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에 한동안 비가 막 쏟아붓다가 또 말끔하게 그치고 달이 뜨기도 했다. 하지만 해질녘부터 시작한 아오바 공원 캠핑장의 스산한 바람은 밤이 되니 조금 더 강해졌다. 텐트가 날아갈 정도는 아니지만 주변 나무들이 쏴아하고 쓸리는 소리가 크게 들리며 나뭇잎 등이 바람에 날아다녔다. 그래도 캠핑장이 음산한 느낌은 아니라서, 혼자 있어도 그 모습들을 감상하며 잠을 이룰 수 있었다.

 

새벽 쯤엔 추워서 잠을 깨기도 했다. 반팔티와 반바지로 홋카이도 여름 밤을 밖에서 지내기엔 무리였다. 그렇다고 딱히 가져 온 옷도 없었으니 대강 텐트 깔개를 둘둘 말아서 다시 잠을 청했다. 그래도 춥긴 했는데 그럭저럭 잠은 청할 수 있었다. 

 

 

일찍 일어나려고 일어났다기보다는 추워서 선잠에 들었다다 깼다가 하다가 해가 뜨자 일어나서 나왔다고 할 수 있다. 이때까지만 해도 이번 밤만 그런 건지, 매일 그런 건지 알 수가 없어서 일단 하룻밤 더 지내보자는 생각이었다.

 

어쨌든 아침은 상쾌하게 세븐일레븐. 홋카이도 쪽 세븐일레븐은 이 당시, 큼지막한 오니기리 한 개를 백 엔에 판매하는 행사를 하고 있었다. 전국에서 그 행사를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예쁜 스티커 붙인 일반 상품들과는 다르게 좀 허술한 모양과 포장을 하고 있는 오니기리였다. 물론 다른 것들보다 크고 싸서, 아침 일찍 가지 않으면 다 팔리고 없을 정도로 인기가 좋았는데, 맛은 그냥 주먹밥이었다. 주로 작업복 차림을 한 사람들이 많이 사 가더라.

 

한 번은 아는 일본인에게 그런 질문을 했던 적 있다. "오니기리가 일본인들의 소울 푸드라며?". 그랬더니 어디서 그런 걸 주워 들었냐는 표정을 하며 피식 웃으며 시큰둥하게 대답하더라. "옛날엔 그랬는지 몰라도, 지금은 상 차리기 귀찮거나 돈 없을 때 먹는 음식이지 뭐". 하긴 한국의 라면도 옛날엔 귀한 손님 왔을 때 끓여주던 음식이었지. 물론 이 대답을 한 녀석이 좀 삐딱한 놈이라서 이런 대답이 나온 건지도 모른다, 전통을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다른 대답이 나왔을지도.

 

대체로 차를 타고 온 사람들은 제대로 된 도시락을 집어 가는데, 머리에 수건 덮어 쓰고 작업복 차림을 한 사람들은 오니기리와 물 한 통 정도를 사 가는 걸 보고 그런 기억이 떠올랐다.

 

어쨌든 이건 금방 다 팔리는 레어 아이템이로구나 하는 느낌이 딱 왔고, 그래서 한꺼번에 네 개나 사서, 하나는 먹고 나머지는 비닐봉지에 넣고 자전거에 묶어놓고 다녔다. 한국의 식당에서 볼 수 있는 조그만 공깃밥 한 개를 그대로 주먹밥으로 만든 듯 한 크기라서 한 개 먹으니 배가 불렀다. 맛이 없어서 배가 불렀다는 느낌이 들었을지도. 작은 김 조각 하나 붙어 있는데, 일본의 싸구려 김은 정말 맛이 없다. 좀 비싼 라멘 집을 가도 맛 없는 김이 나올 때가 많은데, 이런 걸 어떻게 좋다고 먹고 사냐 싶기도 하고.

 

홋카이도 자전거 캠핑 여행 2

 

 

 

 

홋카이도 자전거 캠핑 여행 2

 

편의점 밖 구석 그늘진 곳에서 오니기리 하나와 콜라 하나를 아침으로 먹고 다시 길을 떠났다. 일본에 갈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콜라는 싸서 좋다. 코크 큼지막한 캔이 백 엔 남짓이니, 한국에 비하면 정말 싸다. 한국 콜라는 무슨 삼다수로 만든 건지.

 

어쨌든 본격적인 페달질을 시작했다. 목적지는 대략 후라노 정도로 정했다. 홋카이도에 왔으니 관광지도 구경해보자는 생각이었다. 홋카이도에 왔으니 바다도 구경해봐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계속 했지만, 결국 바다 구경은 하지 못 했다. 뭐 그거야 비행기 타고 오면서 봤으니까.

