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자주, "직원은 쪼아야 열심히 일 한다"는 말을 공공연히 하는 분들을 만날 때가 있음. 같은 부류들끼린 이게 기정 사실인 양 서로 동조하고 하는 것 같았음. 

물론 이것저것 시키고 쪼으면 일 하는 것처럼 보이긴 보임. 일단 시키는 일 하면 눈에 확실히 보이고 체크할 수도 있으니까 당장은 만족스럽겠지. 

하지만 그게 계속되면 직원들은 시키는 일만 하게 되고, 안 시키는 일은 거들떠도 안 봄. 그리고 '열심히 해서 뭐 하나, 어차피 또 시킬건데'하며 점점 하는척이 늘어남. 게다가 권한도 책임도 없이 도구로 전락한 처지를 깨달으며 그냥 월급만 보며 꾸역꾸역 회사 나가는 상황이 슬슬 펼쳐지게 됨. 이게 몇 년 되면 조직개편이다 뭐다 하면서 쇄신에 나서도 아무 소용 없음.

결국, 빡쎄게 쪼는 회사는 문제가 터질 확률이 점점 더 커질 수 밖에 없음. 시스템에서 구멍이나 취약점이 발견돼도, 위에서 시키지 않았으니까 안 막으니까. '그걸 왜 자발적으로 나서서 막어? 위에서 시키지도 않았는데. 시키는 것만 해도 맨날 야근인데.'라는 생각이 만연하게 됨.

일 터져도 니 탓, 시키는 일 안 해도 니 탓, 일정 못 맞춰도 니 탓, 항상 그렇기 때문에 회의라고 해봤자 니 탓이요 미루는 상황만 펼쳐지고, 서로 일 안 맡으려고 떠밀고.

최근 사태가 터진 어떤 회사를 보며 이런 게 문득 떠올랐는데, 문제는 의외로(?) 이런 회사들 많다는 거.
 
Posted by 빈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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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yodri 2014.11.28 23:4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 정말 공감 공감

  2. 스페로 2015.01.06 03:1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완전 공감합니다.
    한국에서 개발할때는 대기업이던 스타트업이던 개발자를 쪼아야 한다는 의식이 항상 있었습니다. 가령 영업이 고객과 이야기할때 굉장히 당연하게 "개발자를 쪼아서 000를 00까지 하겠습니다"라는 말로 고객을 안심시킨다던가, 팀장이 사장에서 개발자를 쪼아서 00를 하겠습니다란 식으로 사장 기분을 좋게 한다거나. 개발자를 쪼으면 갑이 기분좋아지는 것이 한국기업 문화였던것 같네요.
    해외에 일하는 지금은 개발자를 쫀다는 이디엄 자체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