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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무 일도 없는 날의 역사적 일상 - 인천 용현동 물텀벙이 거리, 화도진 공원, 쌍우물 동네
    취재파일 2011. 12. 7. 19:19

    용현동 물텀벙이 거리


    인천시 남구 용현동 용현사거리에서 용현시장 반대쪽으로 조금만 내려가면 한 구역 전체가 하나의 주제로 된 음식거리로 조성되어 있다. 바로 '용현동 물텀벙이 거리'다. 물텀벙 골목이라고도 불리는 이곳은, '물텀벙이'를 소재로 한 음식점들이 많은데, 이 물텀벙이는 바로 '아귀'를 뜻한다.


    우리나라에서 아귀는 원래 사람이 먹는 물고기로 치지 않았다. 불과 50여 년 전만해도 어부들이 아귀를 낚으면 재수 없다 생각하고 그냥 물로 다시 돌려 보냈다. 그 때 아귀가 물로 돌아가면서 '텀벙' 소리를 낸다 해서 '물텀벙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경상도 쪽에서만 이렇게 부르는 줄 알았더니, 인천에서도 이런 이름으로 부르고 있었다니, 육지는 산으로 가로막혀 있었어도 바다는 하나로 통했던 건가 싶기도 하다.












    아귀는 입이 거의 몸통 반을 차지할 만큼 큰데, 잡아서 배를 갈라보면 각종 물고기들이 그 속에서 튀어 나온다 한다. 그래서 아구어(餓口魚), 즉 '굶주린 입을 가진 물고기'라는 이름으로도 불렸다. 이걸 줄여서 흔히 '아구'라고 부르기도 한다.

    실제로 보면 참 누가봐도 못생긴 녀석들이다. 어찌 보면 또 저 깊은 심연에서 올라온 아귀 요괴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런 이유들로 먹지 않고 버리거나, 거름 정도로만 쓰던 것이, 물고기가 귀해지고 싼 생선을 찾는 사람들의 수요 속에서 아구찜이 등장했다. 그런 요리가 개발되면서 아구는 다시 조명받기 시작했고, 이제는 아귀찜을 먹기 위해 일부러 비싼 돈 내고 찾는 사람들도 있을 정도다. 여전히 옛 노인들은 '그걸 사람이 왜 먹어' 하기도 하지만.



    어쨌든 맛만 있으면 되는 것 아니겠나, 어차피 못 먹을 것도 아닌데. 아귀만의 독특한 육질이 있어서 다른 생선과는 다르게 딱 드러나는 어떤 맛도 있고, 특히 아귀찜은 각종 채소들과 함께 양념으로 버무린 그 맛으로 먹기도 한다. 물론 다 먹고나서 밥을 비벼 볶아 먹는 것은 당연한 코스. 배가 불러 터져도 아귀찜은 밥을 볶아 먹어야 제 맛.
     
    아귀찜을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한 번 쯤 찾아가봐도 좋을 골목이다. 용현동 물텀벙이 거리에는 아구찜을 전문으로 하는 가게들이 꽤 많이 있으니, 마음에 드는 곳으로 선택해서 들어가면 된다. 가게들이 대체로 크고 깨끗한 모습이라 가족단위로 가도 넓게 앉아 먹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인천에는 용현동 말고도, 도원역 근처의 송림시장(현대시장) 맞은편에도 물텀벙이 골목이 있으니, 사정에 맞게 가까운 곳으로 찾아가면 되겠다.
     













    화도진 공원


    배불리 먹고 났으면 길을 나서보자. 밥 먹고 바로 힘든 산행을 한다든지 하는 것은 몸에 무리가 가니, 조용한 공원을 한적하게 걷는 것도 좋겠다. 근처에 이런저런 공원은 많지만, 특색있는 공원으로는 '화도진 공원'을 꼽을 수 있다. 주택가 한복판에 위치해 있으면서도 나름 역사적인 이야기도 있는 곳이다.


