴식. 휴식중에 들어보니,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안젤리나 졸리가 씨엠리업에 묵었다고 한다 (영화 촬영 끝난지 얼마 안 된 때였으니까). 아아 조금만 더 빨리 왔으면 안젤리나 아줌마 볼 수 있었을 텐데...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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