 

홋카이도 자전거 캠핑 여행 2

 

 

홋카이도 자전거 캠핑 여행 2

(이것이 그 유명한... 그냥 길 가의 나무)

 

 

홋카이도 자전거 캠핑 여행 2

 

국도를 타고 가니 완전 그냥 시골이었다. 군데군데 '나 맛집 소개에 좀 나왔소' 싶은 아이스크림 가게라든지 음식점 같은 게 가끔씩 보이기도 했는데, 나머지는 그냥 시골 풍경. 국도 옆으로 갓길이 넓게 있어서 자전거 타기는 꽤 좋았다. 물론 갓길엔 자동차가 지나다니며 밟아서 흐트려놓은 돌 조각이나 유리조각 등 각종 이물질들이 많아서 타이어 펑크에 신경이 쓰이긴 했다.

 

 

 

홋카이도 자전거 캠핑 여행 2

 

 

 

아이스크림 가게가 은근히 많이 보인다. 농장에서 만든 우유로 만든 신선한 아이스크림, 뭐 그런 컨셉 같은데 문제는 비싸다. 맥도날드 아이스크림 콘 같은 크기의 아이스크림이 막 300엔 씩 하면 오니기리가 세 개. 나는 이런 거 못 먹는다, 여러분들이 대신 많이 먹어라.

 

목축업을 많이 하는지 홋카이도의 좀 큰 마트엔 싼 우유가 많더라. 북해도 우유 같은 것들은 세일하면 대략 1리터 짜리가 백 엔도 안 되는 것들도 있었다. 잠 잘 곳 정해지면 저녁엔 물 대신 우유를 마시기도 했다.

 

홋카이도 자전거 캠핑 여행 2

 

홋카이도 자전거 캠핑 여행 2

 

 

홋카이도 자전거 캠핑 여행 2

 

한참 잘 가다가 갑자기 마른 하늘에 비가 퍼부었다. 먹구름 한 뭉치가 머리 위로 오더니 비를 미친듯이 막 퍼붓는다. 7, 8월 홋카이도 내륙 쪽 날씨는 그랬다. 느닷없이 갑자기 비가 쏟아지고, 시간 좀 지나면 또 언제 그랬냐는 듯 파란 하늘이 나온다. 동남아의 스콜 처럼 정해진 시간에 쫙 쏟아붓고 끝나는 게 아니라 수시로 쏟아졌다 그쳤다를 반복해서, 언제든 하늘이 좀 어둑해진다 싶으면 잠시 비를 그어 갈 곳을 찾아야 했다. 

 

홋카이도 자전거 캠핑 여행 2

 

여기서도 비가 갑자기 후두둑 쏟아지길래 큰 나무 아래로 잠시 피해 있는데, 지나가던 트럭들이 물안개를 쫙 만들어놓았다. 하늘에서 떨어지는 물 피하면 뭐하냐 땅에서 물이 튀겨 올라오는데. 그래도 빗길에 타이어 다 닳은 자전거 타고 다니는 건 위험하니까 틈틈이 쉬어 간다.

 

홋카이도 자전거 캠핑 여행 2

(겉 모습은 거의 폐가 분위기인데 가끔 사람들이 이용하기도 하는 기차 역)

 

홋카이도 자전거 캠핑 여행 2

(북해도 신문. 아무래도 신문사 건물인 것 같은데, 회사 건물 치고는 너무 이쁘다. 홋카이도는 이쁜 집들이 많더라.)

 

(잠시 그쳤다가 또 비)

홋카이도 자전거 캠핑 여행 2

(잘 곳 못 찾으면 저런 데서 하룻밤 묵어도 괜찮지 않을까 생각하기도 하고)

 

홋카이도 자전거 캠핑 여행 2

 

 

산을 올라가니 정말 날씨를 종잡을 수가 없다. 수시로 비가 내렸다 그쳤다 반복하니 아예 가벼운 비는 맞고 그냥 갔는데, 오르막길이라 자전거를 끌고 올라가는데 비까지 맞으니 참 시원하고 좋더라(겠냐).

 

이쪽 산길로 가니까 차도 별로 안 다니고, 경치도 좋고, 비도 많이 오고, 자전거도 끌고 걸을 수 있어서 좋기도 했지만, 나중에 알고보니 꽤 높은 산을 두어 개 넘는 이런 짓을 안 해도 됐더라. 이게 다 구글 지도 때문인데, 이 삽질의 기록은 다음 편에.

 

 

Posted by 빈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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