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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위앙 풍경과 이런저런 이야기들 - 2008 동남아 삽질 여행 34해외여행/동남아 2008 2008. 12. 26. 20:32
2008 동남아 삽질 여행 34
왕위앙 풍경과 이런저런 이야기들
라오스의 왕위앙(Vang Vieng)은 위앙짠에서 버스로 4시간 정도 거리에 있는 작은 마을이다. 사실은 마을이라고 할 수도 없는 곳이다. 경치가 아름다워서 여행자들이 몰리다보니, 관광객을 위한 편의시설들이 들어서서 마을을 형성한 분위기. 여기서는 현지인들이 사는 모습보다는 관광객들과 함께 여러가지 놀이들을 즐기는 곳으로 적합하다.
왕위앙은 영어표기로 Vang Vieng이라고 적는데, 이 표기때문에 외국인 여행자들은 '방비엥'이라고 많이 부른다.
왕위앙이 현지 사람들이 부르는 명칭이긴 하지만, 방비엥으로 불러도 웬만 한 사람들은 다 알아듣기 때문에 편한 이름으로 부르면 된다. 하지만 이왕이면 북경보다는 베이징, 동경보다는 도쿄, 방비엥보다는 왕위앙, 이렇게 현지식으로 불러주는 게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
왕위앙은 앞서도 말 했듯, 아는 사람은 다 알 만큼 경치가 아름답다. 물론 입이 쩍 벌어질 정도로 뭔가 특이하고 웅장한 것이 있는 건 아니다. 쏭 강 (Nam Song)과 나즈막한 산들이 어울려 한 폭의 수묵화 같은 고즈넉한 분위기다.
그래서 여행자들도 여기서는 다소 조용하고 차분하게 하루를 즐기는 편이다. 굳이 멀리 가봤자 볼 것도 없으니, 그저 강과 산이 어우러져 만들어내는 평화로운 분위기 속에 폭 파묻혀 조용한 휴식을 갖는 분위기.
그래서 이 곳에서는 소위 멍 때리는 사람들도 꽤 많다. 듣자하니 어떤 사람들은 이 동네에서 멍하니 일주일 넘게 있다가, 체류기간 다 돼서 부랴부랴 짐 싸서 태국으로 넘어가는 사람들도 꽤 있다한다. 여행자들을 위한 편의시설도 잘 갖춰져 있을 뿐더러, 다른 유명한 관광지보다 물가도 그리 높지 않은 편이라 더 그럴 수도 있다.
그래도 활동적인 사람들은 근처의 동굴을 탐험한다든지, 각종 물놀이를 즐기기도 한다. 왕위앙에서 주로 하는 놀이(?)는 튜빙, 카약킹, 타잔놀이 등이다. 주로 여행사 상품을 이용해서 즐기는데, 가격이 싸지는 않다.
튜빙은 강 상류에서 튜브를 타고 하류로 흘러 내려 오는 것. 카약킹은 카약을 타고 강을 내려가는 건데, 상품에 따라서는 위앙짠까지 내려가기도 한다. 그리고 동굴탐험을 하면서 동굴에 묶여진 로프를 이용해 타잔놀이를 즐기기도 하는데, 잠깐 대충 보아도 아주 위험하기 짝이 없다. 딴 건 몰라도 타잔놀이는 말리고 싶다.
나는 물놀이를 굉장히 싫어하기 때문에(어릴 때 죽을 뻔 해서), 물놀이는 빼고 동굴탐험과 산 속 마을에 사는 부족 방문만 할 수 없을까해서 여행사들을 수소문했었다. 그런데 모든 단체 여행 상품들이 카약킹과 튜빙 등이 포함되어 있었다. 물론, 인원이 많다면 맞춤형으로 설계를 해서 원하는 것만 할 수도 있다.
물놀이 말고는 딱히 할 것이 없었기때문에, 왕위앙에서는 그냥 멍하니 강물을 쳐다보고, 동굴 하나 들어가 본 것이 전부였다. 그런데 여기서 기억에 남는 여행자 하나를 만났으니...
