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토고미 마을의 농촌체험
토고미 마을은 옛부터 부자동네로 소문난 곳이었다 한다.
다른 마을은 품삯으로 보리나 잡곡을 줬을 때도,
토고미 마을은 쌀을 줬다 한다.
그래서 마을 이름이 토고미(土雇米: 품을 팔아 쌀을 받는다는 뜻)다.
그런 토고미 마을도 이촌향도 현상으로 한 때 텅 비었으나,
최근 독특한 마을 자체조합 시스템과, 토고미 자체 브랜드 홍보 등으로
농촌의 새로운 살 길을 열심히 닦아 나가고 있는 중이다.
자세한 것은 앞에 포스팅 한 내용을 참조하시기 바란다.
농촌의 미래를 꿈꾼다 - 강원도 화천 토고미 마을
토고미마을에서는 도시 사람들을 위한 농촌체험 프로그램을 마련해 놓고 있다.
계절따라, 요구사항따라 조금씩 다른 프로그램으로 운영하는데,
우리는 그 중 직접 만들어 먹는 인절미 체험을 했다.
불과 십여 년 전만 해도 우리 친가 쪽에서도 삼촌들이랑 저렇게
직접 떡을 만들어 먹었는데. 요즘은 재미삼아 하려 해도 도구가 없다.
밍밍한 인절미지만 이렇게 직접 만들어서 바로 먹으니 당연히 더 맛있다.
토고미 마을에는 마을 관람용 관광버스(열차?)가 있다.
마치 놀이공원에서 볼 수 있는 코끼리 열차같은 모습인데, 트렉터가 끄는 것이 특징.
물론 저 트렉터는 농사할 때도 쓴다.
인원이 많으면 힘이 부쳐서 잘 가지 않는다는 단점이 있지만,
토고미 마을에만 있는 독특한 차량으로 마을구경을 하니
더욱 마을이 정겹게 느껴졌다.
작은 아이디어 하나하나가 모여서 다른 곳과는 완전히 다른,
세상에 하나뿐인 독특한 마을을 만들어 냈다.
그리고 이 마을은 아직도 계속 변화중이다.
대체로 시골, 농촌마을은 머릿속에 가지고 있는 이미지 그대로,
옛날 그대로 남아주길 바라는 것이 보통이다.
하지만 토고미 마을은 앞으로 어떻게 변해갈지 기대되고,
그 변화한 모습을 보러 나중에 꼭 다시 가 보고 싶은 곳이었다.
토고미 마을조합에서 운영하는 쌀 보관소.
아직도 나이 많은 어르신들은 쌀을 저렇게 보관소에 보관해 둔다.
옛날에 어려웠던 시절의 기억들이 너무나 아파서,
다시는 굶지 않겠노라 다짐하시고 저렇게 쌀을 따로 묵힌다고.
저렇게 일 년 보관해 둔 쌀을 내년에 먹고,
그 해 나온 쌀은 또 보관소에 보관한다 한다.
할머니들이 다른 어떤 것보다도,
집안 가득 쌀이 차 있으면 싱글벙글 하시는 것과 마찬가지 아닐까.
가난의 기억은 참으로 오래, 온 몸 세포 하나하나에 각인되나보다.
* 아쿠아틱리조트
하룻밤 숙소로 쓴 아쿠아틱리조트.
여기는 수십여 채의 펜션들이 모여있는 펜션동이다.
다른 곳과 다른 특별한 것이 하나 있는데,
이 집들 중 한 채에 러시아 대통령이었던 고르바초프가 묵었다는 것.
옛날에 평화의댐 준공식 할 때 와서 묵었다 한다.
고르바초프가 묵었던 펜션 내부.
여기도 구경만 하는 곳이 아니라, 객실로 이용할 수 있다.
안타깝게도 나는 여기서 묵지는 못 했다.
(좀 더 좁은 곳에서 잤다. ㅠ.ㅠ)
리조트 입구 쪽으로 나가면 호수가 있는데, 새벽에 그 곳 물안개가 멋지다 한다.
날 좋을 때는 물안개가 마치 소용돌이 일듯 일어나는 모습을 볼 수 있다고.
나는 물안개를 술과 함께 날려버렸다~
진달래주(두견주)는 정말정말 맛있더라.
물안개와 바꿀 만 했음. 후회 없음! ㅡㅅㅡ/
* 산천어 순대
화천에서 유명한 맛집이라해서 갔다.
산천어로 만든 순대가 나왔다. 이것 때문에 유명한 집이라고.
이런 투어를 하면서 난감한 상황 중 하나가 바로 이런 때.
맛집이라고 애써 추천해서 데려가줬는데...
죄송하지만, 저는 순대가 싫어요! ;ㅁ;
그래서 화천의 대표적인 맛집으로 소개시켜 준 산천어 순대는
뭐라 할 말이 없다.
