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015년 5월) 해운대 해수욕장 개장을 앞두고 부산 해운대구는 해수욕장 운영 계획을 발표했다. 대대적인 복원공사로 백사장도 넓어졌겠다, 나름 야심차게 뭔가 해보려는 마음이었을 테다.

 

백사장에 행사존, 키드존 등의 여러 구역들을 만들어서 용도별로 쓴다는 계획 속에는, '외국인 특화존'이라는 것이 눈에 띄었다. 당장 부산 시민들부터 반발했다. 지난 불꽃축제 때도 외국인 전용 관람석을 운영해서 상대적 박탈감을 느꼈는데, 이젠 해수욕장에도 외국인에게 특혜를 주는 거냐는 비난.

 

이건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비난이었는데, 흥미로운 것은 이번엔 외국인들도 영어권 커뮤니티를 통해서 이 정책에 대한 비난을 했다는 것이다. 외국인을 구역 정해서 몰아넣으려는 인종분리 정책 아니냐는 비난.

 

 

내국인 외국인 모두의 비난에 휩싸인 해운대구는 해명을 했는데, 외국인 특화존은 원래 내외국인 아무나 사용할 수 있는 공간이라는 것. 백사장에 빽빽하게 들어선 파라솔 때문에 선탠, 태닝, 해변 스포츠 등을 즐길 수 없는 상황을 개선하고자 만든 공간이라고.

 

그리고 마침내 '외국인 특화존'은 '스포츠존'으로 이름을 바꾸었다. 당연히 내외국인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공간으로 운영되고.

 

 

이번 해운대 사건은 관심 없는 사람들은 아예 모르는 작은 에피소드 정도로 간단히 끝났지만, 한국을 찾는 외국인들이 점점 늘어날수록 이런 사건은 점점 더 많이 늘어나지 않을까 싶다. 예전에 외국인 관광객이 귀할 때, 별로 없을 때, 외국인을 유치하겠다고 주었던 각종 특혜들을 아직도 여전히 유지하는 곳들도 분명히 있을 테니까.

 

지역 축제나 관광명소 같은 데서 외국인을 배려한다는 취지에서 만든 것들 중에, 차별 혹은 역차별적 요소가 있는 것들도 꽤 봤었다. 외국인 안내를 위한 부스를 따로 설치한다든지 하는 것은 당연히 배려 차원에서 운영해야만 하는 게 맞다. 그런데 외국인들만 따로 전통행사 체험을 하게 해준다든지, 따로 좌석을 배치해 준다든지 하는 것들은 분명히 차별이다. 내국인에겐 기회 박탈, 외국인에겐 인종 차별.

 

 

이제 이런 문제들을 꼼꼼하게 고민해볼 때가 됐다. 외국인 배려와 특혜, 차별과 역차별 등의 문제 말이다. '과연 이 조치가 배려일까 특혜일까, 혹은 차별일까'라는 고민. 이미 늦었으면 늦었지 결코 빠른 시기는 아니다.

 

관련 단체나 주체자, 실무자들부터 이런 것들을 좀 인지하면 좋으련만... 아무래도 시간이 좀 걸리지 않을까 싶다. 조금이라도 빨리 변화시키려면 보이는 족족 비판의 목소리를 보내주는 수 밖에 없지 않을까.

 

 

p.s. 참고자료

* 부산해운대구, 외국인특화존 '스포츠존'으로 불러주세요 (연합뉴스)

* 외국인도 내국인도 안 반기는 해운대해수욕장 '외국인 특화존' (부산일보)

 

 

Posted by 빈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