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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리 길이지만 발 병 안 난다 - 인천 남동문화생태 누리길 (인천대공원 ~ 소래습지생태공원)
    취재파일 2011. 12. 5. 04:06

    인천대공원의 산책로만 천천히 둘러본다 해도 충분히 반나절치 산책코스가 될 수 있고, 소금창고로 유명한 소래습지생태공원에서만 시간을 보낸다 해도 카메라 하나만 들고 가면 충분히 몇 시간은 즐겁게 놀 수 있다.

    그런데 사실 이쪽 동네는 인천 사람이 아닌 타 지역 사람들이 한 번 가려면, 꽤 큰 맘 먹고 날 잡아서 가야하는 다소 외진 곳. 그러니 하루에 두 곳 모두 둘러보고 싶은 욕구가 무럭무럭 솟아 오르는 사람들도 꽤 있을 테다.

    예전에는 인천대공원을 둘러보고 나와서, 잘 다니지도 않는 버스를 타고 소래까지 가야만 두 곳을 다 볼 수 있었지만, 이제 사정이 좀 달라졌다. '남동문화생태 누리길'이 생겼기 때문이다.










    '남동문화생태 누리길'은 인천대공원과 소래습지생태공원을 잇는 약 6킬로미터에 달하는 산책로다. 양 끝을 잇는 길이 6킬로미터라고 나오지만, 인천대공원 안으로 들어가는 길과 소래습지생태공원을 대충 둘러보는 길까지 다 합치면, 8킬로미터는 족히 되는 꽤 긴 길이다.

    이 길은 인천대공원에서 시작해서, 인천시청소년수련관, 남동경기장 예정지, 하수종말처리장, 소래습지생태공원으로 이어진다.



    인천대공원 정문 안쪽으로 조금 들어가면 자전거를 빌려주는 곳이 있고, 그 뒷쪽으로 매점들이 늘어서 있는데, 그 옆쪽으로 수풀이 우거진 작은 산책로가 바로 남동문화생태 누리길 입구다. 길을 따라 걸으면 처음에는 인천대공원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그런 수풀 우거진 산책로가 펼쳐져서, 공원 내부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느낌이 든다.

    하지만 점점 넓어지는 장수천 끼고 걷다보면 청소년 수련관이 나오고, 아파트들이 나오면서 마을 주민들의 모습들이 보이면서 공원을 벗어났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특히 자전거 길과 산책로가 분리되어 있고, 중간에 차도를 단 한 번도 지나지 않는다는 특징이 있어서, 자전거를 타고 가기에 좋게 되어 있다.  












    사실 말이 8킬로미터지, 그 거리를 온종일 걷는다는 것은 참 힘든 일이다. 비록 길이 모두 거의 평지로만 이루어져 있다 하더라도 말이다.

    게다가 인천대공원도 둘러보고, 소래습지생태공원도 둘러보고 할 요량이면, 하루에 걸어야 할 양이 너무 많아져서, 평소에 많이 걷지 않던 사람이라면 집에 돌아가는 길에 덜컥 몸살이 날지도 모른다.


    그래서 걷는 것 대신 대안으로 제시할 수 있는 것은 인천대공원에서 자전거를 빌려 타고 가는 것이다. 물론 자전거를 반납하려면 다시 인천대공원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부담이 있지만, 그래도 시간상으로나 체력적인 면으로 본다 해도 자전거를 이용하는 편이 훨씬 낫다.

    나중에 그런 이용자들이 많아지고 요구가 많아지면, 인천대공원에서 빌린 자전거를 소래습지에서도 반납할 수 있도록 될 지도 모르겠지만, 아직은 그렇게 돼 있지는 않다는 점이 조금 아쉽긴 하다.













    '남동문화생태 누리길'은 원래 수풀이 무성한 좁은 길이었던 것을, 길도 넓히고 나무도 새로 심고 해서 다듬은 것이라 한다. 그래서 길도 걷기 좋게 잘 다듬어져 있고, 중간중간 굴다리를 지날 때면 각종 조형물 등으로 예쁘게 꾸민 모습도 볼 수 있다.

    지난 6월 완공을 해서 길이 깨끗한 느낌도 있지만, 한쪽으로는 아직 새로 생긴 어색함이 묻어 나오기도 한다. 길은 누군가 목적을 가지고 만들어 놓기만 한다고 해서 길이 되는 것은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자주 이용하고 수시로 가꾸고 돌보고 다듬어야 하는, 살아있는 생명체다. 그러니 앞으로 사람들이 이 길을 많이 이용하게 된다면 차츰 더 멋있는 길로 다듬어져 갈 테다.













