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동남아 삽질 여행 14


멜라카 방황기



21세기에 김삿갓이 살았더라면 똑딱이 디카를 들고 다녔을 듯. 그러면서 폐인 사이트 같은 곳에 짤방을 찍어 올렸겠지. 그런 취지에서 하릴없이 거닐었던 멜라카 방황기. (논리 따윈 맞추지 않아 ㅡㅅㅡ)


산티아고 요새 근처는 늘 관광객들이 일정 수준 모여 있지만, 이 날은 타이완에서 단체관광객들이 와서 평소보다 더욱 붐볐다. 간만에 트라이쇼 기사들도 영업 좀 잘 되는 듯.

신기한 것은 관광지에 있는 숙박업소에 묵다보면, 주인들은 어디서 어떻게 알았는지 단체관광객들이 온다는 소식을 귀신같이 알고 있다는 것. 관광객들의 국적이나 인원수도 대략 파악하고 있는데, 숙박업소 주인들이 알 정도면 여러 종류의 삐끼들도 이미 다 알고 있다는 뜻.

그래서 그런지 이 날은 차이나타운 상점들도 일찍 문 열고, 며칠동안 단 한 번도 문 여는 모습을 못 봤던 가게들도 문을 열었다. 게다가 트라이쇼들도 그렇게 많지 않았는데, 어디선가 나타나서 그 수가 엄청나게 늘어 있는 모습.

단체관광객 온다는 소식 들으면 다들 직장 땡땡이 치고 관광객들 맞이하러 가는 걸까. 어쨌든 오랜만에 사람들로 붐비는 모습이었다. 그런데 단체관광객들은 관광지와 그 주변 기념품 가게들만 둘러보는지, 시내는 예전과 다름 없는 한산한 모습.



트라이쇼는 저렇게 자전거를 개조해서 사람을 태워 다니는 운송수단. 사실 운송수단이라기보다는 관광도구. 멜라카의 트라이쇼는 관광지 주변을 한바퀴 빙 둘러보는 게 일반적인 이용방법인데, 광관객이 편도로 어디론가 가 버리면 운전사는 빈 차로 돌아갈 수 밖에.

말레이시아는 기본적으로 호객행위가 별로 없는 편인데, 택시나 트라이쇼, 장거리 버스 등 운전기사들의 호객행위가 많다. 그 중 도시 택시의 호객행위가 가장 심한데, 그래도 그리 심한 편이 아니기 때문에 별 거 아니다.

그래도 동남아 쪽 호객꾼들은 점잔은 편이다. 한국에서 관광지 가면, 호객행위 하는데 대답 안 한다고 버럭 화 내는 장삿꾼들이 얼마나 많은지. 그 호객하는 데에 일일이 다 대답을 해 줘야 한다는 생각은 대체 어디서 나온 건지. 한국에선 유명한 관광지에 더이상 가기 싫다.



차이나타운으로 가는 다리 바로 앞쪽에 허름한 가게가 하나 있는데, 이 가게의 chicken ball rice가 유명하다고 한다. 그냥 밥에다 닭고기 넣어서 주먹밥처럼 동그랗게 말아놓은 형태의 음식. 근데 저 가게는 대체 언제 문을 여는 건지, 낮이고 밤이고 찾아가봤지만 문 열고 장사하는 꼴을 못 봤다.



도시의 벽화들은 밋밋한 동네를 예쁘게 꾸며주는 데 큰 몫을 한다. 한국에서도 벽화들이 많은 동네들은 벽화를 구경하러 갈 정도로 인기가 있으니, 아무것도 없는 동네라도 마을 전체 벽을 벽화로 모두 꾸며 놓으면 관광지로 부상할 수 있을 지도 모른다.

도시의 벽화들을 볼 때 가끔 이런 생각이 들 때도 있다. 알타미라 동굴 벽화처럼, 먼 후세들은 이 벽화들을 보면서 고고학적인 가치를 찾으려 하지 않을까라는 것. 후훗- 그냥 재미로 그렸을 뿐인데... 걔네들은 머리 싸 매고 의미를 찾으려 하겠지. 풋- 



동굴같은 복도를 걷는다. 길은 통할 수도 있지만 막힐 수도 있다. 길이 있다고 해서 항상 어디론가 갈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어디론가 갈 수 있다고 해서 그곳이 원하는 곳이라는 보장도 없다. 그것은 인생, 인생은 여행과 정말 많이 닮아있다. 그러니까 우리는 여행을 하다가 지겨우면 잠시 일상을 살면 된다. 어차피 일상은 여행과 닮은 꼴이니까.



대체로 동남아 쪽에서는 식빵, 잼, 우유 사 가지고 숙소에서 먹는 것보다 차라리 밖에 나가서 노점에서 음식을 사 먹는 게 더 싸게 친다(식빵으로 세 끼 식사를 해결할 수 있다 쳐도 마찬가지).



말레이시아 라면은 맛이 없는 편. 차라리 쌀국수가 낫다.



인디아타운 외곽에 있는 호텔 엠페러(현지식 발음). 차이나타운의 호텔에 묵을 가격이면 여기서 묵을 수 있다 (싱글룸 기준). 이 호텔이 싼 게 아니라, 차이나타운이 그만큼 비싸다는 것.



