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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콰도르 전자화폐 efectivo - 세계 최초 정부 공식 디지털화폐해외소식 2018. 1. 25. 09:31
에콰도르는 남미 북서부에 위치한 나라로, 국토 면적이 한반도 넓이와 비슷하다(한반도의 1.3배). 그 유명한 갈라파고스가 바로 에콰도르 영토다. 주요 수출품은 석유와 바나나, 카카오, 어류 등이다.
에콰도르 법정 통화, 미국 달러
19세기 말부터 에콰도르는 수크레(sucre)라는 통화를 사용했다. 하지만 선거철만 되면 통화공급을 늘려서 선심성 정책을 펴거나 해서 정권유지 수단으로 사용했고, 급기야 1999년 경제위기가 터지면서 2000년엔 물가상승률이 96%에 이르는 하이퍼 인플레이션이 발생했다.
이로 인해 2000년 1월 에콰도르 정부는 공식 통화를 미국 달러로 한다고 밝혔고, 2000년 3월에 미국 달러가 법정 통화가 됐다. 그 후 지금까지 에콰도르에서는 공식 법정통화로 미국 달러(USD)가 통용되고 있다.
에콰도르 수크레 동전 이미지: 위키피디아, CC0
미국 달러를 사용하면서 경제위기를 탈출하고 물가가 안정되는 효과가 있었지만, 그에 따른 여러가지 문제도 발생했다.
에콰도르 중앙은행(BCE, Central Bank of Ecuador)에 따르면, 환율을 조정할 수 있는 정책적 수단이 없어서 수출경쟁력이 약화됐다고 한다. 또한 자금세탁, 위조지폐 등의 범죄 문제도 있고, 덥고 습한 날씨 때문에 지폐가 빨리 상하는 편이라 새로 교환하는데 드는 비용 문제도 있다. 특히 달러를 새 지폐로 교환하는데 드는 비용만 매년 3백만 달러가 들어간다고 한다.
이런 이유를 들면서 에콰도르 정부는 다시 자국만의 법정통화를 가지고 싶어하지만, 국민들은 현재 달러 체제가 낫다고 생각하며 독자적인 통화 구축에 냉소적인 반응이다.
그래서 현실 절충안으로 나온 것이 에콰도르 정부의 전자 화폐 시스템(Sistema de Dinero Electrónico, electronic money system)이다. efectivo라는 이름의 이 디지털 화폐는 2014년 12월에 공개됐고, 세계 최초의 정부 공인 전자화폐로 알려졌다.
에콰도르 전자화폐 이미지: www.efectivo.ec
에콰도르 전자화폐 efectivo
에콰도르는 이 전자화폐 시스템을 공개하기 전에 비트코인 매매를 전면 금지했다. 아무래도 정부 공인 전자화폐를 널리 보급시키려면 비트코인 같은 가상화폐가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판단이 있었나보다.
이런 이유로 에콰도르의 전자화폐를 가상통화 범위에 넣기도 하는데, 사실은 비트코인 같은 종류가 아니라 애플페이에 가까운 형태라고 한다. 한국식으로 표현하자면,. 교통카드로 사용하는 티머니 시스템을 정부가 국가 공식 전자화폐로 통용하는 형태라고 볼 수 있다.
에콰도르 전자화폐 사용방법. 정말 간단한데 일단 스페인어를 배워야 한다. 이미지: efectivo 홈페이지
에콰도르 전자화폐의 특징은 대략 이렇다. 등록된 내국인만 지갑 생성이 가능하고, 은행 계좌가 없어도 지갑을 만들 수 있다. 현재 통용되고 있는 달러를 전자지갑에 넣어두고 사용하는 형태라서, 새로운 통화는 아니다. 개발과 운영 주체는 에콰도르 중앙은행.
핸드폰을 지갑으로 사용하며, 전화를 걸거나 웹사이트에 접속, 혹은 오프라인 지점에서 충전과 출금이 가능하다. 물론 전화를 걸어서 송금도 가능하고, 전화기가 오프라인 상태라도 결제가 가능하다.
에콰도르 정부는 이런 디지털 화폐를 도입함으로써, 은행 계좌를 개설할 수 없었던 가난한 사람들도 현금 보유의 부담을 덜 수 있고, 헌 지폐를 새것으로 교체하는데 드는 비용을 줄일 수 있다고 홍보했다.
하지만 진짜로 노린 것은 통화량 조절이다. 달러를 그대로 전자지갑에 넣어놓는 형태이긴 하지만, 공무원 월급이나 여러가지 비용 등을 전자화폐로 지급하면 새로운 화폐를 찍어내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물론 그것도 어느정도 사용량이 있어야 본격적으로 가능할 텐데, 아직까지 에콰도르 국민들은 이 전자화폐 사용에 시큰둥한 반응인 것으로 보인다.
2017년 11월에 에콰도르 중앙은행이 공개한 뉴스에 따르면, 2014년 이 시스템을 도입한 이후부터 뉴스를 발표한 시점까지 약 40만 개의 전자화폐 계좌가 개설됐다고 한다. 에콰도르 총 인구가 1600만 명이 조금 넘으니, 약 2.5%만 사용하고 있는 셈이다.
아무래도 자국 화폐 정책에 한 번 실패한 정부를 신뢰할 수 없어서, 달러를 현찰로 들고 있는 것이 안전하다고 느끼기 때문일 테다.
비록 세계 최초 정부 공식 디지털 화폐 도입국이라는 타이틀을 달았지만, 에콰도르 사례에서 볼 수 있는 것은 한 번 크게 잃어버린 국가에 대한 신뢰는 근 20년이 지나도 회복되기 어렵다는 것 아닐까 싶다.
참고자료
* Ecuador becomes the first country to roll out its own digital cash (CNBC, 2015.2.6)
* Ecuador Turning to Virtual Currency After Oil Loans (Bloomberg, 2014.8.12)
* 에콰도르, 12월에 전자화폐시스템 시행 예정 (kotra, 2014.11.11)
* Can Ecuador’s Virtual Currency Deter Money Laundering? (InsightCrime, 2015.4.10)
* Verónica Artola: “El uso de medios de pago electrónicos es una tendencia mundial” (BCE, 2017.11.28)
* ELECTRONIC MONEY SYSTEM (BCE)
* Ecuador implemented the electronic money system (andes)
* 에콰도르, 미국 달러 계속 사용할 것인가 (kotra, 2017.2.3)
* efectiv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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