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언론들도 꽤 많이 떠들었고, 사람들 사이에 회자도 많이 됐고, 사회문제라고 여기저기서 논의도 많이 됐지만, 그래도 갑님들은 모르고 있다. 갑, 을, 병, 정으로 내려가서 결국 개발자에게 실제로 지급되는 금액은, 최초 갑이 을에게 지급한 금액의 반 이하라는 사실을 모르는 갑들이 참 많다.

대체 어째서 아직도 그걸 모르고 있는지 이해가 안 되지만, 짐작하건데 관심이 없어서 그런 거다. 자기네들이 을에게 지급한 돈만 관심있고, 을에게 그렇게 지급했으니 그쪽을 통해서 어째어째 들어온 개발자들은 그만큼의 값어치를 해야 한다는 논리다.

근데 그게 말이 되나. 내가 아무리 금 볼펜을 1만원 주고 샀다 하더라도, 중국 제조공장에서 애초 원가가 10원 짜리였다면 그 볼펜은 10원 값어치 밖에 못 하는 거다. 중간 유통과정에서 엄청난 마진이 붙여져서, 억울하게 비싼 가격을 주고 샀다 하더라도, 그 유통마진만큼의 가치를 제품 자체에 기대할 수는 없는 것 아닌가.

그런데 금융권이나 관공서 등의 발주처 담당자들은 이런 얘기를 해주면 '에이, 그렇게까지 안 떼 먹는다'라며 헛소리 하지 말라는 식의 반응을 보이는 사람들도 꽤 있다. 그런 사람들에게 이런 사실을 알리는 게 먼저가 돼야하지 않을까 싶다. 언론이고 토론회고 하면서 아무리 떠들어봐야, '그건 남 일이고'라는 태도를 보이는 사람들이 많은데 무슨 문제의식이 생기고 개선을 바랄 수 있겠나.

여기서 일단 딱 잘라 말하건데, 어떤 프로젝트건 을에게 넘겼다면, 최종적으로 진짜로 작업하는 개발자들에게 돌아가는 몫은, 최초 을에게 지급한 1인당 인건비의 절반 이하라는 거다. 심할 경우엔 말도 안 되는 금액을 지급받기도 한다. 중간 업체들은 최소한 관리비 명목으로 1인당 4백 정도는 떼 먹으니까.

p.s.
하도급 문제는 이미 많이 다뤄졌지만, 갑 실무자들 중에는 '그건 다른 쪽 이야기지'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꽤 많기 때문에, 일일이 각 사례를 짚어서 틈 날 때마다 소개할 예정임. 보는 입장에서는 '이거 전에 나온 거잖아'라고 명확히 알 수 있지만, 이상하게도 갑 쪽 실무자들은 그게 자기 회사 이야기라고 생각하질 않기 때문. 보고있나 너네은행

Posted by 빈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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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김아무개 2013.08.26 15:4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SW분야 법적분쟁조정에 참여한적이 있습니다. 발주금액 2억8천만원짜리앱개발 사업이 4계단을 거치면서 최종 프리랜서 1인이 4백만원에 개발완료 했다가 추가개발 요구한거 거절했다가 드러난 사업이드랬죠;;

  2. 소모품 2013.08.26 16:4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런 상황인데 왜 대한민국SW는 망하지 않는게 너무 이상해요.

  3. pss 2013.08.27 00:1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글쎄요 지금 이이야기는 이 시장에서 소비자보고 원가 다 따져가면서 물건의 값어치를 계산하라는 의미인데, 결국 그럼 소비자는 본인이 지불한 것은 얼마가 되던간에 원가가 얼마니깐 납득하라는 거네요.

    • 빈꿈 2013.08.27 18:3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무엇보다도 갑이 소비자라는 입장에서 노동자들을 상품으로 생각하는 것 자체가 문제입니다.

    • A2 2013.09.06 09:51  댓글주소  수정/삭제

      그럼 친구한테 케익 사달라고 만원 줬더니 지가 중간에 떼먹고 조각케익 사다주면 빵집가서 따지시겠네요.

