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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싱가폴 - 2008 동남아 삽질 여행 17 1/2
    해외여행/동남아 2008 2008. 12. 8. 15:07


    2008 동남아 삽질 여행 17 1/2

    싱가폴



    제목이 삽질 여행이면서도 아직 삽질다운 이야기를 들려주지 못했다. 하지만 싱가폴에서 일생일대의 엄청난 삽질을 하고 앞으로 다시는 싱가폴 따위 가지 않겠다고 결심할 정도였으니, 이번에는 약간 기대(?)해도 좋을 듯.



    말레이시아의 멜라카에서 요양생활을 며칠 하고 있던 어느날, 문득 이제는 싱가폴로 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다음날 아침 바로 싱가폴로 떠났다.

    멜라카의 central bus terminal에서 버스표 파는 곳을 기웃거려보면 싱가폴 행 버스가 굉장히 많다. 어떤 것은 똑같은 버스인데 파는 부스만 다를 뿐이고, 어떤 것은 아예 버스 자체가 다르기도 하다.

    멜라카에서 싱가폴 가는 버스 중 VIP 버스는 우리나라 우등고속버스보다 시설이 좋다. 거의 두 발 쫙 뻗고 누운 자세로 갈 수 있을 정도. 하지만 멜라카에서 싱가폴까지는 4시간 정도 밖에 안 걸리므로 그렇게 좋은 버스를 탈 필요는 없고, 대충 시간 맞는 버스를 골라타면 된다.

    멜라카에서 낮 12시에 출발하는 버스를 22.10링깃을 주고 탔다. 버스는 말레이시아와 싱가폴 국경도시인 조호바루 여기저기에서 승객들을 내려주고 싱가폴로 향한다. 그 과정을 모두 합쳐도 4시간 정도 걸린다.




    조호바루에서 코즈웨이라고 부르는 약 1킬로미터 정도의 다리를 건너면 바로 싱가폴.

    싱가폴은 서울시보다 약간 큰 면적이고, 제주도의 1/3 정도 면적의 작은 섬나라. 적도에 딱 걸려 있어서 무척 더운 나라이고, 살인적인 물가를 자랑하는 나라.


    세관 통과할 때 담배는 한 갑만 통과가 가능하다는 설 부터, 한 보루까지 괜찮다는 설까지 다양하게 있는데, 육로는 세관원들이 그때그때 대충대충 잡기도 하고 넘어가기도 하고 하는 듯 하다. 담배 두 갑 가져갔다고 벌금 문 사람이 있는 반면, 한 보루도 당당하게 들고 들어간 사람도 있으니까. 운에 맡기는 수 밖에.

    다만, 말아서 피는 담배는 한 봉지 그대로 들고 들어가도 아무 말 안 한다. 그래서 나는 애초에 태국에서 산 말아서 피는 담배만 가지고 싱가폴로 들어갔다. 여행비도 간당간당한데 벌금까지 물 수는 없기 때문에.


    (조호바루 버스터미널 모습. 멜라카에서 싱가폴로 가는 버스는 버스 터미널 안까지는 들어가지 않고, 터미널 입구에서 승객들만 내려주고 다시 길을 떠났다.)




    조호바루에서 거의 대부분의 승객들이 내리고, 다리를 지나 싱가폴 섬으로 들어가면 일단 '체크포인트'라는 출입국관리소에서 심사를 거쳐야 한다. 버스는 밖에 서 있고, 사람만 짐을 들고 내려서 여권에 도장을 찍는다.

    이 때 말레이시아 인이나, 싱가폴 사람들은 수속이 굉장히 간단한데 반해, 외국인들은 그들에 비해 세 배 이상의 시간이 소요된다. 그래서 외국인들은 되도록 발걸음을 재촉해서 급하게 들어가서 급하게 나오는 경향이 있다. 그래야 타고 왔던 버스 계속 타고 시내까지 갈 수 있을 테니까.

