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짝퉁 의류를 재가공 해 가난한 나라에 보낸다 - 서울세관 안아주기 기증행사취재파일 2011. 10. 17. 02:10
지난 10월 8일 토요일, 강남구 논현동에 위치한 서울세관 청사 앞마당에서 '안아주기 기증행사'가 열렸다. '안아주기'란 '쓰지 않는 안경과 시계 등을 모아서 아시아, 아프리카 사람들에게 보내주기 운동'이다.
이번 행사에는 주영섭 관세청장을 비롯해서, 천홍욱 서울본부세관장, Shahidul Islam 주한 방글라데시 대사, 이정배 대한안경사협회장, 그리고 일일명예세관원으로 연기자 정보석씨 등의 내외빈이 참석했다. 그리고 서울지역 초중고 학생들과 세관 직원 등이 자원봉사로 행사에 참여했다.
짝퉁 의류 재활용
이번 행사에 나온 중고 안경테와 시계들은 언북중학교와 일신여상 학생들의 기부 및 '안아주기' 캠페인을 통해 모은 것이다. 여기서 안경테 세척과 수리작업은 대한안경사협회가 나서서 맡았고, 중고 시계 수리는 동서울대학교 학생 10여 명이 자원봉사로 작업했다.
이 행사가 다른 기증행사와 다르게 특이한 것은 바로 의류였다. 초중고 학생들이 나와서 주말의 반나절을 보내며 열심히 색칠하고 있는 의류는 바로, 세관에서 압수한 가짜(짝퉁) 상품이었다.
짝퉁 상품들은 폐기하는 데도 돈이 들고, 또 소각하거나 하면 환경오염 문제도 생긴다. 그래서 관세청 서울세관이 생각해 낸 것이 바로, 가난한 나라에 이 물건들을 보내자는 것이었다.
하지만 짝퉁 상품들을 그대로 보낼 수는 없는 일. 해당 상표권자의 허락과 동의를 구한 뒤, 옷에 붙어있던 로고 등을 떼내고 색칠을 해서, 완전히 다른 옷으로 변신시킨 다음 기증을 해야 했다. 그래서 이런 행사를 개최했고, 학생들을 비롯한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들어 옷에 색칠을 하고, 박스 포장으로 하는 등의 작업을 한 것이다.
관세청은 앞으로도 짝퉁 상품들을 이용해서 이런 기증활동을 계속 할 계획인데, 물론 짝퉁이 더이상 나오지 않는다면 더 좋은 일이겠지만 이왕 적발된 것이라면 좀 더 잘 활용해서 사용할 수 있도록, 사회 각층의 이해와 도움이 필요하다.
안아주기 캠페인 행사
이 행사에서 천홍욱 세관장은 "이번 행사를 통해 짝퉁 물품 기증행사에 더욱 많은 사람들이 동참할 수 있게 해서, 나눔 바이러스가 확산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그리고 Shahidul Islam 주한 방글라데시 대사는 "이런 행사를 통해 양국간이 우호가 더욱 증진됨을 확신한다"고 말했다.
간단한 연설과 행사 뒤에 참석한 내외빈들은 행사장을 둘러봤고, 주영섭 관세청장과 천홍욱 서울본부세관장 그리고 Shahidul Islam 주한 방글라데시 대사는 직접 옷에 색칠 해 보기도 했다. 대사가 색칠한 옷에는 특별한 표시를 해서, 그 옷을 받아들게 된 사람에게는 행운의 상품을 준다든지 하는 이벤트도 했으면 싶었지만, 안타깝게도 그런건 없었다.
여학생들에게 붙잡혀서 다른 내빈들과 함께 이동하지도 못 한 정보석 씨까지 어느 정도 행사 참여를 마무리하고 행사장을 떠난 뒤에도, 자원봉사로 참여한 사람들의 작업은 계속됐다.
대부분의 학생들이 작업한 것은 비록 옷과 안경집 등에 태극마크를 그려 넣거나, 코리아(KOREA)라는 글자를 쓰는 등의 간단한 작업이었지만, 이들이 반나절동안 재창조 해 낸 의류는 1400여 점. 모두 불 속에 들어가 매캐한 연기를 내뿜으며 한 줌 재로 변할 운명에 처했던 옷들이었다. 이들이 그날 했던 일은 단순한 채색 작업이 아니라, 자원을 아끼고, 환경을 보존하면서도, 가난한 나라의 사람들도 돕는 일이었다.
메이드 인 코리아 짝퉁 루이뷔통
행사 중간에 서울세관 지하의 압수창고 견학을 했는데, 그곳에는 최근 적발한 짝퉁 루이뷔통 가방들이 엄청나게 쌓여 있었다. 이 가방들은 여러군데의 생산공장과 보관창고를 불시에 덮쳐 적발한 것이라 한다.
이런 짝퉁 가방들이 주로 해외에서 만들어진 것을 가지고 들어왔던 것과 달리, 이번에 적발한 건은 국내에서 생산, 판매 했다는 점이 특이하다. 게다가 이들은 이 짝퉁 가방들을 수출까지 했는데, 최근 6개월동안 제조한 짝퉁 가방 7천 점을 정품 시가로 환산하면 120억 원에 달한다고 한다.
규모가 얼마나 컸던지, 압수창고 바닥에 깔아놓은 천도 이들이 사용했던 짝퉁 가방용 원단이었다. 비록 짝퉁이지만 루이뷔통 원단을 밟으며 견학하는 기분, 그리 즐겁지만은 않았다. 분명 이런 물건을 사는 사람이 있으니까 이렇게 많이 만든 거겠지 하며, 메이드 인 코리아 루이뷔통 가방을 들고 다니는 기분은 어떨까 싶기도 했다.
어쨌든 세관 관계자는, 짝퉁의 국내 생산과 밀수출은 국가 신인도와 국산품 이미지를 실추시키는 심각한 범죄라며, 앞으로 지속적으로 단속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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