    • 어느 개발자 2013.09.10 12:05  댓글주소  수정/삭제

      고급이라고 해서 10만원짜리 빵을 팔길래 샀는데 유통과정을 거치면서 비용이 떼여서 밀가루가 수준 이하의 제품을 쓰게 되었고, 그 빵을 사 먹은 소비자가 배탈이 났습니다. - 와 비슷한 문제죠.

      그걸 고치자는 겁니다.

  4. pss 2013.08.27 00:1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결국 이 문제는 사회적 문제가 될 수 있는 이슈이긴하지만 갑과 을 관계에서 문제가 아닌, 타당성있는 보수체계를 반영못하는 SW회사들의 문제라고 보여지네요 이러한 문제를 얼마나 현실성있는 대가기준을 세울수있냐 보다는 기준이된 보수체계를 얼마나 회사에 반영하나 이 차이 아닌가요? 지금 소프트웨어 사업 대가 기준에 나오는 비용 자체는 사실상 현실보다 높으면 높았지 낮지는 않습니다.

  5. pss 2013.08.27 00:1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결국 이 문제는 사회적 문제가 될 수 있는 이슈이긴하지만 갑과 을 관계에서 문제가 아닌, 타당성있는 보수체계를 반영못하는 SW회사들의 문제라고 보여지네요 이러한 문제를 얼마나 현실성있는 대가기준을 세울수있냐 보다는 기준이된 보수체계를 얼마나 회사에 반영하나 이 차이 아닌가요? 지금 소프트웨어 사업 대가 기준에 나오는 비용 자체는 사실상 현실보다 높으면 높았지 낮지는 않습니다.

    • wolf 2013.08.29 20:02  댓글주소  수정/삭제

      이분은.. 현지 농민들이 재배해서 받는 가격의 10배 이상을 주고 마트에서 사먹으면서 왜 이리 비싸냐고 농민들 욕할 분일쎄..
      "그럼 현실적인 가격에 중개하는 곳하고 거래하면 되지!"라고 지껄이는 것 같은데.
      뭐 어쩌라구요. 다들 텔레파시라도 통하는지 담합해서 떼먹고 있는데. 그냥 농민들은 농사 그만 두는게 답이고 소비자들은 비싸니 안 사먹는게 답이고. 밥만 먹으면 사는데 야채정도는 안 먹어도 살겠죠?
      애초에 개발자들은 무슨 식당 종업원 취급하는거부터가..
      "그럼 소비자와 농민이 직거래를 하면 되지."
      개뿔.. 개발 경력이나 과제 참여 이력이 없는 개발자가 갑과 거래할 수 있을까요? 진짜 개발자는 한명도 없으면서 과제비 떼먹기만 하는 서류 만능 회사가 훨씬 일을 잘 따냅니다.
      그럼 사람 취급 못 받는 개발자는 무지막지하게 떼이는 걸 알더라도 자기가 좋아하는 일 하면서 먹고 살아 보려고 하는 거죠.

      제가 열심히 일해서 힘을 모은 후에 언젠가는 한국 개발자들 국내서 개고생하지 말고 통번역 붙여서 해외에 알선하는 일을 할껍니다.
      한국 개발자가 개발한 SW를 해외 업체에서 도로 구입해서 쓰게되는 역수를 경험해 봐도 못 고쳐질 재벌근성들..

    • 빈꿈 2013.08.30 18:2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wolf님> 통번역 붙여 해외 알선하는 일, 때 되는 같이 했으면 좋겠습니다.

    • Mr.Lull 2013.10.01 17:32  댓글주소  수정/삭제

      호... 비슷한 아이템을 구상중인데... 괜찮은데요?

    • 비안개 2013.11.05 17:09  댓글주소  수정/삭제

      wolf님... 좋네요... 역수....
      되면 능력은 없지만 참여하고 싶네요...
      자바말고 다른일 하고 있어서...
      타언어도 공부할테니~ 참여하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