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춘선 숲길 1, 경춘철교 - 공트럴파크
경춘선숲길은, 복선전철화와 노선 조정으로 폐선된 구 경춘선 선로 일부 구간을 숲길로 조성한 공원이다. 서울 북쪽에 위치한 노원구의 월계동, 하계동, 공릉동 등에 걸쳐 있어서, 주로 강북지역 사람들의 휴식처로 사용되고 있다.
도보코스와 함께 자전거길도 조성되어, 강북 쪽에서 춘천 방면으로 가는 자전거길이 새로 생겼다는 의의도 있다. 폐선로를 이용해 공원길을 조성했다는 점에서, 이미 잘 알려진 연남동의 경의선숲길과 비교하기도 한다.
5월 11일, LH 행복주택 공사로 끊겨있었던 구간이 연결되면서, 약 6킬로미터 길이의 전 구간이 완성됐다. 이제 이곳을 방문하면, 경춘철교부터 구리쪽 서울시계까지 거의 막힘없이 걸어볼 수 있다.
시작점을 이마트 월계점으로 잡았다. 녹천중학교를 목적지로 잡고 가도 되지만, 아무래도 이마트가 좀 더 크고, 찾기도 쉬웠다. 나는 버스를 타고 갔기 때문에 목적지를 이렇게 잡았는데, 전철을 탄다면 월계역이 길 찾기가 편하지 않을까 싶다.
어쨌든 이마트 월계점 바로 옆에 이마트트레이더스가 있는데, 여기서 오른쪽 옆 주차장 쪽으로 가서, 성원4단지아파트 옆 샛길로 조금만 걸어 나가면 경춘선 숲길 시작점으로 갈 수 있다.
이마트 트레이더스 월계점 옆 아파트 샛길 모습. 처음 가면 샛길 입구 찾기가 조금 어렵지만, 일단 입구를 찾으면 길따라 쭉 가기만 하면 된다.
여기가 시작이자 끝 지점. 이제 철길을 따라서 걸어가기만 하면 된다.
근처 가까운 곳까지 약도가 나와 있다. 하지만 이걸 자세히 볼 필요는 없다. 경춘선숲길은 철로가 거의 다 이어져 있기 때문에, 이것만 따라가면 된다.
근데 저 안내도, 처음 봤을 때는 '오경춘선숲길'이 대체 무슨 뜻인가 싶었는데, 나중에 보니 '오'가 아니라 그냥 철로 그림이더라. 나만 헷갈린 건가.
녹천중학교 쪽에서 내려와도 상관없다. 어차피 철길만 찾으면 경춘철교는 가까우니까. 경춘철교는 아직 지도에서 쉽게 찾을 수가 없는데, 일단 그냥 나가보면 된다. 현장에서는 찾기 쉽다.
철교 위에서는 중랑천을 내려다 볼 수 있다. 경춘철교는 1939년부터 2010년까지 열차가 다니다가, 이제 사람만 다니는 다리가 됐다.
중랑천에서 오르내릴 수 있는 엘리베이터도 있어서, 자전거를 들고 올라올 수도 있을 테다. 그래서 이 길을 타고 쭉 나가면 춘천이나 경기도 다른 곳으로 빠져나갈 수 있다. 하지만 이쪽 자전거길은 그리 넓지도 않고, 사람도 많기 때문에 아주 조심해야 한다. 한강 자전거길 처럼 쌩쌩 달리다간 사고나기 딱 좋다.
경춘철교를 지나면 딱 철길 주변같은 분위기가 펼쳐진다. 한가운데 철로가 있고, 그 옆쪽으로 보행로와 자전거길이 있다.
그런데 이 구간은 철로 주변 보행로보다는, 그 바로 옆에 있는 솔밭길이 훨씬 더 좋다. 슬슬 여름이 오면서 햇살이 따가워지는데, 솔밭길을 이용하면 햇볕도 피할 수 있다.
약 800미터에 달하는 이 솔밭길은 기차가 다닐 때는 이용할 수 없었는데, 경춘선숲길 조성을 계기로 개방됐다. 나무가 꽤 많아서, 여기 들어서면 마치 산 속에 온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다. 바로 옆 철길로는 언제든 나갈 수 있으니, 적당히 구경할 것 있을 때만 땡볕으로 나가면 된다.
레일바이크도 있고, 무료로 이용할 수 있게 한다는데, 아직은 이용할 수 없게 돼 있다. 근데 이거 무료로 이용하게 하면 오히려 사람들끼리 싸움 날 것 같은데.
햇볕이 뜨겁기 때문에, 구경할 것 있을 때만 잠시 나갔다가 다시 숲길로 돌아와서 걷는다. 저 바깥은 바람도 하나 안 부는데, 여기는 그늘에 바람도 불어서 시원하다. 한여름엔 인기 엄청 많을 조짐이 보인다.
솔밭에서 철로 너머 건너편을 보면, 마을 주민들이 돌보는 텃밭도 있다. 지금은 흙만 있는 상태던데, 나중에 뭔가 커 올라오면 그것도 볼거리가 되겠다.
경춘선숲길 방문자센터. 무궁화호 객차 두 개를 붙여서 사무실과 편의공간 등으로 사용한다고 알려져 있다. 여기서 경춘선숲길 지도라도 얻을 수 있겠지 생각했는데, 그런 건 없나보다.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한다고 써 있어서, 마음대로 들어갈 수 없었다. 그냥 무궁화호 열차 구경에 의의를 두고 지나칠 수 밖에.