    나도 급하게 서둘러서 여권심사와 세관까지 다 통과하고 나와서 내가 타고 온 버스를 찾아갔는데, 이상하게도 단체로 버스를 탄 싱가폴 사람들 몇몇이 나오지 않고 있었다. 버스 기사는 뭔가 문제가 생겼다는 말 밖에 안 해주고, 애꿎은 시간만 보내고 있었다.




    그렇게 기다리는 시간이 지루해서 타고 온 버스와 주차장 근처 사람들 모습을 사진을 찍고 있었는데, 어디선가 경찰이 나타나서 다짜고짜 여권을 보여 달란다.

    왜 그러냐고 하니까, 여긴 촬영금지 구역이란다.

    촬영금지라는 표시가 어디 있냐고 하니까, 건물 안에 있단다. (이머병 ㅡㅅㅡ+)

    대체 그게 뭐냐고, 말이 되냐고 항의하니까 어디선가 경찰 하나가 더 나타나서 규정이니까 여권 빨리 보여 달란다.

    그래서 던져줬더니 그걸로 무전 쳐서는 여권번호를 등록시킨다. 일종의 범죄자로 등록된거란다. OTL



    나 사실, 한국에서는 쓰레기 길거리에 좀 버리기도 한다. 한국에서는 무단횡단도 한다. 하지만 외국에서는 최소한 나는 한국인 이미지에 먹칠을 하지 않기 위해서 그런 것 철저하게 지키는 편이다. 아, 그런데 이 코딱지 만 한 나라에 와서, 그것도 인식도 못 하고 있던 와중에 범죄자 등록이라니! 일단 여기서 화가 났다.



    그래도 벌금은 물지 않았고, 기껏해야 경범죄 정도일 테니까 하며 애써 마음을 추스렸다. 그런데 그 경찰들이 돌아가자마자 확 열 받는 일이 생겼다.

    버스 타고 온 몇몇 싱가폴 사람들이 아까 내가 사진 찍었던 곳 주변에서 자기들끼리 기념촬영하고 난리 부르스를 떨기 시작한 거였다.

    너댓명이 그렇게 서로 사진 찍고 찍어주고 하면 당연히 티를 안 낼래야 안 날 수가 없는 법. 그런데 저쪽 건물 아래 있는 경찰은 멀뚱멀뚱 이 쪽을 보고만 있었다. 걔네들 머리 위에는 감시카메라도 있었는데!



    아니 왜 나는 사진 두 장 찍었다고 범죄자 등록도 하고, 사진도 다 지워놓고는 쟤네들은 보고도 아무 말 안 하는 거지!

    멀찌감치 서 있는 경찰한테 따지러 갔다. 성큼성큼. 그러니까 그 경찰, 내 모습을 보고는 어디론가 사라져버리는 게 아닌가. 아 이런 씨-베리아!




    (싱가폴 시내로 들어가는 모습. 멜라카에서 출발한 버스가 싱가폴 어디에서 나를 내려줄지 참 기대되었는데, 어떤 여행사 많은 동네 앞에서 떡하니 세워 줬다. 내리니까 택시들이 줄 서서 승객들 기다리고 있고, 당연히 여기서도 호객행위가 있었다.

    물가가 비싸다는 걸 알기 때문에, 지도 한 장 없었지만 택시를 탈 수는 없었다. 일단 근처 가까운 전철역을 가려고 지나는 사람에게 물어봤더니, 전철역 대빵 멀어서 걸어갈 수 없단다. 버스를 타거나 택시를 타야 한다고. 헉- 덜컥 겁 먹었다.

    근데 생각해보니 싱가폴은 겨우 700 제곱킬로미터 밖에 안 되는 섬이잖아. 기껏해야 삼십 킬로미터 걷겠거니 하고 걸어갔더니... 전철역은 그 곳에서 약 1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있었다. 아아, 싱가폴 사람들에겐 이 정도 거리가 걷기 불가능한 거리구나라고 느꼈고, 그런 상황은 종종 발생했다.