이 즘에서 여행하다 만난 몇몇 사람들 얘기를 들려 주겠다. 옴니버스 형식으로 (뭐 딱히 재밌는 사람은 없었지만). 지금부터 사진과 이야기가 따로 노니까, 주절주절 써져 있는 글 읽기 싫은 분들은 그냥 사진만 보고 넘어가도 상관없다. 중요한 여행정보는 이번편에서는 여기까지가 끝.
(애써 와이드로 찍어봤음. 클릭 해 보세효~)
1.
최근 몇 년 사이 태국에서는 한국어를 배우거나, 한국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태국인들이 은근히 많이 늘었다. 라오스 넘어오기 전에 방콕에서 이야기를 나눴던 한 태국인 청년 이야기.
20대 초반 정도의 청년이었는데, 한국에 관심이 많아서 한국어를 배우고 있다고 했다. 아직 한국어는 인삿말 정도만 구사하는 수준이었는데, 이것저것 대화하다가 뜬금없이 이런 걸 물었다.
태국애: 한국에도 거지가 있어?
나: 당연히 있지, 방콕보다 더 많을 걸.
태국은 이상하게도 가난한 사람들은 많지만, 거지나 노숙자는 별로 없다. 태국 최대의 도시이자, 동남아 최대의 도시라해도 과흔이 아닌 방콕에서도 거지나 노숙자는 별로 없는 편이다.
그래서 그렇게 말 해 줬더니, 얘가 놀리지 말라는 식으로 빙긋 웃으면서 다시 말 했다.
태국애: 아니, 한국 전체 말고, 서울 말야. 서울에는 거지 없지?
나: 어이, 뉴욕에도 거지가 많다구. 그런데 서울에 거지가 없을 리가 없잖아.
그랬더니 피식 웃으며, '너, 잘 모르는 군.'이라는 표정을 지으며 단호하게 이렇게 말 했다.
태국애: 아냐, 서울엔 거지 없어. (단호! ㅡㅅㅡ;)
나도 서울에서 살 만큼 살았는데... 서울에 거지가 없다는 사실을 이 때 처음 알았다. ㅡㅅㅡ;;; 그럼 서울역 같은 곳에 있는 그 많은 사람들은 캠핑중인가보다. ;ㅁ; 역시 서울 갔다온 놈과 안 갔다온 놈이 싸우니까, 서울 안 갔다온 놈이 이긴다. OTL
아마도 한국 드라마에서 보이는 그 럭셔리한 모습들만 보고는 그런 생각을 갖게 된 것 아닌가 싶다. 저런 이미지가 널리 퍼지면 한국인 배낭여행자들에겐 치명적인데...
2.
태국에서 어설프게 한국어 하는 사람들 중에, 남자인데도 남자에게 '오빠'라고 부르는 사람들이 있다. 게이라면 이해를 하겠지만, 게이도 아닌데 그렇게 말 하는 게 문제.
하루는 어떤 애에게 그 이유를 물어봤더니, "한국 남자들은 '오빠'라고 부르면 좋아한다고 해서'란다. ㅡㅅㅡ;;;
"그...그건 여자들이 남자한테 불러야 좋아하는 거야. 남자가 남자한테 오빠라고 불렀다간 한 대 맞을 수도 있어."라고 잘 가르쳐 주었다.
혹시나 여행하다가 남자애가 '오빠'라고 부른다고 해서 걍 때리지 마시고, 잘 가르쳐 주시기 바란다. 잘 못 알고 있는 상식들이 꽤 많으니까.
참고로, 대체로 한국어를 어설프게 아는 사람들은 여자를 부를 때는 '언니'라고 부르는 습성이 있다. 대체 왜 이런 현상들이 일어나는거지? 좀 좀 제대로 좀 안 가르칠래?! ㅡㅅㅡ+
3.
