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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듣는 위안부 할머니 이야기 - 서울시 일본군 위안부 강연회서울미디어메이트 2017. 2. 23. 17:53
22일, 서울시청 본관 대회의실에서는 '문서와 사진, 증언으로 보는 '위안부' 이야기'라는 강연회가 열렸다. 서울시와 서울대학교 인권센터가 위안부 사례집을 발간하고, 그에 따른 첫 시민 강연회를 연 것이다.
일본군 '위안부'에 대해서 어느 정도는 안다고 생각했지만, 여태까지 한국 정부가 공식적으로 자료를 수집하고 발간하거나, 대대적인 실태 조사를 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다는 사실을 이번에 처음 알게됐다.
심지어 '위안부 할머니'도 정부에서 조사를 한 것이 아니라, 오로지 개개인의 신고에 의해 파악된 것이 전부라고 한다. 이런 말을 듣고서야 나 역시도 위안부에 대해 잘 모르고 있었다는 것을 다시 느꼈다.
서울시는 작년(2016년)부터 '일본군 위안부 기록물 관리 사업'을 추진했고, 그 중 하나로 서울대학교 인권센터와 함께 '문서와 사진, 증언으로 보는 일본군 위안부 이야기'라는 책을 펴냈다.
이 책은 위안부 피해자 10인의 증언과 함께, 미국, 태국 현지조사를 통해 새롭게 발굴한 자료까지 분석해 제작한 첫 사례집이라 한다. 그동안 위안부 연구는 주로 일본의 공문서를 활용했지만, 이번에는 미국과 연합국 자료를 새로 발견하여 의미가 있다.
강연회 밖 복도에는 일본군 위안부에 대한 설명 자료들이 전시되고 있었다. 다들 알고 있겠지만, '위안부'는 아시아 태평양 전쟁기에 일본군이 군인들에게 여성의 성을 제공하기 위해 만들어진 시스템이다.
한때는 '정신대'라는 이름으로 불리기도 했지만, 정신대는 공장 등에서 노동력을 착취당한 '근로정신대'도 있기 때문에, 위안부는 구분된다. 또한 '종군 위안부'라는 말에서 '종군'은, 자발적으로 군을 따라갔다는 의미가 내포되므로, 요즘은 그냥 '일본군 위안부'라고 부른다.
한쪽에는 위안부 할머니들이 그린 그림들도 전시되어, 강연장을 들어가는 시민들이 잠시나마 다시 한 번 그들의 아픔을 느껴보는 계기가 마련됐다. 그래서인지 강연장을 들어서는 시민들은 모두 숙연한 분위기였다.
이번 강연회는 사전 참석 신청을 한 200여 명의 시민들이 모여서 대회의실을 꽉 채웠다. 본격적인 강연회가 시작되기 전에 '위안부 할머니'로 유명한 '김복동 할머니'와 '박원순 서울시장'의 인사말이 있었다.
김복동 할머니는 이 자리에서 "왜 내 나라에 세운 소녀상을 자기네들이 치우라 어째라 하느냐"며 일본 정부를 비판했다. 그리고 "이미 정대협(정신대문제 대책협의회)이 있는데 또 무슨 재단이 필요하냐"면서, "재단을 세우려면 정부가 세우면 되지 왜 그런 합의를 해서 돈을 받느냐"며 2015년에 있었던 '한일 위안부 합의'를 비판했다.
그러다가 "너무나도 억울하고, 평생을 이렇게 고생하고 억울하게 한을 풀지 못하고 있는 우리들이 그 1억 원 받겠다고..."하시며 눈시울을 적시며 말을 잇지 못 하기도 하셨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2000년 일본 도쿄에서 열린 여성국제범법정에서 남북공동검사단 기소 검사를 맡았던 경험을 언급하며 인사말을 했다.
그는 "일본정부로부터 10억 엔을 출연받아 화해와 치유재단을 만들어 할머니들께 더 큰 상처를 줬다"며 한일 위안부 합의를 비판했다. 또한 "생존 할머니 39분 모두 건강이 굉장히 악화된 상태다. 이분들이 돌아가시기 전에 명예회복과 정의가 실현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며, 진정한 사과를 통한 화해와 치유를 강조했다.
또한 "서울은 역사를 기억하는 도시, 역사를 성찰하는 도시로 거듭나고 있다"고 말했는데, 이는 행사에 앞서 동영상으로 소개된 서울시의 각종 역사 사업들에 관한 것들을 함축한 말이었다.
