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마포 문화비축기지 - 숨겨졌던 석유저장탱크가 문화시설로
    국내여행/서울 2017. 9. 30. 20:49

    '문화비축기지'는 마포 월드컵경기장 맞은편에 조성된 복합문화공간이다. 근 41년간 일반인의 접근이 통제됐던 석유비축기지를 도시재생을 통해 새로운 공간으로 새롭게 탄생했다.

     

    1973년 10월 중동전쟁이 발발하면서 산유국들이 석유 생산 감축과 가격인상을 단행했다. 그 결과, 원유 가격은 불과 3개월만에 약 4배로 치솟았고, 전세계가 이 영향으로 물가가 치솟고 성장이 둔화됐다.  

     

    이 사건을 겪고난 후, 76년부터 78년까지 마포에 석유비축기지를 만들었다. 5개 탱크에 당시 서울시민이 한 달 정도 버틸 수 있는 양의 석유를 비축한 것이다. 이 석유비축기지는 2002년 월드컵 개최를 앞두고 위험시설로 분류되어 폐쇄됐고, 이후 별다른 활용 방안을 찾지 못하고 버려졌다.

     

    이런 시설을 해체하고 재활용해서 공연장과 강의실, 공원 등으로 만들어 2017년 9월 1일 문화비축기지라는 이름으로 오픈했다. 아직 마무리 작업이 한창이고, 공사중인 곳도 있는 상황이라 완전한 모습이 갖춰지지 않은 모양새인데, 10월 14일에 개원 기념 시민축제가 예정돼 있으니, 이 날을 기점으로 본격적인 운영에 들어가지 않을까 싶다.

     

     

    문화비축기지는 T0부터 T6까지 총 일곱 개의 공간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런데 T0은 주차장으로 쓰이던 야외공간에 문화마당이라는 이름을 붙인 것으로 특정한 시설물이 아니므로, 건물이라고 부를 수 있는 것은 총 여섯 개다.  

     

     

    월드컵경기장에서 길을 건너, 넓은 야외 공간을 지나며 언덕 쪽을 올려다보면 제일 먼저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바로 T6, 커뮤니티센터다. 황량한 앞마당 뒷쪽에 녹슨 철판이 외벽으로 붙어있는 건물 모습이 인상적이다. 이 외벽 철판들은 T1과 T2 탱크를 해체하면서 나온 것을 재활용했다 한다.

     

     

     

    무거운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면 바로 카페가 나온다. 아주 넓은 공간에 드문드문 책상과 의자가 놓여 있는데, 대부분 사람들이 마당쪽을 볼 수 있는 창가에 붙어 앉아 있어서, 문을 열고 들어가자마자 모두들 나를 쳐다보는 부담을 즐겁게 느낄 수 있다.

     

    사람들이 별로 찾지 않을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는지, 빈 공간이 많은데도 의자는 그리 많지 않은 편이다. 뻥 비어 놀고있는 공간이 많아서 좀 아깝다는 느낌이 들 정도다. 차차 조금씩 채워지지 않을까 싶다.

     

     

    카페 공간을 지나서 윗쪽으로 계단을 통해 올라갈 수 있고, 더 윗쪽으로는 나선형 비탈길로 올라가게 만들어 놨다. DDP의 나선형 복도와 거의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복도 치고는 너무 넓은 느낌. 이 건물은 모든게 넓직넓직하다.

     

     

    옥상공간이 있다고 해서, 이 일대를 내려다 볼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가봤는데,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그런 옥상이 아니었다. 그냥 바깥으로 나가서 뻥 뚫린 천장으로 비를 맞을 수 있는 공간이다. 문 하나 외에는 사방이 높은 벽으로 둘러쳐져 있어서 감옥 느낌을 느껴볼 수도 있다.

     

     

     

     

    커뮤니티센터를 중심으로 나머지 다섯 개의 탱크를 둘러볼 수 있다. 처음엔 잘 보이지 않아서 당황스럽지만, 찬찬히 하나씩 짚어가보면 다 가까운 곳에 위치해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커뮤니티센터 바로 뒷쪽에 있는 T2는 공연장이다. 아랫쪽은 실내 공연장, 윗쪽은 야외 공연장.