여행을 하다보면 유럽인들을 많이 만날 수 있는데, 요즘은 독일인들을 많이 볼 수 있다. 독일인들에게 그 이유를 물어보니까, 아마도 요즘 독일 경기가 안 좋아서 그런 것 아니겠느냐는 의견이 많았다.
나이가 적건 많건, 요즘 독일 경기가 어려워서 취업이 힘든다고 한다. 그래서 우울하고 놀고 있는 것보다는 여행이나 가자, 이왕이면 싼 동남아로 가자, 그래서 많이들 나오는 거라는 것.
독일인들 뿐만 아니라, 만나는 유럽인들 모두가 요즘 유럽 경기가 너무 안 좋다고 이구동성으로 말 했다. 게다가 '화폐가 유로로 통합 된 이후에 더 나빠졌다'라는 것이 공통적인 이야기.
유로로 화폐를 통합하면 국경간에 오가는 자금에 환율같은 것이 없어지므로 자본의 이동이 수훨해진다는 등의 이익이 있는데, 사실 일반 서민들 중에 자본을 국경 너머 옮길 일이 있는 사람들이 얼마나 되겠는가. 모두 부자들한테 좋은 일이지.
게다가 중앙은행에서 돈의 공급을 늘이거나 줄이거나 해서 정책을 펴고자 할 때, 한 국가 내에서는 그게 가능하지만 유로라는 거대한 통합 경제권 안에서는 그게 사실상 불가능 해 진다. 계속되는 인플레이션 속에서 그걸 통제할 만 한 방법은 딱히 없다는 뜻.
그래서 '부자는 더욱 부자가 되고, 그 아래 계층들은 모두 다 못살게 만들어 놓은 화폐정책'이라는 유럽인들의 말처럼, 그렇게 현실화 돼 가고 있는 실정이다.
앞으로 유로를 어떻게 잘 운용해 나가서 이 문제를 풀어갈 지 모르지만, 어떤 뾰족한 대안이 나오기 전 까지는 아시아 통합 화폐는 거론도 해서는 안 될 듯 하다. 가끔 아시아 국가들 회의석상에서 통합 경제권과 통합 화폐 얘기가 거론되기도 한다던데, 현실화 가능성도 아직 별로 없긴 하지만 현실화 가능성이 있다 해도 아직은 실현해서는 안 되겠다.
화폐가 통합되면 여행 할 때 좋겠거니라고 막연히 생각했었는데, 차라리 국경 넘어갈 때마다 환전을 하더라도 물가가 조금이라도 싸게 유지가 되는 편이 더 좋지 않겠는가. 2009년에는 동유럽 몇 개 나라가 유로 화폐를 도입한다고 하던데... 이제 점점 물가때문에 갈 수 없는 나라가 늘어나게 되는 것 아닌지 모르겠다.
4.
말레이시아 멜라카에서 있었던 일이다. 에밀리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는 형제와, 독일인 부부, 핀란드 할아버지, 그리고 나. 이렇게 모여 앉아 소세지 구워 먹으면서 수다를 떨고 있었는데, 어쩌다가 직업 얘기가 나왔다.
내 직업을 묻길래 그냥 무심코 '컴퓨터 프로그래머'라고 답 했다.
정식으로는 소프트웨어 디벨로퍼software developer 이런 식으로 말 해야겠지만, 경험상 그냥 컴퓨터 프로그래머라고 해야 일반인들도 쉽게 알아듣는다.
여하튼 그랬더니, 주인장이 "와우~ 좋은 직업 가지고 있구나~" 이런 반응을 보였다.
그래서 마침 말도 나오고 해서 유럽인들에게 한 번 물어봤다. 말레이시아도 좀 사는 나라니까, 말레이시아 사람 얘기도 좀 듣고 싶었고.
"여행하다가 내 직업이 '컴퓨터 프로그래머'라고 말 하면, 사람들이 모두 '돈 많이 벌겠네'라고 말 하는데, 여러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시는가요?"
그러자 말이 떨어지기도 무섭게 모두들 이구동성 합창을 하신다.