    길을 좀 걷다보면 옆쪽으로 비닐하우스들이 있어서, 상추나 파 같은 각종 채소들을 바로 살 수도 있다. 산책 하려다가 쇼핑을 하게 되어 두 손 무겁게 중간에 되돌아가는 일이 생길 수도 있다. 그러다가 다소 삭막한 차길 아래 굴다리를 건너고, 또 아파트 단지 옆쪽으로 길이 이어지고, 수풀이 우거지고 하천이 보이고, 그런 식으로 길은 계속해서 이어진다.  

    사실 뭔가 특별히 볼거리가 있다거나, 뭔가 대단한 것이 있는 길은 아니다. 일부만 잘라서 본다면 어느 동네에나 있을 듯 한 일반적인 산책로와 크게 다르지도 않다. 하지만 남동문화생태 누리길이 특별한 것은, 인천대공원과 소래습지생태공원을 잇는 길이기 때문이다.

    아직 많이 알려져 있지 않아서 아는 사람들만 찾아가거나, 주변에 사는 주민들이 많이 이용하고는 있지만, 한꺼번에 볼만 한 관광지 두 곳을 모두 둘러볼 수 있게 이어주는 길로 이용 가치가 있다. 하다못해 중간에 가다가 지치더라도, 아파트 단지로 빠져나와 큰 길로 나가서 버스를 잡아 타면 소래포구로 갈 수 있다.












    인천대공원에서 시작한 남동문화생태 누리길을 따라 계속 걷다보면, 아아 이게 무슨 사서 고생인가, 이제라도 포기하고 택시라도 잡아 탈까 싶을 때 쯤 소래습지생태공원에 도착한다. 사실은 그 전에 몇 번씩 그런 생각을 하다가도 소래습지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이정표를 보고 마음을 다잡을 테지만.

    어쨌든 소래습지생태공원은 소금창고와 염전으로 유명한 곳이라, 따로 설명을 덧붙이지 않아도 될 만 한 곳이다. 드넓은 갯벌이 펼쳐지고, 그 안쪽으로 네모 반듯한 염전이 줄지어 놓이고, 그 옆으로 시커멓지만 왠지 모르게 끌리는 소금창고, 그리고 어떻게 보면 생뚱맞지만 어떻게 보면 또 경관과 잘 어울리는 풍차들. 한때 많은 사람들이 모여서 힘들게 일 했던 그곳은 이제 독특한 공원으로 사람들을 맞이하고 있다.
























    여기까지 걸어온 사람이라면 이미 지쳐서 그 길들을 또 걸어볼 엄두가 나지 않을 텐데, 그럴 땐 소래습지생태공원 전시관 근처에서 지친 다리를 쉬었다 갈 수 있다. 소래염전과 이 갯벌의 역사와 특징 등을 알고 싶다면, 전시관 내부를 둘러보면 된다.

    한여름에도 바람이 많이 부는 곳이니, 앉아 있다가 이러다 얼어 죽겠는 걸 하는 생각이 들 때 쯤 슬슬 일어나서 어디로든 방향을 잡아 다시 길을 떠나보자. 소래습지생태공원 안에는 또 둘레길, 염전길, 갈대길, 습지길 등의 길들이 나 있어, 염전과 갯벌, 습지 등을 두루두루 둘러볼 수 있도록 돼 있으니 가야 할 길은 많다.



    지금이 아니면 또 언제 와서 구경을 하겠냐라며 의지를 불태우며 공원을 한 바퀴 돌아도 좋지만, 이제 정말 지쳤다며 바로 큰 길로 나가서 버스를 잡아타도 된다. 아니면 또 다른 관광지인 소래 포구를 향해 조금 더 걸어가서 뭔가 맛있는 것들로 스스로에게 상을 주어야 겠다며 발걸음을 옮길 수도 있다.

    초목과 가로수, 하천과 습지, 갯벌 그리고 바다로 길게길게 이어지는 이 길의 끝도 결국은 집으로 향할 테니까, 일단은 안심하고 어디로든 발걸음을 옮겨 보자, 길이 나를 부르는 곳까지.




    참고자료
    소래습지생태공원: http://grandpark.incheon.go.kr/icweb/html/web27/027002002001.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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