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만 되면 친척들의 스트레스 받는 말들로 고생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건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주로 "성적은 어떠냐", "대학 가야지?", "직장은 구했냐", "돈은 좀 모았냐", "결혼 안 하냐", "애 안 낳냐", "둘째 안 낳냐", "셋째 안 낳냐" 등등.

 

어쩌면 한 90살 쯤 된 분은 60세 미만에게 "연금은 잘 넣고 있냐", "보험은 하나 들어야지?", "일자리는 알아보고 있냐" 등의 말을 할 수 있을런지도 모른다.

 

어쨌든 한 친구가 어느날 깜짝 놀랐는데, 그 듣기 싫어하던 말들을 어린 조카들에게 그대로 하고 있더라고. 피해자가 자기도 모르게 다시 가해자가 되는 건 순식간. 그럴 위험이 높다는 것도 여러 연구자들이 이미 발표한 사실이기도 하고.

 

"공부 잘 하고 있냐" 정도는 그냥 할 수 있는 말 아니냐고, 그런 말 안 하면 대체 무슨 말을 해야 하는 건지 모르겠다며 애써 자신을 항변했지만, 스스로도 이미 깨달았을 거다, 그렇게 꼰대가 돼 가는 거라고.

 

 

"내 하기 싫은 일은 남도 하기 싫다"라는 말이 있다. 己所不欲勿施於人. 논어에 나오는 말이다.

 

할 말이 없으면 안 하는 게 맞다. 굳이 애써 무슨 덕담을 해야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힐 필요는 없다.

 

그냥 다같이 모여서 일년에 한두 번 면벽수행이나 함이 어떠리. 조용하게 보낼 수 있어서 좋고, 이상한 것 시킨다고 나에게 오기 싫어하면 더욱 좋고. 여러모로 좋다. 물론 스스로 면벽수행에 익숙해 있어야 한다는 사전 준비는 필요하다.

 

아무쪼록 꼰대에 한 걸음 다가가지 않는 명절이 되길 빈다.

 

Posted by 빈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