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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히틀러의 죽음과 생존설 미스터리
    잡다구리 2017. 11. 1. 19:10

    1945년 4월 30일, 소련군이 베를린으로 진격해오는 상황에 히틀러는 베를린 지하 벙커에 은신해 있었다. 곧 탄약이 떨어져서 필연적으로 패배한다는 사실을 안 히틀러는 14시 30분경 에바 브라운(에바 히틀러)과 함께 단 둘이 서재로 들어갔다.

     

    15:30분경 총소리가 들렸고, 잠시 후에 부하인 하인츠 링게와 보르만이 문을 열었다. 그리고 소파에 널브러진 시체 두 구를 발견했다. 아내 에바 브라운은 시안화칼륨 캡슐을 삼켰고, 히틀러는 독약과 함께 권총으로 자살했다.

     

    이들의 시신은 벙커의 비상출구를 통해 밖으로 옮겨졌고, 구덩이에 넣은 후 가솔린을 뿌려 불을 붙였다. 후에 양탄자를 가져와 태우는 등, 시체는 16시부터 18시 30분까지 태워졌다. 그리고 5월 1일, 라디오 방송을 통해 히틀러가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이미지: 위키피디아)

     

    의문의 시작

     

    이것이 공식적으로 알려진 히틀러의 사망 스토리이다.

     

    그런데 이 이야기는 연합군의 조사를 통해 밝혀진 내용으로, 모두 독일군 측 목격자들의 증언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소련군이 히틀러의 유골(로 추측되는 것)을 발견한 것은 5월 2일이었다. 그리고 미국, 영국 연합군은 그것마저도 볼 수 없었다. 소련군이 유골을 가져가버렸기 때문이다.

     

    따라서 연합군 측은 그 누구도 완전한 히틀러의 시신을 본 사람이 없다. 그 측근들의 증언만 있었을 뿐이다. 소련군은 히틀러의 치과의사와 치과 기술자 등에게 유골이 히틀러 것이 맞다는 확인을 받았다고 한다.

     

    그러니까 히틀러 죽음의 수수께끼는 그가 죽었다고 알려진 그 시점에서부터 출발한다.

     

    (이미지: 2204574)

     

    히틀러 유골은 여성의 것(?)

     

    히틀러가 살아있다는 소문은 45년 당시에도 파다했다고 한다. 스탈린이 이런 의혹을 뿌려서 서방국가들을 혼란스럽게 만드는 것이 아닌가하는 추측도 있었다. 그만큼 히틀러의 죽음에 의문을 가지는 사람도 많았고, 그 질문 또한 오랜 세월을 걸쳐 끊임없이 제기됐다.

     

    그러다가 2009년에 일이 하나 터진다. 미국 코네티컷 대학의 고고학자이자 뼈 전문가인 닉 벨란토니 교수가 러시아 국가기록보관소가 보관하던 히틀러의 두개골을 DNA 테스트 등으로 조사했는데, 그 결과 이 뼈는 40대 미만의 여성의 것이라고 판명된 것이다.

     

    이 두개골은 2000년에 러시아에서 히틀러의 것이라고 공개한 것이었고, 이 교수는 오랜기간 러시아 측에 조사를 하게 해달라고 요청한 끝에 승낙을 받았다. 결과 발표 전에 많은 동료 연구진들과 상의를 했고, 검증도 거쳤다고 한다. 그래서 대체로 이 판정 결과는 사실로 받아들여진다.

     

     

    이 때부터 '히틀러가 여성이다'라는 주장이 나오기 시작한다. 즉, 히틀러 유골을 보관중이었는데, 이 뼈가 여성의 것이니, 히틀러는 여성이다라는 주장이다.

     

    하지만 히틀러가 군대를 간 사실도 있고, 무엇보다 이 유골이 20대 이상 40대 미만의 여성의 유골이라 판명됐는데, 히틀러의 사망 당시 나이는 56세였다. 따라서 나이부터가 맞지 않는다.

     

     

    이 뼈가 에바 브라운 것이 아니냐는 의견도 있으나, 에바 브라운은 약물로 자살했다고 알려져 있다. 그런데 이 유골은 머리에 구멍이 나 있다. 그래서 이것도 설명이 되지 않는다.

     

     

    이제 남은 것은 이 뼈가 히틀러의 것이 아니라는 설명 뿐일 테다. 그렇다면 이것이 히틀러가 죽지 않았다는 증거가 될까. 꼭 그렇지만도 않다. 소련군은 70년대까지 히틀러 유골을 묻었다가 파내서 다른 곳에 묻고 하는 과정을 거치다가, 최종적으로 독일에 두면 성지가 될 것을 우려해서 두개골과 턱 부분만 남기고 다 버렸다. 이 과정에서 다른 유골과 바꿔치기 당했거나, 헷갈렸을 가능성도 있다.

     

    그러니까 여기서 알 수 있는 것은, 이 유골이 히틀러의 것이 아닌 것 같긴 한데, 정확히는 알 수 없다는 것 정도다.

     

    > Tests on skull fragment cast doubt on Adolf Hitler suicide story (the guardian, 2009.09.27.)