    화도진은 구한말 미국, 프랑스, 일본 등의 자극으로 인천 앞바다의 해안 경계를 위해 설치된 진지다. 당시 수도 서울로 물길을 통해 가려면 지금의 인천 화수동을 꼭 거쳐가야 했으므로, 그곳에 이런 진지를 설치하고 감시했다 한다.














    화도진은 또한 1882년 조미수호통상조약이 체결된 곳이다. 그 역사적 사실을 알리기 위해 동원에는 밀랍인형으로 조약 체결 장면을 표현해 놓았다 한다.

    안타깝게도 그쪽 건물들은 수리중이라 그 모습은 보지 못했지만, 다른 건물들에 옛 생활모습과 가구 등을 비치해 놓은 것은 볼 수 있었다. 방도 좁지만, 안에 있는 물건들도 아주 간소해서 조금 썰렁한 느낌을 주는데, 어쩌면 정말 옛날 사람들은 그리 많은 물건들을 방 안에 들여놓지 않았을 지도 모른다. 사실 살아가는 데 정말 필요한 물건들은 그리 많지 않으니까.

    복원해놓은 옛 건물들을 빠져나오면 줄지어 선 높은 나무들이 퍼뜩 눈에 띈다. 잘 정리된 초목들이 마치, 멀리 외곽에 있는 유적을 찾은 것 처럼 우거져 있어서, 마을 한복판에 있는 공원 치고는 꽤 산책하기 좋은 곳이다.











    화수동 쌍우물 터


    동헌 등이 있는 건물을 나와서, 숲길 같은 느낌을 주는 산책로를 따라 살짝 아래로 내려오면 옛날 대포들이 한쪽에 전시 돼 있는 광장이 나온다. 곳곳에 벤치가 마련돼 있고, 사람도 별로 없어 조용한 분위기라 한적하게 쉬었다 가기 딱 좋은 곳이다.


    그리고 특별히 공원이라는 경계 없이, 조금 걸어나가 보면 어느새 주택가로 통하는 길에 들어서게 된다. 길을 따라 조금 걸어가면 꽤 큰 규모의 우물터 하나가 나오는데, 이 부근이 '쌍우물'이라 불리는 곳이라 한다. 원래는 지금 남아 있는 이 우물터 근처에 또 다른 우물이 하나 있었는데, 그곳은 사라지고 건물이 들어서서 이제 하나만 남게 됐다 한다.

    이 우물은 옛날부터 화도진 군졸들이나 주민들이 사용하던 곳이라 하는데, 그래서 군졸과 동네 아낙이 눈이 맞는 일도 있었는지, 군졸 '동이'와 그를 사랑한 여인 '정이'의 사랑 이야기가 이곳에 얽혀 있다 한다. 그들의 이야기는 우물터 주변에 그려진 그림으로 상상의 나래를 펼쳐 짐작해 보자.























    그리고 동네


    뭔가 멋있고 좋은 곳, 그리고 기억에 남는 굉장히 아름다운 곳을 찾는다면 화도진은 딱히 감흥을 주지 못하는 곳일 수 있다. 공원이라 하기에도 규모가 작은 편이고, 역사적인 곳이라고 하기에도 조금은 싱거운 편이다. 그나마 공원 입구에서 문화해설사가 화도진의 역사에 대해 설명해 주기 때문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라면 요청해서 들어볼 만 하다.


    그런데 생각을 조금 바꾸어서 시각을 다르게 해 보자. 화도진 공원을 주변 동네까지 확장해서 생각해 보면, 이 동네 전체가 반나절 코스의 여행지가 될 수 있다. 아직 남아있는 오래된 집들과, 다닥다닥 붙어 있는 그 작은 집들 사이의 골목길.

    나의 일상과는 조금 다른 어떤 사람들의 일상들과 함께, 나른한 오후 햇살 속의 산책. 그러니까 화도진 공원을 찾아갈 기회가 생긴다면, 공원에서 전철 역까지 걸어 나오는 과정도 한 번 즐겨보자. 조금은 색다른 삶의 모습들 속에서 관광지보다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찾을 수 있을 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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