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서민들이 즐기는 인도 영화들은 처음 보면 무척 당황스럽다. 틈 날 때마다 춤과 노래가 나와서 이게 뮤직비디오인지, 영화인지 헷깔릴 정도이기 때문이다.

 인도에서 봤던 한 첩보 액션 영화의 경우의 예를 들어 보겠다. 처음에는 진지하게 액션물로 시작한다. 여자를 만나고 함께 적들에게 쫓기며 긴박하게(?) 도망치고 싸운다. 그러다가 중간에 러브신이 펼쳐질 때, 키스를 하려고 폼 잡고 서로의 입술이 서서히 다가가는 순간, 쿵짝쿵짝 음악이 나오며 난데없이 꽃가루가 뿌려지고, 백댄서들이 나와서 한바탕 노래와 춤이 펼쳐진다.

 노래와 춤은 인도 영화의 필수 요소라고 할 수 있다. 현지인의 말로는, 노래와 춤이 나오지 않는 영화는 인도 현지인들에게서 인기를 끌 수 없다고 할 정도란다. 한국 영화에서, 심각한 내용의 영화라도, 코미디가 섞여 드는 것과 마찬가지로 문화의 차이라고 볼 수 있다. 처음에는 당황스러운 그런 영화 분위기도, 계속 보다 보면 익숙해지고, 그 특유의 분위기에 흠뻑 빠져서는 가끔 생각날 때도 있을 정도다.

 서울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된 움라오 잔(Umrao Jaan)은 그래도 외국으로 나갈 것을 의식해서였는지, 춤과 노래가 나오는 것에 필연성을 부여했다. 움라오 잔이라는 여자가 기녀이기 때문에 언제 어느때고 그녀는 공연의 형식을 빌어서 춤과 노래를 보여줄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스토리와 인도풍의 가무를 적절히 잘 섞은 영화라고 할 수 있다.

 스토리 자체는 어떻게 보면 단순하다. 어린시절 납치 당해서 팔려간 한 어린 소녀가, 기녀로써의 교육을 받으며 훌륭한 기녀로 탄생한다. 춤과 노래는 오랜 교육을 통한 노력의 결실이었고, 미모는 타고났던 것이다. 절세미녀의 춤과 노래가 있다면 다음에 나올 것은? 지체 높은 양반집 아들과의 사랑이다. 그 다음은 집안의 반대이고, 잠시 이별이고, 그 사이에 김중배 같은 인물이 나오고, 사랑은 꼬인다. 예상대로 술술 흘러가는 것이다.

 대충 말만 들어도 충분히 상상할 수 있는 이야기이다. 자막을 굳이 보지 않더라도 큰 줄거리를 이해하는 데는 아무 무리가 없다. (그래서 인도 현지에서도 인도 영화를 즐기는 데는 큰 무리가 없는 것이고.) 영화 전체를 타고 흐르는 애환도 있고, 관객중에는 눈물을 흘린 여성도 있었지만, 단순히 춤과 노래를 즐긴다는 생각으로 영화를 보아도 큰 무리가 없다.

 188분 이라는 긴 상영시간을 꽉꽉 채운 영화라서, 중간에 화장실 가는 사람들도 꽤 많았을 정도로, 처음부터 끝까지 집중하기는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오랜만에 본 인도풍의 춤과 노래가 나오는 영화로써 내겐 무척이나 반갑고 즐거운 영화였다. 혹시나 DVD같은 것으로 나온다면 다른 문화를 접한다는 의미로 한 번 눈 딱 감고 구경해 보라고 권하고 싶다. 아마 네 명 중 한 명 정도는 새로운 문화의 세계에 흠뻑 빠질 것이다.


p.s.
 움라오 잔이라는 기녀가 시련을 겪으면서 테마곡처럼 나오는 노래가 있는데, 가사가 참 구슬프다. '신이여 왜 이러시나요, 다음 세상에는 딸로 태어나지 않았으면'. 옛날보다는 조금 나아졌지만, 아직도 여성 차별이 심한 곳에서 참으로 애절하게 흘러 나오는 노래였다.


(인도 / 2006 / 188min / 35mm/서울국제영화제 상영작/두타 감독)

(www.emptydream.net)
Posted by 빈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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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Tumnaselda 2007.09.15 21:0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188분이면... 좀... 많이 길군요...orz
    이것도 문화의 차이?

    • 빈꿈 2007.09.17 00:4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이 정도 되면 인도에서는 중간에 휴식시간을 주지요~
      노래와 춤이 들어가니까 시간이 길어 지는 것 어쩔 수 없는 것 아닐까 싶기도 한데... 그래도 보고 있으면 나름 재밌답니다 ^^;

  2. 정일동 2007.09.17 07:2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인도 사람들이 우리나라 사람처럼 춤과 노래를 좋아합니다. 책에 보면 나오지요. 마케팅 포인트가 되기도 합니다. 우리나라의 약장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