    예를들어 싱가폴의 전철역 한 코스는 서울의 가장 짧은 전철역 한 코스 정도 될까말까인데, 현지인들은 그 거리를 '걷기는 매우 힘든 거리'라고 인식하고 있더라는 것. 그러니까 싱가폴에서 길 물어 볼 때는 이런 상황을 감안하시라. 걸어가기 힘들다라는 말에 쫄지 마시고~)



    (멜라카에서 출발한 버스가 내려준 곳은 여행사 밀집지역. 아직도 그 동네 이름은 모르겠는데, 어쨌든 여행사가 많았고, 시내와도 그리 멀지 않았다(한국인 기준 ㅡㅅㅡ; 싱가폴 사람들에겐 상당히 먼 거리).

    그 여행사들 중 한 곳에 한국관광 팜플렛이 있는 모습. 팜플렛 종류가 다섯가지 정도 밖에 없었는데 그 중에 한국 관광 팜플렛이 있다는 건, 요즘 이게 붐이라는 뜻 아닐까.)






    (싱가폴은 땅이 좁아서 그런지 높은 건물들이 오밀조밀 많이 모여있다. 인상적인 것은, 고층빌딩들도 나름 특색이 있다는 것. 한국처럼 완전 성냥갑 도시를 만들어 놓진 않았다.

    여행 시작할 때 신문에서 우연히 이런 기사를 읽었다. 싱가폴 교과서에 한국의 노숙자 사진이 나오고, 그 아래에 '싱가폴은 주택이 충분히 공급되기 때문에 이런 사람들이 없다'라는 설명이 나와 있다는 것. 기사는 사진과 함께 나왔는데, 역 이름을 보니 100% 한국 노숙자 사진이 맞았다 (항의를 한다고 하는데 어찌 됐는지는 모르겠음).

    어쨌든 그렇게 자부심을 가질 정도여서 그런지 정말로 싱가폴엔 노숙자나 거지가 없었다. 내 생각엔 노숙자나 거지는 다 잡아가는 게 아닌가 싶지만... ㅡㅅㅡ; )




    체크포인트에서 불미스러운 일이 있었지만, 어쨌든 시내로 가게 됐다. 하지만 열 받아 있는 상태에서 시내고 뭐고 구경할 기분이 날 리 없다. 일단 버스에서 내려서 물 좀 사고 시내로 가서 인포메이션 센터에서 지도 얻은 다음 한 쪽 구석으로 갔다.



    현지인들이 쪼르륵 앉아서 담배를 피고 있길래 나도 그 옆에 나란히 앉아 담배를 펴 물었다. 거의 담배에 불을 붙이자마자 어디선가 나타난 경찰. 내 쪽으로 걸어오고 있다. 눈이 마주친 걸로 봐서 분명 내가 타겟!

    이 때, 아차- 싶었다. 일단 그렇게 등록해 놓고, 이번에 잡히면 '넌 두번째야'라며 벌금을 뜯어내려는 수작! 아, 그런 거였군! 그래서 내가 선택한 방법은... 당연히 도주!!!

    황량한 벌판에서라면 도주는 달리기 실력과 비례하겠지만, 이런 도심에서라면 도주는 테크닉에 비례한다. 중간에 할 말 생략하고, (ㅡㅅㅡ;) 당연히 도주 성공. 경찰은 닭 쫒던 개 지붕 쳐다보듯 멀찌감치서 입맛 다시며 나를 째려보곤 다시 저쪽으로 가 버렸다.



    근데 여기서도 웃긴 것은, 만약 내가 금연구역에서 담배를 폈다면, 다른 사람들에게도 주의를 주거나 벌금을 물려야 정상적인 것 아닌가. 그런데 바로 옆에서 함께 담배피던 현지인들은 내가 도망치는 걸 멀뚱멀뚱 바라보며 계속 담배 피고 앉아 있는데도, 경찰은 아무 말도 안 하고 그 옆을 지나갔다는 것.