     

     

    입구로 사용되고 있는 부숴진 탱크 시설을 지나면 깨끗한 실내 공연장 모습이 나온다. 부숴진 콘크리트에서 석면 가루 같은 유해물질이 날리지 않을까 걱정되기도 하는데, 당연히 마감 처리를 했겠지.

     

    그래도 회색 콘크리트를 그대로 놔두는 것보다는 시민들을 모아서 자유롭게 벽화를 그리도록 해서 난장판으로 꾸미면 좋을 듯 하다. 어차피 문화 공간이니까. 그렇다고 비싼 돈 들여서 업체 사서 여기저기서 볼 수 있는 뻔한 벽화 그리려 하지는 말았으면 싶고.

     

     

     

    T2 건물 윗쪽으로 올라가면 야외 공연장이 나온다. 이 공연장은 마치 그리스나 로마의 작은 원형 경기장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한다. 앞쪽 무대쪽 콘크리트를 직선으로 자르지 말고, 자연스럽게 허물어진 모양으로 하는게 더 낫지 않았을까 싶다.

     

     

     

     

    그 옆쪽에 있는 T3는 탱크의 원형. 유류저장탱크 원형을 그대로 보존해서 구경할 수 있게 해놨다.

     

     

    올라가는 길에 천국길도 보이고.

     

     

    여태까지 지도에도 제대로 나오지 않을 정도로 꽁꽁 숨겨놓은 시설들이었는데, 그런 시설들이 대체 어떻게 생겼는지 구경해볼 수 있다. 근데 입구까지는 언덕과 초록이 어울려 예쁜데, 막상 안으로 들어가보면 좀 을씨년스럽다.

     

     

    탱크를 볼 수 있다는 것에 충실한 공간이다. 더 들어갈 수도 없다. 아랫쪽을 내려다보면 꽤 깊이 파내려갔다는 걸 알 수 있다. 그냥 이대로 끝낸다면 뭔가 좀 아쉬운 느낌인데, 사실 뾰족히 활용할 방법도 없어 보인다.

     

     

     

    T4는 복합문화공간. 기획전시를 위한 공간으로 운영할 예정이라 한다. 아직까지 공사중이라고 들어가지 못하게 막아놨다.

     

     

    그 옆에는 T5 이야기관이 있다. 석유비축기지가 문화비축기지로 탄생하기까지의 역사를 기록하고 보여주는 곳으로, 상설 전시관으로 운영될 시설이다.

     

    1층으로 들어가면 360도 화면으로 쏘아지는 영상을 볼 수 있고, 2층으로 올라가면 전시관을 구경할 수 있다. 월요일은 휴관이다.

     

     

     

     

     

     

    흔한 전시관 같은 분위기로 40여년의 역사를 전시해놨는데, 사실 시각적으로 그리 크게 볼만 한 것은 없었다. 전시물보다는 전시관 외부를 자연과 어울리게, 그리고 1층과 연동되게 구성해놓은 구조가 더욱 눈길을 끌었다. 

     

    이 건물 전체에 화장실이 여자 화장실 하나 뿐이라는 것인데, 그것마저도 아주 작다. 아직 옆쪽 건물이 공사중인 관계로 그쪽 화장실을 이용할 수 없는 상황. 사실 다른 건물들도 대부분 막바지 작업 중이라, 제대로 화장실을 사용할 수 있는 곳은 거의 커뮤니티센터 뿐이었다. 이 부지 전체를 공원으로 조성하려면 야외 화장실을 하나쯤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대충 설렁설렁 구경하다보니 T1 파빌리온을 빼먹었다는 걸 나중에야 알게 됐다. 이건 나중에, 모든 공간을 제대로 구경할 수 있을때 쯤 다시 가서 보기로 한다. 하나쯤 빼먹은 게 있어야 다시 갈 맛이 나지. 근데 월드컵 경기장까지 집에서 편도로 두 시간이나 걸려서, 한 번 가려면 아주 부담스럽다.

     

    아직 한산하고 조용한 곳이지만, 벌써부터 건물 근처에서 커다란 카메라 들고 사진 찍는 사람들이 떼거지로 몰려 다니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마무리 단장도 끝내면 한동안 출사지로 떠들썩하겠다. 다소 황량하지만 사람 없고 조용한 공원이 필요하다면 한 번 가보자.

     

     

    댓글

Copyright EMPTYDREAM All rights reserved /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