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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토종주 자전거길: 이포보 - 강천섬 게스트하우스
    국내여행/자전거2017 2017. 10. 13. 17:15

    밤에 비가 왔다. 삼만 원이 채 안 되는 싸구려 텐트는 나름 후라이도 있었지만, 비가 내리기 시작할 때 밖에 나가서 후라이를 치기 귀찮아서 그냥 잤다. 모기도 많았고, 비가 와도 후라이를 덮어씌우면 더워서 못 잘 것 같았다.

     

    사실 후라이를 쳐도 바닥이 젖는 것은 어떻게 할 수 없는 싸구려 텐트다. 거의 노숙이나 다름 없지만, 천 쪼가리 지붕이라도 있다는 위안을 준다.

     

    바닥이 젖는 걸 대비해서 다이소에서 파는 올록볼록한 폼매트를 사왔다. 삼천 원짜리 한 장을 펼치면 한 사람이 앉을 수 있는 크기인데, 이걸 네 장 펼쳐놓고 그 위에서 자는거다. 인터넷에 찾아보면 사람 키만큼 열결돼 있고 접을 수 있는 캠핑매트도 있지만 가격이 비싸다. 대강 해결하고 못 쓰게 되면 버리고 새로 사는게 싸기도 하고 편하다.

     

    > 자전거로 동네 한 바퀴 - 준비물

     

    국토종주 자전거길: 이포보 - 강천섬 게스트하우스

     

    이렇게 찍은 사진을 보면 비가 왔어도 그나마 폭신한 풀밭에서 잔 건가 싶겠지만, 이건 먼 곳을 줌 해서 찍은 것 뿐이고

     

    국토종주 자전거길: 이포보 - 강천섬 게스트하우스

     

    텐트 친 곳은 이렇게 물바다로 변해 있었다. 아침에도 비는 계속 내리고 있었고, 일기예보도 하루종일 비가 내린다고 했다. 하루종일 뿐만이 아니라 거의 일주일 내내 비가 온다고 해서 마음이 좀 급해졌다. 비가 오지 않는 남쪽으로 빨리 내려가야겠다는 생각으로 서둘러 이포보 당남리섬을 떠났다.

     

    국토종주 자전거길: 이포보 - 강천섬 게스트하우스

     

    자전거 여행기간 내내 해 지면 잠을 자고, 해 뜨면 일어났다. 대강 오후 7시 쯤 어두워지기 때문에 그 전에 잠자리를 마련하고, 대충 씻고 하루를 마감한다. 그리고 새벽 6시 쯤 해가 뜨면 바로 일어나서 짐을 챙겼다. 아침은 생수 한 모금 또는 두 모금. 아직 몸이 완전히 깨어나지 않은 때는 천천히 달리며 적응한다.

     

    이론상은 하루에 8시간씩 잘 수 있었지만, 실제론 그렇지 않았다. 너무 피곤해서 쉽게 잠들 수 없는 때도 있었고, 내일 갈 곳과 잘 곳을 검색하느라 시간을 소비하기도 했고, 아무도 없는 곳에서 사람 소리가 들리면 깨서 신경을 곤두세우기도 했다. 여러모로 야영은 힘든데, 돈이 없으니 어쩔 수 없다. 그래도 다행히 밤에는 절대 달리지 않는다는 철칙을 끝까지 잘 지킬 수는 있었다.

     

    참고로 일출일몰 시각은 한국천문연구원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간단하게 네이버에서 '일출일몰시간'으로 검색하면 바로 표가 나온다 (다음은 이런 면에서 조금 부족하다).

    > 일출일몰시각계산 (한국천문연구원)

     

    국토종주 자전거길: 이포보 - 강천섬 게스트하우스

     

    이포보에서 여주까지도 자전거길이 꽤 좋다. 한때 차도로 쓰였던 길을 자전거길로 개조한 듯 한데, 쓸데없이 우레탄 같은 걸 안 깔고 그냥 아스팔트를 놔 둔 것도 마음에 든다.

     

    우레탄 길은 짐 많은 자전거로 가기엔 너무 힘들다. 그나마 관리라도 잘 하면 빨리 못 달리게 하는 효과가 있어서 괜찮을 수도 있지만, 말라 비틀어져서 거북이 등껍질처럼 쩍쩍 갈라진 우레탄 길은 짜증을 넘어서서 위험하기까지 하다. 한때 자전거길 만들기 붐이 일어났을 때 여기저기 우레탄을 깔아놓고는 그동안 거의 방치하다시피 내버려둔 길들이 많은데, 그런 길들은 정말 자전거가 다니기 위험한 자전거길이다.