    그렇다면 이 일련의 과정에서 나는 어떤 생각을 할 수 밖에 없는가. 아, 싱가폴은 외국인을 봉으로 알고 벌금 뜯어 내려고 혈안이 된 경찰들이 있는 나라구나.










    (싱가폴도 말레이시아와 비슷하게 다양한 인종들이 어울려 살고 있다. 그래서 종교도 다양한 종교들이 옹기종기 모여있다.)






    (어느 길거리에 한국을 알리는 행사가 열린다는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국내에서 이름만 대면 알 만 한 기업들이 후원을 하는 듯 했고, 흐뭇하기도 했다. 근데... 장소가 어디인지는 전혀 안 나와 있다. 그냥 저 현수막 하나로 끝인건가? ㅡㅅㅡ;)







    사실 싱가폴의 일반인들은 무척 친절하다. 길을 물어보면 대체로 아는 한도 내에서 친절히 가르쳐주고, 일부러 목적지 근처까지 데려다 주는 경우도 많았다. 사람들만 보면 친절한 곳인데, 이런저런 일들 때문에 싱가폴을 좋아하긴 힘들었다.








    싱가폴이 싫은 이유 중 또 다른 하나는 물가다. 1 USD = 1.47 SGD(싱가폴 달러). 한국돈도 환전해 주던데, 1000원이 1 싱가폴 달러였다. 이런 환율 상황에서 한 번 생각해 보시라. 맥도날드 빅맥세트가 6.60 달러, 코카콜라 작은 패트병 하나가 2달러.

    게다가 숙소는 왜이리 안 보이는지... 부기스 역 근처에 숙소가 많다고 해서 무턱대고 헤매 다녔지만, 날이 날인지 그 날은 내 눈에 숙소가 하나도 눈에 띄지 않았다. 결국 계속 그 일대를 헤매다니다가 더워서 패스트푸드점만 두 번 들어갔고, 결국은 인디아타운으로 직행.



    리틀인디아라고 한 쪽에 인도 사람들이 마을을 이루고 사는 곳이 있었는데, 가 보니 완전히 인도 분위기가 났다. 어쩌면 인도가 20년 정도 발전한 후의 모습이 아닐까 싶을 정도. 별로 재미있는 분위기는 아니었지만, 인도의 미래를 본 느낌이랄까.

    어쨌든 리틀인디아에서는 숙소가 여럿 보였는데, 다들 가격이 장난이 아니었다. 대체로 방 하나가 60달러를 넘는 분위기. 그 이하는 아무리 찾아봐도 없었다.

    찾다찾다 마침내 여섯명이 한 방을 쓰는 도미토리를 찾아냈다. 방 안에는 2층침대만 3개 놓여 있어서, 여섯명이서 한 방을 함께 쓰고, 샤워나 화장실은 바깥에 있는 공용 세면장을 이용하는데, 이런 방이 하룻밤에 22달러.



    만약 한국에서 바로 왔다면 '아, 조금 비싸구나'하고 대충 지내면서 '평생 한 번이 될 지도 모르니까'라고 생각하며 유명한 곳들 구경다니고 했겠지만, 태국과 말레이시아를 거쳐온 지 얼마 안 되는 입장에서 싱가폴 물가는 정말 살인적이었다. 거의 태국 물가의 4배에 육박하니까!

    뭐 어차피 싱가폴이 물가 비싸다는 건 어느정도 알고 있었고, 그래서 싱가폴에서 오래 머물 생각도 없었다. 하지만 낮에 이런저런 일들은 당한데다가 물가마저 비싸니까 없던 정도 떨어져서 아주 싫어졌다. 그래서 밤에 리틀인디아 주변을 산책하면서는 가급적 빨리 떠나자고 결심하게 됐다. 




    (6인용 도미토리. 이런 방이 하룻밤에 22 싱가폴 달러. 약 22,000원.)



    (밤에도 굉장히 덥지만, 맘 놓고 찬 물 하나 사 먹을 수 없는 싱가폴에서의 고된 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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