"컴퓨터 프로그래머, 원래 돈 많이 버는 직업 맞잖아!!!"
OTL
...원래 개발자가 돈 많이 버는 직종인가보다. 그렇다면, 한국 개발자만 돈 못 버는 건가? 아니면 나만 그런건가? ;ㅁ;
여행 다니면서 괜히 컴퓨터 프로그래머라고 하지 말자. 돈 많은 사람으로 오해받는다. 그럼 뭐라고 하지? 그냥 타자 치는 사람(typer)? ;ㅁ;
5.
이건 왕위앙 다음에 간 루앙프라방에서 있었던 일인데, 그냥 여기서 소개하겠다. 루앙프라방의 어느 야시장에서 쌀국수와 밥, 콜라 등을 먹고 계산을 했다.
기껏해야 스무 살 즘 된 어린 처자가 장사를 하고 있었는데, 내가 먹은게 모두 합쳐서 22,000 낍 이란다.
잔돈도 없고 해서 50,000 낍 짜리 지폐를 냈더니, 얘가 글쎄 38,000 낍을 거슬러준다. ㅡㅅㅡ;
내가 다시 1만 낍을 돌려주니까, 얘가 막 어리둥절 하면서 팁은 필요 없단다. OTL
그래서 종이에 알기 쉽게 5만 빼기(-) 22,000 은(=) 28,000낍 이라고 계산을 해 줬다.
그랬더니 그제서야 '아하~' 하면서 내게 줬던 38,000낍을 전부 가져가더니, 새로 돈을 세기 시작했다. 그런데 아무리 세어도 돈이 28,000낍이 안 만들어 지고 있다! 뭐냐 이건!
막 만 낍 짜리, 천 낍 짜리, 오천 낍 짜리 다~~~ 꺼내서는 이리저리 맞추는 데도 절대절대 28,000낍이 안 만들어지는 상황. 아까 38,000낍은 잘 만들었으면서... ;ㅁ;
결국 내가 걔 돈 다 뺏어서 28,000낍 만들어 보여주고 가져갔다. 쌩긋 웃으면서 '컵 짜오 다이 라이 thank you very much'란다.
그래갖고 어떻게 장사 하겠니... 해서 이것저것 물어보니, 학교도 거의 다닌 적 없단다. 어릴 때부터 엄마 따라 나와서 장사 했다는데, 자기 친구들도 거의 다 그렇다고. 아, 그렇구나...
제대로 학교도 다니지 못 했지만, 웃으면서 열심히 일 하는 그 모습이 예쁘게 보였다. 물론 걔가 만든 쌀국수도 맛있었고.
일어나서 가는데도 연신 고맙다는 말을 계속했다. 그걸 들으면서 '아, 나 또 착한일 한 거야? 이러다가 하이레벨 천국 가겠는걸~'하며 기분좋게 걸어갔는데...
걷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걔 혹시... 더하기도 잘 못 한 것 아닐까?' ;ㅁ;
(더하기 잘 못 해서 혹시 내가 만 낍 더 낸 것 아닐까라는 의문이...)
라오스를 여행하다가 노점이나 시장에서 뭔가를 살 때, 계산을 좀 이상하게 하더라도 일부러 바가지 씌우려고 그러는 게 아니라는 거 이해해 주자.
6.
한국이 해외진출을 많이 하고 관심이 많아진 만큼, 한국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 또한 날로 높아지고 있다. 많은 다양한 이유들이 있겠지만, 이번 여행 때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은, 자원봉사단체들에 관련된 일들이었다.
좀 유명한 단체들은 자원봉사자들을 위해 숙소를 짓는데, 이게 현지인들이 보기에는 삐까번쩍한 굉장히 고급스러운 숙소라는 것. 그래서 자연히 그런게 들어오면 땅값이 높아진다. 게다가 외국인들은 1달러 알기를 우습게 알기 때문에, '에이, 1달러 까짓거 그냥 갖고 가라'이런 생각들이라, 자연스럽게 현지 물가도 높아진다는 것. 이건 유명한 자원봉사단체라면 모두 안고 있는 문제들.
