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르고 별러서 어렵게 찾아간 '앙코르 와트 (Angkor Wat)'이니만큼, 탑 위에 앉아서 꽤 많은 시간을 보냈다. 언제 또 올 수 있을지 알 수 없으니까 되도록 오래오래. 지금도 그 위에서 내려다 본 경치들이 눈에 선 할 정도로 보고 또 보았다. 시간이 지나 그 경치마저도 잊혀질테지만, 여린 바람 부는 그 탑 위에 앉아 하염없이 먼 산을 바라보던 그 느낌만큼은 언제까지나 내 몸 구석구석에 남아있을 듯 하다.








한 쪽 편으로는 울창한 숲이 보이고, 또 다른 한 쪽으로는 끝없이 펼쳐진 넓은 평야가 보였다. 특히 숲과 어우러진 모습을 보니 더욱 신비하고 아름다워 보였다. 왕이 사후세계를 위해 이런 건축물을 세울 만 하구나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물론 노동에 동원된 사람들은 죽어났겠지만).





둘째 날 오후시간은 해 질 때까지 앙코르 와트에서만 온전히 시간을 다 보냈다. 그럴만 한 가치는 충분히 있었고, 오히려 부족한 감도 있었다. 앙코르 유적의 아름다움을 구석구석 음미하며 온전히 느끼려면 삼 일로도 부족하다는 걸 알 수 있었다. 혹시 다음에 또 가게 된다면 칠 일 동안 앙코르 유적만 돌아보고 싶다.





앙코르 와트에 석양이 진다. 마음같아서는 석양도 지켜보고 떠나고 싶었지만, 이후 일정이 있어서 일찌감치 서둘러 나가야 했다. 해가 지면 앙코르 유적 관람시간이 종료되는데, 관람객들은 모두 알아서 나가야 한다. 물론 사람들을 내보내기 위한 직원도 있었다. 일몰을 다 보고 빠져나가면 사람들이 한꺼번에 몰려서 차도 막히고 복잡해진다. 그러니 다른 일정이 잡혀 있다면 일찌감치 귀가길에 올라야만 했다.



그래도 아쉬워서 석양 비슷한 것으로 한 컷. ㅡㅅㅡ;



해질 녘이 되면 앙코르 와트 앞 다리 위에는 커다란 병 모양을 한 등이 설치된다. 낮에는 없었던 것이 어느새 놓여 있고, 그 안에 불도 켜 놓았다. 그러고보니 앙코르 유적 내부에는 별다른 조명시설이 없었다. 그러니까 밤에는 구경을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상황일테다.





저녁에는 씨엠리업(Siem Reap) 시내로 돌아와 압사라(Apsara) 공연을 보러 갔다. 넓은 홀 한 쪽 벽이 공연무대였고, 반대편 출입구 쪽은 부페식으로 음식들이 놓여 있었다. 관람석은 깔개와 세모난 베개로 돼 있어서, 앉거나 눕거나 기대어 엎드리거나 해서 자유롭게 공연을 구경할 수 있었다.



'압사라(Apsara)'는 '천상의 무희' 즉, 춤 추는 요정을 뜻하는 말이기도 하고, 그 요정이 추는 춤을 뜻하기도 한다. 전설에 따르면 신들이 불사의 명약을 찾기위해 바다를 휘저었는데, 그 때 행운의 여신 락슈미가 나왔다고 한다. 계속 바다를 저으니 의술의 신과 함께 아름다운 여인들이 나왔는데, 그 여인들이 바로 압사라다. 이 압사라들은 천상에 머물면서 신들을 위해 아름다운 춤을 추었기 때문에 '천상의 요정'이라 불리게 되었다 한다.

이 압사라는 음악의 신 '간다르바'와 어울려 너울너울 춤을 추는 것으로 표현되곤 하는데, 이 모습이 불교권으로 들어와 전해지는 과정에서 더욱 신비하고 경건한 천상의 이미지로 변하게 되었다 한다. 그래서 우리나라의 고대 유적에서도 볼 수 있는 '비천'이 바로 이 '간다르바'와 '압사라'가 어울려 있는 모습이라고 한다. 실제로 비천은 주로 악사와 함께 옷을 나풀거리며 마치 춤 추듯 날고 있는 선녀들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캄보디아 전통춤으로 공연하고 있는 압사라 춤은 옛날 크메르 제국 때에는, 신과 왕을 위해서만 공연되던 것이라고 한다. 아무래도 천상의 무희들이 추던 춤이니 그럴텐데, 춤의 모양새는 앙코르 유적에 조각되어 있는 그 모습과 거의 똑같다. 태국을 비롯한 근처의 다른 국가들의 전통 춤들도, 옛날에 이 압사라 춤을 모방했기 때문에 다들 비슷한 모양새를 하고 있다고 한다.

노래는 없고, 전통악기 연주에 맞춰 조용히 춤만 추는 무희들. 신과 왕에게 바쳐진 춤이라서 그런지 어떻게 보면 엄숙하고 고상해 보이기도 한다. 그런데 어떻게 보면, 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이상하게도 섹시하게 느껴지기도 하는 묘한 춤이다.



압사라 춤과 함께 다른 공연들도 보여줬다. 뭔가 전통춤 같은 것인 듯 한데 뭔지는 모르겠다. 압사라 춤만 계속 봤으면 좋겠는데. ;ㅁ;





캄보디아 여자아이들은 거의 누구나 이 압사라 춤을 추고싶어 한다고 한다. 하지만 사진에 나오는 포즈를 보면 조금 짐작할 수 있을테다. 이거 정말 아무나 따라 할 수 있는 춤이 아니다. 일단 손목꺾기부터가 일반인들은 거의 불가능하다 (손바닥을 팔의 바깥쪽으로 직각이 되게 한 번 꺾어 보시라).





조금 짧게 느껴지는 공연이 끝나면, 출연자들이 모두 나와 박수를 치고, 함께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시간을 준다. 빨리 나가서 찍지 않으면 나중에는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들어서 독사진 못 찍게 된다. 그런데 사진촬영을 할 때에도 웬만해선 웃음을 보이지 않는 압사라 무희들. 컨셉인지, 힘들어서 그런건지...

저녁도 먹고, 춤도 구경하고, 이것만 해도 정말 즐거운 저녁시간이었다. 그런데 함께 다니던 일행의 어르신 두 분, '저녁 먹었다고 평양냉면을 안 가면 되나' 하신다. 이 두 어르신은 거의 평양랭면 때문에 캄보디아 오신 듯. 그래서 오늘 밤도 마무리는 평양랭면. 밥은 먹었으니 오늘은 술. 인삼주가 기가 막히더라. 매일 갔다는 증거사진을 꼭 남길 필요는 없으니까 사진은 생략.

Posted by 빈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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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Demian_K 2010.03.04 01:0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헐...내가 본거랑 똑같아요!!! 무대랑 의상이랑 배우까지 다 똑같은것 같아욧!!!+_+ 혹시 우리...같은 하늘 어디선가 지나친적이 있다?ㅎㅎㅎ

    • 빈꿈 2010.03.04 18:0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여행기로 안 적은 여행이 더 많은데... 어쩌면 정말 어느 길거리에서 마주친 적 있을지도 모르죠~
      '어라? 거지다' 하고 스쳐 지나가셨을지도... ㅡㅅ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