* 민간인 통제구역
군사적 이유로 민간인들의 출입이 통제된 구역, 일명 민통선.
그 안쪽 일부분이 허가제로 관광이 가능했다.
민통선 안쪽으로 간다 하길래, 삼엄한 경비와 비포장 도로 등을 떠올렸다.
어쩌면 진짜 지뢰를 밟아보는 체험도 할 수 있으려나 했다. ㅡㅅㅡ;;;
그런데 생각과는 너무 달랐다.
검문소를 통과해서 아스팔트로 잘 닦여진 길을 버스로 쭉 가더니,
어떤 다리 위에 내려주길래 사진을 찍었다.
그리고 다시 버스 타고 조금 가더니, 끝.
허무했다. ㅠ.ㅠ
그저 민통선 안에 들어와봤다 라는 사실만으로 만족스러워해야 하는 곳일까.
자연 생태계가 아주 잘 보존되어 있다고는 하지만,
잠시 스쳐가는 관광객 입장에서는 그런가보다 할 뿐.
딱히 곰이나 호랑이가 나온 것도 아니고...
* 화천 5일장
마침 화천에 5일장이 섰다.
일정에 없었던 곳이었지만, 떡 본 김에 제사 지낸다며 한 번 둘러봤다.
물론 아주 옛날의 그런 장과는 좀 달라졌지만,
그래도 요즘 도시에서는 볼 수 없는 장이었다.
이런 것들을 보며 사라져가는 것들에 대한 아쉬움을
자주 느끼는 것을 보면, 나도 늙어가나보다. ㅠ.ㅠ
나도 어릴 때 번데기를 좋아했다.
번데기 하나 입에 넣고 깨물면 톡 터지면서 나오는 달콤한 액체.
그리고 자근자근 씹으면서 느끼는 섬유질의 감촉.
그리고 하나씩 하나씩 다 먹고 난 다음 마시는 국물의 끝맛.
어릴 때 하루는 길에서 번데기를 사 먹고 있는데,
한 친구가 내게 이렇게 말 했다.
'번데기 이거, 바퀴벌레 새끼로 만드는 거데이'
그 후로 번데기를 먹지 않았다. ㅡㅅㅡ;
그것이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난 다음에는, 이미 늦었다.
번데기는 길거리에서 흔히 볼 수 없는 음식이 되어버렸으니까.
어떤 친구였는지 기억이 안 나는데, 잡히기만 하면 아주 그냥... ;ㅁ;
한 때 자취를 감추었던 번데기들이 요즘 다시 나오고 있다.
길거리에서는 여전히 접하기 어렵지만,
마트같은 데 가면 통조림으로 된 번데기도 있으니까.
그런데 사실 그런 건 좀 꺼려진다, 중국제라는 이유만으로.
어릴 때 먹던 건 국산이었을까.
모르겠다.
어쨌든 확실한 것은,
나이가 들수록 두려운 것이 많아진다는 사실.
...번데기 철학이다.
화천 오일장은 사실 그리 큰 규모는 아니었다.
그래도 있을 건 다 있었고, 예상치 못 한 것들도 꽤 있었다.
장에서 파는 국수랑 핫도그도 맛있다던데,
시간에 쫓겨 못 먹어본게 너무 안타깝다.
그리고 장 한 켠에서 지글지글 튀기고 있던 닭.
KFC 할아버지도 처음엔 저런 식으로 시작했다지.
Korean Fried Chicken 같은 어떤 것이 탄생하길 바래본다.
* 끝
화천에 와서 감성마을을 못 가 본게 좀 안타까웠다.
거기는 또 다른 어떤 날 인연 닿는 날이 있겠지.
여행은 어딘가 부족한 듯 아쉬움이 남는 게 더 좋다지 않던가.
진정 다시 찾고 싶은 곳이라면 한 두 군데 즘 비워놓는 것이 좋고,
다시는 발걸음 하고싶지 않은 곳이라면 구석구석 다 봐도 좋고.
어느 쪽이든 자기가 택하기 나름.
처음에는 화천이라길래 뭐 볼 게 있을까 반신반의 했던 곳이었다.
그런데 알고보니 나름 이것저것 볼 것도 많이 있었고,
또 나름 내가 가진 기억과 연관된 곳도 있었다.
우연히 마주친 사람이 알고보니 아제더라, 라는 식.
생각지도 못한 의외의 것들이 툭툭 튀어나와줘서 흥미로웠던 곳이었다.
잘 살펴보면 뭔가 더 나올지도 모르겠다는 호기심이 생기는 곳이기도 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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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데기랑 산천어 순대 정말 맛있겠네요.
순대가 얼마나 맛있는건데.. 싫으시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