     

    해외 도피설

     

    히틀러의 해외도피설은 유골 검사 이전에도 꾸준히 있었다. 크게 두 가지 설로 나뉘는데, 하나는 소련(러시아)으로 가서 살았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남미 아르헨티나로 가서 농장을 운영하며 살았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남미는 나치 고위 관리들이 피난처로 많이 가기도 한 곳이다. 그리고 아르헨티나는 그당시 정부라면 히틀러를 충분히 받아줬을 가능성이 높고, 이런저런 목격담도 심심찮게 흘러나왔다. 소련 도피설은 히틀러가 전쟁을 포기하는 조건으로 스탈린이 받아줬다는 설인데, 1971년까지 살다가 사망했다는 주장이다.

     

    그 외에 북극으로 도피해서 빙하 밑에 기지를 건설했다거나, 지구를 떠나 달 뒷면에 기지를 건설했다는 주장도 있다(...)

     

     

    > 최근 공개된 CIA 히틀러 관련 문서(pdf)

     

    최근(2017년 10월)에 CIA가 공개한 1955년 10월 3일자 보고 문건은 히틀러가 남미에 살아있다는 정보를 듣고 보고한 내용이다. 히틀러와 비슷하게 생긴 남성이 찍힌 사진도 첨부돼 있는데, 사진 뒷면에는 '아돌프 슈리텔마이오어(Adolf Schrittelmayor), 퉁가, 콜롬비아, 1954'라고 적혀있다.  

     

    남미 도피설 주장에 힘을 실어줄만 한 내용이긴 한데, 보고서라고 해서 모두 진실이라고 간주할 수는 없다. 요원이 직접 본 것도 아니고, 정보원이 친구에게서 들었다는 내용을 듣고 쓴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친구의 친구가 그러던데' 정도의 정보다.

     

    이외에도 히틀러 사진이라며 몇몇 사진들이 인터넷에 공개되기도 했는데, 그게 진짜 히틀러인지 그냥 히틀러 스타일로 코스프레 한 사람인지는 알 수 없다.

     

    FBI 히틀러 보고서

     

    최근 공개된 히틀러 은신설의 백미(?)는 2016년에 공개된 FBI 문서다. 히틀러의 남미 도피설에 대해 조사한 이 보고서는 장장 700여 페이지에 달하는 문서로, 확실히 FBI 공식 홈페이지에 올라온 기밀해제 문서가 맞다.

     

     

    > FBI의 히틀러 도주설 보고서 part 1, part 2, part 3, part 4

     

    문서의 내용을 요약하면, 1945년 4월 베를린 포위 당시에 히틀러는 비행기를 타고 스페인으로 도주했고, 이후 유보트를 타고 아르헨티나로 갔다는 내용이다. 이런 내용을 여러 정황이나 사람들의 증언으로 구성하고 있는데, 특히 러시아 군이 작성한 보고서에서 나오는 히틀러의 키는 실제 키보다 5인치(12센티미터 정도) 작았다는 주장도 여기에 실려 있다. 즉, 대역일 수 있다는 말이다.

     

    하지만 이 보고서도 여러가지 문서를 조사하고 증언들을 토대로 한 수사의 결과물일 뿐, 확실한 물증을 포착하거나 은신처를 발견하거나 한 것은 아니다. 경찰이 어떤 사람에 대해서 수사를 한다고 해서 그 사람이 유죄인 것은 아니듯이, 이 문서도 방대한 수사의 결과물로 나온 보고서라고 생각하는게 좋다. 히틀러의 죽음에 이런 의혹들이 있다는 정도로 말이다.

     

    '그래도 FBI인데' 싶은 사람들을 위해 몇가지 소개하자면, FBI 기밀해제 문서들 중에는 이런 것들도 있다.

     

    * 외계인에 의한 소 도축 사건(cattle mutilations reported by alien hunters)

    * 아멜리아 에어하트 행방 조사(Amelia Earhart's whereabouts)

    * 엘비스 프레슬리 관련 조사(about Elvis)

     

    그러니까 진실이고 사실이라서 보고서를 써 올리는 것이 아니라, 일단 어떤 사건을 맡으면 그에 관련된 조사 내용을 문서로 작성해서 올리는 것 뿐이라고 보면 된다. 이 문건의 내용을 그대로 진실이라고 믿는 사람이 얼마나 많았으면, 음모론을 전문으로 다루고 그 쪽으로 의혹을 많이 품는 사람들조차 이걸 완전히 진실로 믿으면 안 된다는 말을 할 정도다.

     

     

    이렇게 히틀러의 죽음에 대한 미스테리를 살짝 짚어봤는데, 나름 결론을 내리자면 이렇다. 히틀러의 유골이라고 확신할만 한 것은 지금 없는 것 같고, 히틀러가 진짜로 벙커에서 자살을 했는지는 의혹의 여지가 있다.

     

    히틀러 죽음의 미스터리를 파헤쳐 가다보면, 나치가 지하에 UFO 기지를 만들었다느니, 외계인과 지구정복을 꿈꿨다느니하는 이상한 내용들이 불쑥불쑥 나와서 논점을 흐리는데, 어쨌든간에 히틀러가 그날 그 벙커에서 자살을 했느냐 아니냐는 꽤 많은 사람들이 진지하게 의문을 품고 있는 역사의 수수께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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