그런데 한국인들은 여기서 한 술 더 떠서, 현지에서 부동산 투기를 하는 사람들도 꽤 많단다. 아예 애초부터 투기하려고 마음먹고 간 사람들도 있지만, 자원봉사 하러 가서 투기하는 사람들도 있다고. 그래서 현지인들 중에서는 노골적으로 한국인을 싫어하는 사람들도 있다. 실제로 '한국인들은 땅에 환장한 것 같다'라는 말을 직접 듣기도 했다. 아아...제발 좀... (더 심한 이야기들도 많지만, 말 안 하겠다.)
7.
말레이시아에서 있었던 일. 디카 구경을 하다가 점원하고 한국 메이커 이야기를 하게 됐다. 삼성이 한국 거다, 아 그러냐 삼성카메라 요즘 특판 세일하고 있다, 뭐 그런 얘기.
그러다가 현대도 한국 브랜드인데, 잘 모르는 거 같더라라고 말 했다. 그러니까, 오~ 휸다이 HYUNDAI가 한국 회사였어? 하더니...
"그럼, 한국은 일본 어디에 있는 거야?" ㅡㅅㅡ;
이해하기 쉽게 정리하자면, 휸다이를 일본 메이커라고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그런데 휸다이가 한국 브랜드라고 하니까, 한국이 일본의 어느 도시인건가라는 생각을 하게 된 것.
여행 하다보면 한국이 도쿄나 오사카처럼 일본의 어느 한 도시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이런 사람들과 얘기하다보면 이야기가 막 꼬인다. 생각 난 김에 인도에서 있었던 한 대화를 들려주겠다.
"한국은 일본 어디에 있는 도시야?"
"한국은 하나의 나라야. 독립국이라고."
"그럼, 한국도 일본왕을 모셔?"
"안 모셔! 독립국이라니까!"
"아~ 그럼 한국은 일본 어느 지역에 있는 나라야?"
아 덴장...! ;ㅁ;
8.
태국에서 어떤 게스트하우스에 묵고 있는데, 여자 셋에 남자 하나가 맨날 있었다. 다들 주인 역할을 하고 있는데, 여자들이 다들 비슷한 나이 또래라서 서로의 관계를 알 수가 없었다.
그래서 그들을 관찰 해 봤는데 (별 할 일이 없었다 ㅡㅅㅡ;), 여자 한 명과 남자는 부부관계인 것이 틀림없었다. 그럼 나머지는 뭘까? 좀 이상한 관계였다, 여동생도 아닌 것 같고... 그래서 그냥 물어봤다.
나: 저기 전지현처럼 생긴 애는 니 부인 맞지?
남자: 응, 맞어.
나: 그럼 저기 황보처럼 생긴 애는 처제야?
남자: 아니, 내 부인이야.
헉...!
뭐, 이미 태국에는 아내를 둘 데리고 사는 남자도 많다는 걸 알고 있으니까 그 정도 즘이야...
(연예인 이름은 구분하기 쉽게 하기 위해 각색해서 붙였음.)
나: 그러면 말야, 저기 수애처럼 생긴 애는 그냥 일 하는 애야? 맨날 아침에 와서는 밤 늦게 가던데...
남자: 아~ 걔는 내 애인이야.
철푸덕 OTL
나중에 좀 더 자세히 관찰해 봤더니, 애인이라는 애는 자기 집에 가서 자는 경우가 많았는데, 넷이 함께 자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그러다가 어느 야심한 밤에, 은근슬쩍 남녀 한 쌍이 어느 창고같은 데 들어가기도 하고... 아하 그렇게 부부생활이 유지되는 거구나... ㅡㅅㅡ;;;
사실 마누라가 둘이라는 건 별로 부러운 일이 아니다. 생각해보라, 잔소리가 두 배라는 뜻 아닌가. 그런데... 그런데... 이쁘고 어린 마누라가 둘 이라면... 게다가 애인은 또 별도라면... 심각하게 부럽... ㅡㅅㅡ;;;
9.