     

    어쨌든 여주 쪽은 자전거길이 꽤 바람직한데, 일부 구간에 차도를 새로 만드는 공사를 하고 있어서 조만간 자전거길에 변화가 생기지 않을까 싶다.

     

    국토종주 자전거길: 이포보 - 강천섬 게스트하우스

     

    국토종주 자전거길: 이포보 - 강천섬 게스트하우스

     

    사진을 찍으면 안 될 것 같아서 하나도 찍지 않았지만, 양평에서 여주까지 가는 길에 군부대가 훈련용으로 끌고 나온 트럭과 대포와 탱크를 정말 많이 봤다. 여주가 끝이 아니라, 충주가는 길에도 간간이 보인다. 문제는 얘네들이 펑펑 소리를 내며 총이나 대포를 쏜다는 거다. 옆을 지나가면 정말 불안하다, 오발탄이나 파편이라도 맞게 될까봐. 실제로 최근에 비슷한 사고가 뉴스에 나온 것, 아는 사람들은 다 알 테다. 물론 군부대 내에서 있었던 일이었지만.

     

    물론 한국 사람들이라면 그런 군부대 훈련을 그냥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일 수 있을 테다. 그런데 외국인들은 어떨까. 그리 많은 수는 아니지만 의외로 외국인들도 이 자전거길을 많이 달린다. 대부분 개별 여행자들이고, 때때로 단체 여행자들도 있다. 어쩌다 한 두 곳에서 대포가 보인다면 그러려니 하겠지만, 정말 많이 볼 수 있다면 이런 생각을 하지 않을까. '역시 분단국가구나, 좀 위험한 걸'. 어쩔 수 없는 한계일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이 자전거길을 외국인들에게 내놓고 홍보할 수 없지 않을까.

     

    물론 DMZ는 다르다. 그쪽은 엄연히 전방이고, 군사지역이라는 것을 알고 가는거다. 다른 나라에서 흔히 할 수 없는 구경을 할 수 있기 때문에 그쪽은 은근히 외국인들에게 인기가 있다고 하는데, 하지만 이런 후방에서 느닷없이 군사훈련을 맞대한다는 건 좀 다른 문제다. 뭐 그냥 그렇다는 이야기. 결론은 없다, 그렇다고 훈련 하지 말라고 할 수도 없고.

     

    국토종주 자전거길: 이포보 - 강천섬 게스트하우스

     

    여주보 도착. 댐 위를 건너가서 여주보문화관 건물 쪽으로 가면 여주보 인증센터가 있다.

     

    국토종주 자전거길: 이포보 - 강천섬 게스트하우스

     

    문화관 안에 있는 편의점에서 아침식사. 나름 브런치. 이제 슬슬 지방 편의점의 비싼 가격 속으로 접어들고 있다. 브랜드 편의점도 관광지나 시외 쪽은 가격이 다른데, 이런 조건이 국내관광을 비싸게 만들어서 더욱 꺼려지게 하는 요인 중 하나다. 하지만 어쩌겠나, 주변에 딱히 뭐가 없으니 울며 겨자먹기로 컵라면이라도 사먹을 수 밖에.

     

    국토종주 자전거길: 이포보 - 강천섬 게스트하우스

     

    국토종주 자전거길: 이포보 - 강천섬 게스트하우스

     

    국토종주 자전거길: 이포보 - 강천섬 게스트하우스

     

    국토종주 자전거길: 이포보 - 강천섬 게스트하우스

     

    비가 많이 내려서 한참을 쉬어갔다. 이미 몸은 다 젖었지만, 폭우엔 앞이 보이질 않아서 달릴 수가 없다. 여주보에서 여주시내까지는 5킬로미터 정도 밖에 안 되는데 여기서 끼니를 해결한 것도 폭우 때문이다. 비만 아니었다면 여주시청 쪽으로 가서 밥을 먹었을 텐데. 그래도 비가 와서 강물이 점점 불어나 강변 도로를 잠식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재미도 있었다.

     

    국토종주 자전거길: 이포보 - 강천섬 게스트하우스

     

    여주 시내 쪽으로 접어드니 강변 쪽으로 자전거길이 있었다. 이 길로 쭉 가면 편할 것 같은데, 조금 달리다보니 공사중이라고 계단으로 올라가란다.

     

    국토종주 자전거길: 이포보 - 강천섬 게스트하우스

     

    국토종주 자전거길: 이포보 - 강천섬 게스트하우스

     

    계단 위쪽도 나름 길이 잘 돼 있다. 비가 와서 사람이 별로 없어서 달릴만 했는지도 모르겠다. 강쪽에 터를 잡고 물고기를 잡는 가건물들이 많이 늘어서 있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황포돛배 같은 것도 있어서 유람선 역할을 하는 듯 했다. 