서울시는 위안부 기록물 관리 사업과 함께, 이 기록물들을 유네스코 기록문화유산에 등재하기 위한 지원을 하고 있다. 그리고 남산통감관저터에 '일본군 위안부 기억의 터'를 조성했다. 또한 최근에 박 시장은 서대문형무소 역사관에서 '3.1운동 100주년, 대한민국 100주년' 맞이 서울시 기념사업으로, 2019년 개관을 목표로 한 '대한민국 임시정부기념관' 건립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인사말에 이어 강연회가 시작됐다. 강연은 강성현 교수(성공회대 동아시아 연구소)와 박정애 교수(동국대 대외교류연구원)의 순서로 진행됐다.
이 강연에서 그동안 대한민국 정부는 제대로 된 일본군 위안부 자료 수집조차 하지 않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리고 위안부는 그 옛날 일본군에게 끌려갈 때 하나의 역사가 시작됐고, 현대에 접어들면서 그 역사를 증언하고 사회에 알리면서 또 하나의 역사가 시작됐다고 볼 수 있다는 것도 알게 됐다.
전쟁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오면서 모든 고통과 싸움이 끝난 것이 아니었다. 이후 증언을 시작하면서 국내에서도 '그게 무슨 자랑스러운 일이라고 떠들어대느냐'라는 비난에 맞서 힘겨운 싸움을 해야만 했다. 지금은 그래도 그나마 좀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세상의 벽 앞에서 종종 눈물을 흘리고 있다.
강성현 교수는 이번 '위안부 이야기' 책자를 펴내면서 수집한 자료들을 소개하며, 분명히 위안부는 일본군의 체계적인 감독과 통제가 있었다는 사실을 알렸다. 그리고 강연 마지막에 우리는 이 위안부 할머니들의 외침에 '어떻게 응답할 것인가?'라는 화두를 던졌다.
이어진 강연에서 박정애 교수는 "들어주는 사람이 (위안부 할머니가) 하나를 얘기하면, '그러셨죠. 고생하셨죠. 정말 나쁜 사람이에요.' 하는 반응에 치유를 하면서 얘기를 한 것이죠"라고 말했다. 그러니까 어쩌면 치유의 시작은 우리부터가 그들의 이야기를 관심을 가지고 들어주고, 또 호응해주는 것이 아닐까.
강연회 내용을 모두 알려주기는 어렵다. 주로 역사적 증거나 사례 위주로 단편들을 소개하는 방식이었기 때문에, 한 마디로 요약할 수가 없다. 그리고 텍스트로 읽는 것보다는 강연 내용을 동영상으로 듣는 게 더 나을 테다. 따라서 강연 내용을 요약하기보다는 녹화된 방송을 볼 수 있는 주소를 링크 걸어두겠다.
아래 링크 걸어둔 '라이브 서울' 사이트로 들어가면 이날 있었던 강연을 다시보기 할 수 있다.
> '문서와 사진, 증언으로 보는 일본군 위안부 이야기' 강연회 녹화방송 (라이브 서울)
책자는 비매품으로 서점에선 판매하지 않고, 도서관에서 찾아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사실 이날 강연회 전에 잠시 수요집회에 가봤다. 비 오는 날인데도 꽤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김복동 할머니는 이 행사를 마치고 강연회장으로 왔을 테다. 생존한 피해자는 총 39명. 이들도 모두 연로하셔서 그리 오래 세상에 머물러 계실 수는 없다. 아무래도 현실이 그리 녹록치 않아 보인다.
아직도 소녀상 바로 옆에는, 혹시나 있을지 모르는 상황을 대비해서 소녀상을 지키는 사람들이 있다. 어째서 이런 상황이어야 하는지 의문도 들고, 참 안타깝기도 하고, 그래도 이런 사람들이 있다는 게 다행스럽기도 하다.
무거운 이야기라서 말을 하기도 조심스러운 주제지만, 그렇다고 말을 하지 않으면 무관심 속에 잊혀질 테다. 아무쪼록 관심의 끈은 놓지 않고, 살면서 어느 구석에선가 작게 소식이 들려오면 각자 나름의 방식으로 호응을 보이도록 하자. 그렇게 세월이 지나도 잊지말고 기억하도록 하자.
p.s.
이 글은 서울미디어매이트 기자단 활동으로 썼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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