왕위앙에서 짱(chang) 동굴을 보고 나오는데 한 프랑스인을 만났다. 정확히 말해서, 한국계 프랑스 인. 한국인이냐면서 먼저 아는 척을 하길래, 이후에 함께 술도 마시고 밥도 먹으며 이런저런 얘기를 나눴는데, 얘가 또 사연 많은 인생이었다.
자신의 어린시절 기억의 시작은 고아원이란다. 그 이전 기억은 하나도 없고, 우크라이나의 어떤 고아원에 있을 때 부터 기억이 난다고. 한국인인 자기가 어떻게 그 먼 나라 고아원에 있게 됐는지는 전혀 알 수 없고, 거기서 어떻게 어떻게 하다가 프랑스로 입양됐단다.
그래서 지금은 정식 프랑스인으로 프랑스에서 살고 있는데, 현재 프랑스는 6개월 이상 일을 하 관두면, 쉬는 동안 3개월간 이전 월급의 2/3 정도로 국가에서 준단다. 그래서 자기는 평소에는 두 개의 직장에서 밤낮으로 일 하고, 그러다가 석 달 정도 쉬면서 여행을 다닌단다. 이번에 법률이 바뀔 예정이라 더 이상은 그렇게 못 하리라면서, 마지막 휴가를 즐기고 있는 중이라고.
대화의 주 내용은 한국이었다. 자신이 한국인이라는 것은 알고 있는데, 한국이라곤 가 본 적도 없고, 한국어도 전혀 모른다. 그런데도 한국에 꼭 가 보고 싶단다. 어릴 때는 엄마른 찾고 싶었지만, 남아있는 단서가 아무것도 없기 때문에 그건 이미 오래전에 포기했단다. 하지만 조국 땅을 밟고 몇 개월 지내보고 싶다고. 그러면서 자기가 한국인이라는 걸 확인하고 싶다고.
그런 생각을 가진 그 청년이 고민하는 것은, 자기 외모가 한국인처럼 보이지 않는다는 것과, 한국어를 전혀 못 한다는 것. 동양인이면서 프랑스인이라고 하면, 아시아 쪽에서는 대체로 고개를 갸우뚱하는 분위기. 그건 한국에서도 마찬가지일 거라는 예상. 그래서 한국을 가도 힘들거라는 생각. 게다가 아는 사람 하나도 없으니 조국이라도 조국이라는 생각이 안 들게 되면 어쩌나라는 걱정.
내가 좀 여유가 있다면 한국 와서 연락하면 잠이라도 재워 주겠다고 흔쾌히 말 했을텐데, 나 역시도 한국 가면 내 한 몸 누우면 꽉 차는 그런 방을 전전하는 형편이라 쉽게 도와주겠다는 말을 할 수가 없었다. 게다가 내가 급하게 떠나는 바람에 연락처도 주고받지 못해서 아쉬움이 더했다.
프랑스에서 유색인종은 유색인종들끼리 뭉쳐야 살 수 있다며, 자기 친구들 사진을 일일이 보여주던 그 모습. 친구들과 함께 돈을 모아서 레스토랑을 곧 차릴 예정이라며 미소짓던 그 희망찬 눈동자. 인연 있다면 언젠가 한국에서 마주칠 날이 있겠지.
그 청년 뿐만 아니라, 국적을 잃고 살아가고 있거나, 망명생활을 하고 있는 사람들을 보면 이런 생각이 든다. 시발시발 하면서 이 따위 나라 못 살겠니 어쩌니 해도, 조국이 있으니 그런 욕이라도 할 수 있다는 것. 정권은 마음에 안 들어도, 조국은 내 조국이니까. 만약에, 만약에, 혹시나 내가 나중에 다른 국적을 취득한다 하더라도, 내 조국이 코리아라는 것은 절대로 변하지 않는다는 것.
(이제 다시 돌아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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