     

    비가 막 퍼부을 때는 잠시 피했다가 잠시 잦아들었을 때 다시 달리고 해서, 얼마 가지도 못 하고 시간을 너무 많이 소비했다. 가다가 갑자기 폭우가 쏟아질 때는 쉴 곳을 찾을 때까지 그냥 달릴 수 밖에 없었는데, 앞이 안 보이는 건 속력을 줄여서 대충 해결해볼 수 있었지만, 물 웅덩이를 지날 때는 그 속에 있는 돌덩이 같은 장애물을 만나기 쉬웠다. 자전거가 덜컹거려서 놀라는 것보다는 펑크 날까봐 두려운 마음이 더 컸다. 이것도 천천히 달려서 해결하는 수 밖에 없다. 이래저래 비를 쫄딱 다 맞고 다니는 하루였다.

     

    국토종주 자전거길: 이포보 - 강천섬 게스트하우스

     

    여주에서 점심을 먹고 가야하나 싶었지만, 시내에서 또 길 헤매기 싫어서 그냥 굶고 간다. 호텔 수영장에서 즐겁게 노는 사람들을 부러워하며 다시 강변으로 나오니 금은모래 캠핑장. 인터넷의 일부 글에서는 여기서 무료 캠핑을 했다고도 하던데, 옛날엔 몰라도 지금은 유료다.

     

    자전거길 바로 옆에 위치해 있어서 굳이 찾아가지 않아도 발견할 수 있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고, 시설은 평이하다. 데크도 있고, 식수대와 화장실도 있다. 그런데 나무가 작은 것 밖에 없어서, 떨어지는 빗방울을 막아줄 수 있는 곳이 없다. 차라리 캠핑장 중앙의 정자처럼 생긴 휴게시설이 텐트 치기 더 좋아 보였다.

     

    큰 나무가 비를 막아주는 데크만 하나 있었어도 오늘은 일찌감치 마감하고 여기서 터를 잡고 하루를 묵었을 테다. 애초에 첫 날 밤을 보내기로 계획했던 곳도 이쯤이었고. 그런데 비를 피해서 텐트를 설치할 곳도 없고, 아직 해가 지려면 시간이 많이 남기도 해서 그냥 잠시 비만 피하다가 빠져나갔다. 

     

    국토종주 자전거길: 이포보 - 강천섬 게스트하우스

     

    국토종주 자전거길: 이포보 - 강천섬 게스트하우스

     

    강따라 조금 더 내려가면 한강문화관. 뻥 빈 공간에 기괴한 놀이기계가 우중충한 날씨와 합쳐지니 정말 그로테스크하다.  

     

    국토종주 자전거길: 이포보 - 강천섬 게스트하우스

     

    한강문화관 한쪽 옆에 강천보 인증센터가 있다. 남한강 자전거길로 지정된 강변길을 이용하는 자전거는 거의 없던데, 여주에서 345번 국도를 이용해서 여기까지 오가는 자전거들은 꽤 많더라. 지도만 보면 그쪽 길은 경사가 좀 있는 것 같던데, 이쪽 사람들은 그 길을 더 선호하는가보다.

     

    한강문화관 바로 앞에 강천보가 있고, 여기를 건너가야 다시 자전거 길을 달릴 수 있는데, 이 강천보 길이 상당히 인상적이다.

     

    국토종주 자전거길: 이포보 - 강천섬 게스트하우스

     

    아 진짜 처음 이 길을 보고는 '미친건가' 싶었다. 이걸 자전거길이라고... 더이상 부적절한 표현은 생략한다.

     

    길이 이거 하나밖에 없어서 여기를 통과해야만 한다. 그나마 급경사가 짧게 끝나는게 다행이고, 내리막길이라 다행이다. 반대로 올라오는 사람들은 정말 죽을 맛일 테다.

     

    이렇게 내려가면 절벽 옆으로 좁은 길이 이어지는데, 이 강변길은 좀 쎄한 느낌이다. 길 자체는 그냥 무난한 편인데, 기운이 별로 좋지 않다. 이쪽은 야간주행을 절대로 삼가야 할 곳이다.

     

    국토종주 자전거길: 이포보 - 강천섬 게스트하우스

     

    폭우가 쏟아질 때마다 쉬어갔더니 오후 4시가 되어서도 아직 강천섬에 도착하지 못 했다. 그렇다고 많이 쉬어서 체력적으로 편했냐면 또 그것도 아니다. 비가 좀 잦아지면 다시 달렸다는 것 뿐이지 아예 비가 안 올 때 달린게 아니니까. 물론 달리다가 폭우를 만나서 그대로 빗속을 헤쳐 나갈 때도 있었고.

