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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인간은 먹지 않고 살 수 있었는지도 모른다.
어쩌면 옛날엔 먹는다는 행위는 무척이나 사치스러운 행위였는지도 모른다.
그 사치스러움이 부와 멋스러움의 상징이 되어 너도나도 식사를 시작했고,
수시로 별다른 어려움 없이 즐길 수 있는 먹는다는 행위의 쾌락을
일상처럼 행하게 되었을 때 인간은 먹지 않는다는 것은 상상도 못 하게 됐겠지.
인간의 정신력은 생각보다 대단하고, 특히 비관적인 면에선 큰 작용을 해서,
전혀 작동하지 않는 냉동실 속에서도 냉동실이라는 사실만으로 얼어죽을 수도 있다.
그것과 마찬가지로 먹지 않으면 죽는다는 상상만으로 그렇게 되는 건지도 모른다.
그러다가 재화를 독식하는 자가 생겨나면서 음식은 지배의 도구화 돼 갔겠지.
어쩌면 부다는 그 진리를 깨우쳤는지도 모른다.
먹지 않고 살 수 있는 방법을 알아 냈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것을 가르칠까 말까 고민하다가 그냥 열반에 들어 버렸는지도 모른다.
분명 그는, 식물도 생명인데 어째서 먹어야만 할까를 고민조차 하지 않는
땡중들과는 차원이 다른 무언가를 고민했던 것 같기는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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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진부한 인생이기에 여기저기 금 간 곳을 누덕누덕 기워서 사용할 수 밖에 없다.
어제보다 새로운 것, 오늘보다 나은 것을 찾고 또 찾아 보아도,
한 손에 털고 새롭게 시작할 수 없다는 것은 이미 잘 알고 있는 사실이다.
이제 점점 더 심한 누더기가 되어 갈 인생을 앞에 두고 수선 능력을 길러야만 한다.
마음의 상처를 꿰멜 때는 철심을 깊이 박아야 한다.
상처보다 더 아프고 고통스러운 철심을, 멀쩡한 부위 양쪽에 콱,콱, 박아서 이어야
죽는 날까지 다시는 벌어지지 않을 만큼 견고하게 상처를 꿰멜 수 있다.
그래서 때로는 상처보다 치유가 더욱 아프다. 차라리 상처를 그냥 놔 두는 게 더 나을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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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어디의 그 어떤 상처라도 사실
상처는 그리 오래가지 않는다.
기껏해야 한 평생.
그것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