멜라카를 가로지르는 멜라카 강. 강이라고 하기엔 규모가 좀 작긴 하지만, 그래도 강. 이 근처도 밤이 되면 술집에 사람들이 붐비지만, 낮에는 거의 아무도 없을 정도로 한산하다. 하지만 그늘이 없어서 쉬기는 부적합.



강 따라 하류로 내려가면 강과 바다가 만나는 것을 볼 수도 있다 (중간에 길이 끊기긴 하지만, 잘 둘러서 가면 된다). 이 조그만 강에도 가끔씩 관광용 보트가 다니는데, 대체 어디서 그걸 타는지는 아직도 의문.



벽. 마치 당신과 나 사이에 있는 것 같은 벽.
현실의 벽이든, 마음의 벽이든,
벽을 허무는 일은 힘이 세거나, 나쁜 놈 한테만 좋은 일.
벽은 아늑한 보금자리, 나를 막아줄 수 있는 세상 단 하나의 방어 수단.
벽이 있기에 평화로울 수 있고, 벽이 있기에 자유로울 수 있다.
우리 사이의 마음의 벽도, 절대, 허물어지지 않았으면 한다.



저 사람들 대체 뭘 하는 거지, 하고 슬글슬금 다른 것 구경하는 척 하면서 접근 해 봤더니... 뮤직비디오를 찍고 있었다.

옆에는 카세트를(CD 아님) 틀어 놓고, 가수로 보이는 아저씨는 입만 뻥끗거리고 있었다. 카메라맨은 쭈그리고 앉았다가 일어섰다가 이리저리 움직이며 분주하게 녹화를 하고 있었고, 나머지 스텝들은 그냥 딴 짓 하고 놀는 분위기.

말레이시아 뮤직비디오는 저렇게 촬영 되는건가? 찍고 나면 어떨지 몰라도, 찍는 모습은 좀 없어 보인다. ㅡㅅㅡ;;; (저 아저씨, 증지위 닮았더라)

괜히 카메라 앞을 지나다니며 소리 한 번 질러보고 싶은 욕구를 꾹꾹 억눌렀음.



박물관에서 뭔가 하는 듯. 근데 아무리 읽어봐도 뭘 한다는 건지 이해 불가. MISTERI 라는 단어만 눈에 들어올 뿐. 거 참 MISTERI.



널부러진 고양이들. 이 동네엔 고양이가 많은데 사람이 웬만큼 다가가도 피하지 않고 그냥 째려보기만 한다. 이런 넓은 광장이 있으면 보통 비둘기 때가 있는 게 정상인데, 어쩌면 저 고양이들이 다 잡아 먹었는지도...



쇼핑몰 뒷편 체스판. 사람 모아서 인간 체스 한 번 해 보고 싶다 (가서 먹었다고 먹히는 게 아니고, 둘이 싸워 이기는 자가 살아남는 체스를~!). ;ㅁ;







핼로윈 데이가 가까워졌다고 쇼핑몰 안에서는 십대들을 대상으로 이벤트가 잔뜩 열리고 있었다.

X-뭐뭐라는 이름으로 광고 엄청 하고 있는 핸드폰 통신사에서는 코스프레 행사를 여는 듯 했다. 나도 한쪽 구석에 서서 구경하고 싶었는데, 자꾸 핸펀 가입하라고 말 거는 바람에 짜증나서 나와버렸다. 외국인을 위한 단기 요금제 같은 게 있냐고 하니까, 그런 건 없단다. 난 외국인이다, 하니까 일단 가입하란다. 이머병...

쇼핑몰 한쪽에서는 게임 대회도 하던데, 서든데스 비슷한 류의 게임으로 토너먼트 식 대전을 벌이려고 하고 있었다. 대기시간이 길어서 구경 포기. ㅠ.ㅠ

여행을 다니다보면, 자신의 의외의 모습과 성향을 발견할 때도 있다.
예를 들어, 자신의 오타쿠적인 성향을 발견하게 된다면, 그것도 큰 성과일 듯... ;ㅁ;
어떤 여성 여행자 하나는, 레즈가 접근했는데 기분이 좋더라며 자신의 성향을 새롭게 발견했다고.
그건 정말 큰 인생의 전환점이 되는 여행이었을 듯. ㅡㅅㅡ;;;
(이성애는 너무 이성적이야. 난 감성애를 하고 싶어.)




이번에도 카페에 죽치고 앉아 책 읽기.
책은 주로 숙소에서 잠시 빌려 온 가이드 북. (무거워서 책은 안 들고 다님)
익숙해지면 가이드 북을 소설책으로 승화시키는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다.

동남아쪽 패스트푸드 점이나 이런 카페에서는, 자기 테이블을 셀프로 치우지 않아도 된다.
사실 한국에서도 그럴 필요는 없다. 지불한 가격에 그런 서비스 비 까지 다 포함된 것 아닌가. 받아갈 때 셀프로 했으면, 치우는 건 매장 쪽에서 해야 반반씩 공평하기도 하고. 여튼 난 이제 한국에서도 셀프로 안 치운다. 귀찮아!
 


Posted by 빈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