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여름 날씨가 완연한 푸른 하늘 아래, 햇빛처럼 찬란하고 실개천처럼 또랑또랑한 노랫가락이 퍼져 올랐다. 합창대회에 참가한 어린이들은 적게는 네 명, 많게는 서른 명이 넘는 인원이었다. 저마다 맑고 아름다운 목소리로 노래를 불렀지만, 오래오래 연습해 온 기량을 뽐내는 자리인 만큼 그 열기는 초여름 땡볕보다 뜨거웠다.

지난 6월 5일 남산 한옥마을 내에 위치한 서울남산국악당에서는 '제2회 전국 다문화 어린이 합창대회'가 열렸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이 합창대회는 그냥 단순한 어린이 합창대회가 아니었다. 다문화 가정 어린이가 절반 이상 포함된 단체만 참가할 자격이 주어지는 합창대회였다.



사단법인 한국다문화센터와 문화체육관광부 아시아문화중심도시추진단이 주최한 이 대회는, 총 16개 팀 350여 명의 초등학생 어린이들이 참가했다. 무대에 서기 전에 1차 심사를 거친 팀들이라 기량 면에서 우열을 가리기 참 힘든 대회였다.
 
무대에 서게 된 것만 해도 대단하다는 사실을 인정했는지, 대회에 참가한 모든 팀들은 크거나 작은 상들을 수상했다. 아무래도 이 대회를 개최하는 이유가 어린이들의 노래 실력을 가리자는 것이 아니라, 피부색과 생김새가 약간씩 다른 어린이들이 함께 협동하고 단결하는 계기를 마련하자는 데 있기 때문이다.






▲ 서울남산국악당 내부에는 단오를 맞이해서 오색 천이 눈부신 햇볕에 아름답게 빛나고 있었다.



▲ 서울남산국악당 지하 공연장에서 열린, 제2회 전국 다문화 어린이 합창대회.



▲ 공연장도 꽤 넓은 편이었지만, 이날 참가한 어린이들이 워낙 많아서 자리가 모자랄 지경이었다. 노래 부르는 것만 해도 힘들고 지치는 일인데, 대회 내내 불편하게 앉아 있느라고 아주 고생이 많았다.



▲ 사회를 맡은 한국다문화센터 이현정 다문화연구소장.



▲ 부천부안초등학교 학생들은 맨 처음 무대에 올라 Let's make peace라는 곡을 불렀다.



▲ 각국을 대표하는 의상을 입고 나온 꼬마들의 귀여운 모습에서 일단 관객들의 이목을 집중시킨 인천남동구다문화센터 팀. 100% 다문화 가정 어린이들로 구성된 이 팀이 부른 노래는 '아름다운 세상'이었다. 이들의 애교와 귀여움에 사람들은 자지러졌다.



▲ 예쁜 한복을 맞춰 입고 나와서 귀여운 율동을 함께 '복조리'라는 곡을 부른 정읍 태인초등학교 팀.



▲ 인원은 적었지만 다른 팀에 뒤지지 않는 실력을 뽐낸 진안 송풍초등학교 팀. 이들이 부른 노래는 '예쁜 별목걸이'라는 노래였다.



▲ 물푸레중창단이 부른 노래는 '엄마는 사랑을 만드는 요술쟁이'. 여학생들 사이에 청일점 하나가 아주 눈에 띄는 팀이었다.



▲ 창원 회원초등학교 팀은 '이렇게 살아가래요'라는 상당히 철학적인 노래를 불렀다. 처음 듣는 곡이었는데, 노래가 상당히 심오했다.



▲ 진영 대창초등학교 팀은 '청개구리'라는 노래를 불렀다. 팀웍이 잘 맞는 팀 중 하나였다. 노무현 전 대통령 출신학교라는 것을 자랑스럽게 이야기 하며 뛰어난 노래 솜씨를 선보였다.



▲ 이 대회 심사를 맡았던 심사위원들. 음악성과 표현력 등에 중점을 두면서도, 멀리서 온 팀과 100% 다문화 가정으로 구성된 팀 등에 가산점을 주겠다고 심사 규정을 발표했다.



▲ 합창 부문에서 첫무대를 장식한 안산 초당초등학교의 'Kyrie'. 이 팀은 작년에 1등을 차지한 팀이라는데, 팀원 중 몇몇이 각국 전통의상을 입고 인사를 하고 노래를 시작했다.  



