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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5년 만의 귀환, 외규장각 의궤 특별전 - 국립중앙박물관전시 공연 2011. 9. 1. 15:19
1866년, 프랑스는 천주교 탄압을 구실로 '병인양요'를 일으키고 강화도를 점령했다. 하지만 조선군에게 밀린 프랑스군은 대량의 보물과 외규장각의 도서 등을 약탈하고, 관아를 불지르고 퇴각했다. 그 후 145년이 지난 지금, 프랑스 국립도서관에 보관되어 있던 외규장각 의궤들이 드디어 고국에 돌아오게 됐다.
국립중앙박물관에서는 2011년 7월 18일부터 9월 18일까지 "145년 만의 귀환, 외규장각 의궤"라는 제목으로, 특별전은 개최하고 있다. 돌아온 유물들 중 일부를 일반에게 공개하는 행사다.
그동안 방학 기간을 맞아 수많은 어린이들로 바글바글해서 갈 엄두를 못 냈다면, 이제 얼마 남지 않은 기간을 노려 보자. 개학을 해서 비교적 한적하게 관람을 할 수 있으니까. 그리고 수요일은 밤 9시까지 개방하므로, 직장인들도 관심만 있다면 얼마든지 들러서 관람할 수 있다. 물론 입장료는 무료다.
외규장각 의궤 전시 구성
이번 특별전 구성은 총 6부로 되어 있다. 1부에서는 의궤의 개념과 구성을 설명하고, 2부에서는 의궤 속에 보이는 조선시대 통치 이념의 면모를 살핀다. 3부는 혼례, 책봉, 존호 등 나라의 경사를 기록한 의궤를 다루고, 4부는 왕실의 장례다. 5부는 선왕을 추모하는 방법 등을 알아보고, 6부에서는 병인양요 이후 현재에 이르기까지 외규장각 의궤의 귀환 과정을 짚는다.
그런데 이런 내용을 미리 다 알고 간다 하더라도, 사실 일반인이 의궤를 보고 '아 이건 뭐뭐다'하며 감동을 받기란 상당히 어렵다. 다 그게 그걸로 보이니까.
그러니 수시로 있는 '전시설명'과 '큐레이터와의 대화'를 이용해서 설명을 들어보자. 약 30분 동안 서서 설명을 들어야 한다는 것이 좀 피곤하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설명을 들으면 확실히 와 닿는 게 다르고, 책들의 의미를 알 수 있게 된다.
큐레이터에게 들은 의궤의 특징
이번에 반환된 의궤가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 것은, 대부분이 어람용 의궤이기 때문이라 한다. 의궤는 왕에게 올리는 어람용 의궤와 카피본인 분상용 의궤로 나뉘는데, 이번에 반환된 의궤는 대부분 어람용 의궤고, 국내에 없는 자료도 있다고 한다.
의궤는 궁궐에서 행해진 각종 의례들을 기록한 책이다. 후대인들에게 예법에 맞게 의례를 행할 수 있도록 남긴 기록이기도 하다. 의궤하면 나오는 화려한 그림들 때문에, 의궤가 그림으로 이루어진 책이라는 오해도 있는데, 대부분은 글자로 기록된 문서라 한다.
의궤는 단순히 의례가 행해진 순간만을 기록한 것이 아니다. 병자호란 때 종묘가 파손되어, 후에 수리를 하게 됐는데, 의궤는 그 사건의 배경과 논의 과정, 그리고 어디가 얼마나 훼손됐는지, 무엇을 어떻게 수리했는지 등을 상세하게 적어놓았다 한다. 그리고 인조반정 때는 인경궁을 헐어 창덕궁을 공사했는데, 이 때 어디를 몇 칸 헐었는지 등도 상세하게 기록되어 있다.
관람을 마치며
의례에 쓰이는 각종 물건들을 상세하게 기록해 놓은 것은 물론이고, 의복 색깔 하나까지도 선명하게 기록된 어람용 의궤가 돌아와 우리 앞에 얼굴을 내비쳤다. 기록 이라는 의미에서, 현대의 문서기록원까지 살짝 넣어서 전시를 했다면 과거와 현재를 이어보는 데 더욱 도움이 될 듯 했지만, 박물관에게 그것까지 바라는 건 무리일 듯.
어쨌든 의복 하나하나, 건물 하나하나를 깨끗한 색깔로 상세히 기록한 의궤를 바탕으로, 앞으로 영화나 드라마 등에서 더욱 현실감 있는 고증을 거쳐 주었으면 싶다.
이번 외규장각 의궤 특별전은 사진촬영이 가능하지만, 당연히 플래쉬와 삼각대 사용은 금지된다. 특히 플래쉬는 유물에 큰 훼손을 줄 수 있으니, 미리 조심하고 또 조심하기 바란다.
참고자료
국립중앙박물관 외규장각 의궤 특별전 안내 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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