사실 방구석에서 다른 블로그나 네이버, 다음 지도만 가지고는 경춘선숲길을 파악하기가 너무 어려웠다. 길을 제대로 찾아갈 수 있을지도 의문스러웠고, 지도를 봐도 끝에서 끝가지 어떻게 이어지는지도 제대로 안 나오고. 그런데 막상 가보니 약도나 지도 따위 필요도 없다. 그냥 철길따라 가기만 하면 된다.
이쪽 구간은 자전거길도 잘 돼 있다. 하지만 모든 구간이 이런건 아니다. 그런데 좀 신기한게, 바로 옆에 보행로가 있는데도 이상하게 사람들이 자전거길로 많이 걸어다니더라. 보행로가 좀 좁아서 그런건가 싶은데, 확실한 이유는 모르겠다.
과기대입구 철교가 나오면 이제 숲길은 끝이다. 여기까지가 1구간이고, 이 다리 건너부터가 2구간이라 불리던데, 그냥 걷는 입장에서는 별 의미 없다. 그냥 쭉쭉 걸어가면 되고, 중간부터 들어가서 걷기 시작해도 상관없다.
과기대입구 철교에서 뒤돌아 본 모습. 멋있던 솔밭은 이제 안녕.
저 앞의 알록달록한 건물이 행복주택이다. 최근에 공사를 끝내고 연결된 구간이다. 저기 1층에 경춘선숲길 힐링카페가 있다. 물론 꼭 거기서 쉬어갈 필요는 없다. 이 동네는 주변에 사먹을 곳들이 많다.
철교를 건너서 다시 걸어가면, 이쪽은 또 사뭇 다른 분위기가 펼쳐진다. 1구간은 솔밭이 인상적이긴 했지만, 주변에 딱히 뭘 사먹거나 할 곳이 없었다. 그런데 2구간으로 들어서면, 이 지역에서 나름 유명한 '공트럴파크'가 나온다.
길을 건너서 큰 벽화가 있는 곳을 지나면, 이른마 공트럴파크(공릉동+센트럴파크)다. 이쪽 동네는 철길을 가운데 두고 양 옆쪽으로 식당이나 카페 등이 조금씩 보인다.
그래서 연남동의 연트럴파크와 빗대기도 하는데, 사실 아직은 그 동네하곤 비교가 안 된다. 여긴 아직 한적한 주택가에 가까운 동네다. 너무 많은 기대를 하지는 말자.
공릉동 도깨비 시장 근처는 사람이 가장 붐비는 구간이다. 나름 유명한 시장이라 사람들이 많이 가는 곳이기도 하고, 경춘선숲길과 함께 알려져서 점점 이곳을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한다.
이 일대에는 이미 살짝 유명세를 얻은 가게가 있기도 해서, 나름 뜰 조짐이 보인다. 물론 연남동 처럼 그렇게까지야 될까 싶지만, 이미 집값이 조금 올랐을 정도라고 한다.
어쨌든 돈 없어서 못 사먹고 그냥 걷기만 하는 입장에서, 이 일대는 길이 좁은데 사람이 많아서 걷기 좋은 구간은 아니다. 거기다가 자전거도 지나가고, 가끔 오토바이도 지나가고 해서 좀 복잡하다. 이 일대는 그냥 철길이 있는 동네 정도로 생각하고, 먹고 즐길 요량으로 가는게 좋겠다.
큰 차도 쪽으로 나가는 길엔 철망으로 터널도 만들어놨다. 아마 여기 장미나 포도 같은 뭔가를 심겠지. 내년 쯤 되면 멋진 길을 볼 수 있을 것 같기도 한데, 문제는 가뜩이나 좁은 길에 이걸 설치해놔서 인도는 좀 더 좁아졌다는 거다. 그래서 행인이 많을 때는 사람들은 자전거길로 나갈 수 밖에 없겠다. 조금 다른 방법도 있을 것 같은데.
어쨌든 큰길로 나오면 화랑대역(서울여대입구) 지하철역이 나온다. 여기는 서울둘레길 1코스, 수락불암코스 일부와 살짝 겹치면서 지나가는 구간이다. 그러니까 서울둘레길과 경춘선숲길을 연결해서 도보 코스를 한 번 짜봐도 괜찮겠다.
계속해서 화랑대사거리를 지나 육군사관학교 쪽으로 걸어가면, 경춘선숲길을 홍보할 때 자주 보이는 화랑대역 폐역사가 나온다. 경춘선 숲길을 구경했다고 사진으로 남길 요량이면, 다른 곳은 다 건너뛰더라도 이곳에서는 사진을 찍는게 좋다. 거의 이 길의 상징 같은 곳이니까.
화랑대역 앞에서 철로가 끊어지고, 횡단보도도 살짝 윗쪽으로 돌아서 가야하는 불편함이 있다. 횡단보도를 좀 아랫쪽으로 옮겨서, 계속 이어지게 걷게 하고, 경춘선숲길 표식을 바닥에 그리거나 하면 좋을 듯 한데.
어쨌든 화랑대역부터는 다음글에서 소개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