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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사카 4박 5일 (2005. 04. 21) (텐노지, 신세까이) 1/4
    해외여행/일본 오사까 2005 2007. 6. 24. 03:08
    오사카 4박 5일 (2005. 04. 21) (텐노지, 신세까이) 1/4



    느낌이 그리 좋지 않은 여행이었다.

    지난 밤에 알람을 맞춰 놓은 휴대전화는 아침에 배터리가 다 돼서 꺼져 있었고,
    멍한 정신으로 대충 세수만 하고 나가다가 차에 부딪힐 뻔 했다.
    마트에서 사 가기로 한 물건은 사지도 못했고,
    늘 가지고 다니던 가방도 어깨 끈이 거의 떨어져 너덜 한 것을 아침에야 발견했다.
    시간에 쫓겨 나가는데 교통카드를 안 들고 와서 다시 집으로 가야 했고,
    가다 보니 디카 메모리 칩도 절반 정도 놔 두고 왔다는 것을 알아챘다.

    계획된 여행.
    단체여행은 그래서 싫다.
    모든 징조가 좋지 않더라도 쉽게 취소할 수 없다.
    혼자 가는 여행이었다면 난 이 여행을 취소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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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뛰고 뛰어 부산항 국제 터미널에 도착했다.
    앞에 가는 아저씨의 배낭에 눈길이 쏠렸다.
    노란 천 조각으로 구멍을 기워 놓은 파란 배낭.
    베네통같은 느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거의 배 떠나기 직전에 도착.
    여태껏 별 생각 없이 봐 왔던 터미널의 외관이 눈에 거슬린다.
    외관만 대충 엇비슷하게 모방한 저 형태.
    무성의한 모방은 창조로 이어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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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착하자마자 떠날 준비를 한다.
    환전상들도 요즘은 은행 환율보다 그리 싸지 않다.
    배짱인가보다. 어디든 수요와 공급의 법칙이 있기는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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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에 오르니 여유가 생긴다. 이제 시간은 남아 돌지만 특별히 할 일이 없다.
    여행 하는 사람이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여행이 일상이 되지 않게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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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디서 온 여객선인지 모르겠지만, 규모만큼은 보는 사람을 압도한다.
    처음 볼 때는 저 배 한 번 타봤으면... 싶기도 했지만 이내 마음이 바뀌었다.
    저런 배에도 잡부는 있고, 저급 선실은 있을 테다.
    큰 조직에 속한다고 모두 대단한 사람이 되는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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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득, 저 구명정을 타고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 이유도 없이, 그냥 문득.
    저기 있으면 여기 오고 싶고, 여기 있으면 저기 가고 싶다.
    방황도 오래되면 습관이 된다.
    정착하면 나태해지기 쉽고, 방황하면 소모되기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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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로 반대 방향으로 달려가는 저 배들처럼,
    여행이란 한 순간의 만남과 이별 그것 뿐이지 않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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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 꼭대기에 있는 카페 겸 술집.
    이번엔 왠지 저 자리에 앉아서 바다를 바라보며 한 잔 하고 싶었다.
    하지만 여기는 비싸도 너무 비싸다. 주머니 사정이 허락치 않는다.
    어쩌면 한 번 쯤은 치기를 부릴 수도 있을 테다.
    이유는 꼭 그것 때문만은 아니겠지, 저 가로막힌 유리 벽.
    어디에도 나를 위한 자리는 없을 듯 느껴졌기 때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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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는 일 없이 해가 지고, 아무 느낌도 없이 그걸 바라보는 나.
    언젠가 인생의 끝자락에 서면 이런 느낌이 들까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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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블루... 블루의 의미는 사람마다 다른 느낌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하지만 그 속에 깊이 빠져본 사람은 과연 몇이나 될까.
    기껏해야 가로막힌 유리 벽 너머로 바라보는 정도였겠지.
    나 역시도 한 걸음 뒤로 물러나서 빠져든다고 느꼈을 뿐,
    그 속에 뛰어들어가 온 몸으로 그것을 느꼈던 적이 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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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밤이 내리면 불이 켜진다. 아니, 불이 켜지면 밤이 내린다.
    배를 타면 할 일이 없다.
    그래서 배를 자주 타는 사람들은 대부분 술이나 도박으로 시간을 보낸다.
    뭔가 다른 할 일을 찾지 않으면 그 속에 섞일 수 밖에 없다.
    무료함이 때로는 엄청난 적이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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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잠을 택했다. 열 시간 넘게라도 잠을 자 두기로.

    그리고 한동안 사진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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