▲ 세계평화여성연합 덕양지부 팀은 장장 30명이라는 인원 모두가 다문화 가정 어린이였다. 지도 선생님 또한 일본인으로 완벽한 다문화 팀이었는데, 부른 노래는 '효코리 효탄지마'라는 일본 노래였다. 해적 의상을 맞춰 입고 단체로 율동을 하는 것이 굉장히 인상적인 팀이었다.



▲ 서울 독산초등학교 '은반의위 천사'. 밖에서 잠깐 인터뷰를 할 때는 떠들고 장난치며 정신 없더니 무대에 오르니 완전히 다른 사람이 돼 있어서 신기했던 팀이었다. 물론 다른 팀들도 마찬가지였지만.



▲ 서울 광진초등학교 '훨훨 날아요'. 하트로 마무리 한 마지막 부분이 인상깊은 팀이다.



▲ 안산시 외국인주민센터 어린이들은 '파란나라'를 불렀다. 총 32명의 어린이들을 어떻게 다 지도했는지 미스테리 할 정도. 이날도 무대 위의 지휘자와는 별도로 무대 아래서 지도하는 선생님이 따로 있었다. 선생님들의 노력에 보답하듯 어린이들 또한 앙증맞고 귀여운 공연을 보여줬다.






▲ 가평 미원초등학교 팀은 '우주자전거'를 불렀다. 합창은 역시 화려한 퍼포먼스보다는 노래실력이 우선이라는 사실을 일깨워 준 팀이다.



▲ 이날 행사에는 문화체육관광부 박선규 차관, 아시아문화중심도시추진단 이병훈 단장, 무원스님 등 여러 인사들이 참석해서 어린이들을 격려했다.



▲ 전남 운남초등학교 팀은 '원더풀 코리아 환영의 노래'를 불렀는데, 알록달록 예쁜 의상과 국기들을 선보여 노래만큼이나 화려한 색의 조화를 선보였다.



▲ 경남이주민노동복지센터 팀은 '나무의 노래'를 부르며 다양한 무대 퍼포먼스를 보여줬다.



▲ 순천시다문화가족지원센터 짱뚱이와 두루미 합창단은 '흥부 놀부' 노래를 불렀는데, 마치 뮤지컬이나 마당극 같은 공연을 보여 줬다. 흥부와 놀부가 갖다 붙인 제비 다리의 반창고 두 개가 눈에 띈다.



▲ 공연이 모두 끝난 후 수상시간. '우리도 상을 탈 수 있을까?'하며 상 타러 올라간 팀을 부럽게 바라보던 어린이들. 다른 때는 떠들고 장난치고 놀다가도 이 순간 만큼은 어린이들도 긴장되는 모습이었다.












이번 '제2회 전국 다문화 어린이 합창대회'에서 대상을 차지한 팀은, 합창 부문은 우주자전거를 부른 가평 미원초등학교 팀, 중창 부문은 청개구리를 부른 진영 대창초등학교 팀이었다. 실력으로 승부해서 우수한 성적을 거둔 이 팀들을 비롯해서, 다른 상을 수상한 팀들도 다들 열심히 훌륭한 공연을 보여줬다는 것에 박수를 보냈다.

어린이들의 합창 대회가 무슨 재미가 있겠어 하고 시큰둥하게 갔다가, 요즘 어린이 합창단들은 노래 실력 뿐만 아니라 무대 퍼포먼스 까지도 뮤지컬 뺨치게 하는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란 대회였다. 그리고 우리 사회에 이렇게 다문화 가정이 많이 있고, 이렇게 어우러져 융화되려 하고 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

이번 대회에서 우수한 실력을 선보인 어린이들은 향후 '다문화 어린이 합창단'에 선발되어 활동을 하게 될 계획이다. 이 합창단은 곧 있을 815 행사에서 공연을 하고, 이후 광주 월드뮤직 페스티벌에서도 공연을 하게 된다. 아무쪼록 이런 다양한 행사들을 통해 다양성을 인정하는 문화가 자리잡아, 다문화 가정 어린이들이 우리 사회에 잘 적응하고 살아갈 수 있는 아름다운 세상이 펼쳐지기를 기대해 본다. 


 

Posted by 빈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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