     

    오후 4시면 아직 어두워지기까지 시간이 많이 남은 편이지만, 이 때쯤부터 슬슬 오늘 잠자리를 어디로 할지 생각하며 달려야 한다. 그래야 최소한 6시까지는 자리를 잡고, 해질 때는 완전히 쉴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여름철 기준이다).

     

    그런데 아침에 젖은 텐트를 말리지도 못 하고 구겨 넣은 상태고, 오늘밤도 계속 비가 내릴게 확실한 마당에 다시 야영을 하기는 싫었다. 자전거 여행 이틀째가 슬슬 끝나고 있어서 가장 힘든 시기가 오고 있기도 했고.

     

    그래서 오늘은 게스트하우스로 들어가기로 마음 먹었다. 자전거길을 가다보면 숙소 광고 붙어있는 것도 많고, 특히 인증센터에는 전단지나 명함 같은 것들이 놓여있다. 미리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어놓거나, 장소를 지도로 봐 둔 다음에 플랜B 용도로 사용하기 좋다.

     

    이날 하룻밤 묵어간 강천섬 게스트하우스도 그렇게 봐 둔 곳이었다. 자전거길을 따라가다가 남한강교 아래를 지나면 바로 보이는 건물 한 채. 주위에 아무것도 없어서 더욱 돋보이는 건물인데, 어떻게 이런 곳에 건물을 짓고 가게를 할 생각을 했을까 싶은 곳이었다.

     

    국토종주 자전거길: 이포보 - 강천섬 게스트하우스

     

    강천섬 게스트하우스. 1층은 카페 겸 편의점 겸 자전거 대여 및 정비소 등으로 사용하는 가게고, 2층은 게스트하우스다. 1층 가게에서 게스트하우스 문의를 하면 된다.

     

    국토종주 자전거길: 이포보 - 강천섬 게스트하우스

     

    지은지 얼마 안 되는 건물인지 전체적으로 깨끗하다. 내부 시설도 거의 새 것. 비수기 도미토리 1박에 25,000원.

     

    자전거길 타고 쭉쭉 달리다보면 바로 길 가에 보이기 때문에 하룻밤 묵어가기 편하다. 바로 앞이 자전거길이라 다음날 아침에 출발하기도 편하고. 한 가지 문제라면 주위에 아무것도 없기 때문에, 1층 편의점 외에는 뭔가 사먹을 곳도 없고 갈 곳도 없다. 명상하다가 대충 밥 먹고 빨리 자기 좋은 곳이다.

     

    네이버나 다음 지도에서 '강천섬 게스트하우스'를 검색하면 나오는데, 아래에 지도 링크를 걸어둔다.

     

    > 강천섬 게스트하우스 위치 (네이버 지도)

     

    국토종주 자전거길: 이포보 - 강천섬 게스트하우스

     

    겨우 하룻만 야영을 했을 뿐인데 마치 십 년 만에 샤워를 하는 느낌으로 씻었다. 물론 온수가 나왔다. 1층에서 또 컵라면과 밥으로 대강 저녁을 먹고, 잠시 노닥거리다가(는 아니고 이런저런 배터리 충전 때문에 그거 지켜보고 갈고 하느라 시간 보내고) 잠을 잤다.

     

    남한강교를 지나다니는 자동차 소리만 빼면 정말 조용한 곳인데, 이날은 빗소리로 다 가려져서 아주 평온한 분위기였다. 역시 비는 창문 너머로 바라봐야 아름답다. 잠들기 직전엔 정말 엄청나게 퍼붓는 빗소리가 들려서, 오늘 야영을 했으면 강에 떠내려갔을 수도 있었겠다며 소비를 정당화했다.

     

    오랜만에 떠난 자전거 여행에서 시작부터 비를 만나서 좀 힘들었는데, 나중에 좀 적응되니까 이런 비를 또 만나도 그냥 느긋하게 다니게 되더라. 그러니까 비가 온다해도 자전거 여행을 굳이 포기할 필요는 없다. 물론 햇볕 쨍쨍할 때보다 훨씬 속력을 낮춰서 달려야 안전한데, 거의 비 오는 거리 풍경을 감상하며 다니는 것 처럼 다녀야 한다. 속도 경쟁에 찌든 사람이라면 비 속에 빠른 속도로 달리는 건 굉장히 위험하니까 여행을 포기하는 게 낫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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