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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 자전거, 청산과의 이별
    웹툰일기/2006 2007. 7. 3.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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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자전거, 청산과의 이별

    자전거를 살 때부터 부산에서 서울까지 가는 것이 목표였다.
    아니, 목표를 세우고 나서 자전거를 샀다.
    (이 블로그를 계속 봤던 사람들이라면,
     그 때 얼마나 고민고민하며 자전거 하나를 샀는지 알 거다.)
     
    무모한 장거리 주행 계획을 세웠지만,
    타고난 짠돌이 기질 때문에 가게에서 제일 싼 놈으로 골랐다.
    (본능적으로 제일 싼 걸 고른다. ㅡ.ㅡ;)
     
     
    살 때부터 사람들은 미쳤다, 불가능하다라는 말을 하기 시작했다.
    분명히 대구까지만 가도 퍼져 버릴 거라고,
    대전 즘 가서 자전거 버리고 돌아오면 그나마 잘 한 거라고,
    자전거 좀 탄다는 사람들도 그렇게 입을 모았다.
    십만 원짜리 싸구려 자전거의 한계라고.
     
    그런 소릴 들으니 더더욱 오기가 생겼다.
    이 자전거가 마치 나 같다는 느낌도 들었다.
    싸구려 인생으로 태어나 별 주목도 못 받고 단지
    출퇴근용 혹은 가벼운 놀이용 정도의 용도일 뿐이라고,
    미리 정해지지 않았지만 누군가에 의해 정해져버린 운명.
    그건 그저 사람들의 입으로 생각으로 편견으로 정해진 운명이었다.
     
    나름대로 좀 내세울 만 한 일 한 것 같아서 자랑하고픈 마음도 약간 있지만,
    그보다는 이 이야기를 널리 전해서 그 사람들에게 알려 주고 싶다.
    십만 원짜리 자전거가 문제가 아니라 당신들 마음가짐이 문제라고.
     
    당신들이 깔본 십만 원짜리 싸구려 자전거로
    부산에서 서울까지 갔고, 제주도도 일주했고, 대마도 종단도 했지만,
    이 자전거는 펑크 한 번 나지 않았다고 알려 주고 싶다.
     
     
    어디 적당히 놔 둘 자리만 있다면 가보로 물리고 싶은 마음도 있지만,
    마땅히 보관할 곳도 없고해서 후배 줘 버렸다.
    돌아서는데 너무너무 아쉬웠고, 집에서도 그 빈 자리가 아직 눈에 밟힌다.
     
     
    p.s.
    내 방 부엌에 이 녀석을 보관했었는데,
    집에 들어올 때마다 이 녀석이 자꾸 어디론가 달려 나가자고
    은근히 눈빛을 보내는 것 같아 몹시 부담스러웠다.
     
    그래서 사실은 이 녀석과 이별여행으로 부산에서 땅끝마을까지 가 보려고 했다.
    하지만 백수답지 않게 시간적 여유가 없는 관계로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 사정이 있다. ㅠ.ㅠ)
     
    후배 주려고 타고 가는데, 여기저기 녹이 좀 슨 것 말고는 타는 데 아무 문제 없었다.
    많이 달렸다고는 하지만 겨우 산지 일 년 조금 넘었으니 당연한 걸까.
    어쨌든 이제 물질적, 정신적으로 무거운 짐 하나를 덜어낼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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