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이도의 첫인상은 안개였다. 2박 3일 동안 있는 동안에, 도착할 때와 떠날 때 모두 안개가 끼어 있었기 때문이다. 중간에 하루만 맑은 날씨였는데, 그것도 아침엔 안개가 자욱하다가 비가 오다가 잠시 그쳤을 때 햇볕이 반짝 했을 뿐이었다.
섬 날씨라는 게, 우이도 뿐만이 아니라 다른 섬들도 마찬가지로, 예측이란 걸 할 수 없을 정도로 변화무쌍하다. 그래서 울릉도 같은 곳을 갈 때는 배가 안 뜰 것을 대비해서 하루정도 더 묵어 갈 것을 미리 계획에 넣고 가야 할 정도다. 그러니까 마음 먹고 섬 여행을 갔는데, 단 하루도 해가 안 떴다고 해서 실망하면 안 된다. 애초에 여행기간 내내 비가 올 수도 있다고 생각하고, 그런 날씨도 나름대로 즐기는 여유를 가지는 것이 바람직하다.
뭐 어쨌든 우이도는 아침마다 안개가 자욱하게 끼는 바람에 무척이나 마음에 들었던 곳이다.
배 안에서 내다 본 우이도. 정확히 말 하자면, 우이도 중에서도 '돈목'이라는 동네 근처의 선착장이다.
택배 하나와 여행자 두 명을 내려주고는 횡하니 떠나버리는 여객선. 여객선이 정박하는 이 바닥은 비가오면 미끄러우니 조심해야 한다.
전라남도에서 진행했었던 남도투어랠리 행사. 이 푯말을 사진으로 찍어서 홈페이지에 응모하면 추첨해서 경품을 주는 행사를 했었다. 사진 정리하기 귀찮아서 응모 못 했을 뿐이고~ 올해 또 행사하면 응모해야지 했더니, 사진에 선명하게 2008 이라고 찍혀있고~ ;ㅁ;
처음 도착해서 배에서 내리면 참 황당스럽다. 배 표를 팔기위해 지어진 조그만 건물 하나 말고는 아무것도 없기 때문이다. 집도 안 보이고, 사람도 안 보이고... ㅠ.ㅠ
아무것도 모르고 갔기 때문에 좀 당황했지만, 사실 알고보면 아주 간단하다. 그냥 내려서 길 따라 가기만 하면 백 미터 즘 지나서 마을이 나온다. 길도 하나밖에 없기 때문에 눈만 뜨고 있으면 찾아갈 수 있다.
한여름 휴가철이 이 동네도 성수기라고 하는데, 그 때 즘 되면 마을 사람들이 나와서 서로 자기 민박집에 묵어 가라고 호객행위를 한단다. 꼭 성수기 뿐만이 아니더라도, 다른 때도 일 나와 있던 마을 주민이 자기집에 민박 친다고, 자기 집에서 묵으라고 하는 경우도 있다 한다.
하지만 난, 이 마을 통과해서 다른 마을까지 가는 동안에 그런 사람 하나도 못 만났다. ㅠ.ㅠ (앞서 내린 한 여행자는 이미 빠른 걸음으로 안개 속으로 사라져버렸고.)
우이도에서 목포로 나가는 배는 하루에 한 편 (오전 7시 20분) 밖에 없으므로, 일단 들어가면 하룻밤을 묵을 수 밖에 없다. 그래서 민박을 어딘가에 잡긴 잡아야 하는데, 뭐 그리 조급하게 굴 필요도 없다. 우이도엔 민박이 정말 많으니까.
아침에 배 뜰 때만 문 여는 매표소. 처음엔 이제는 안 쓰고 있는 빈 집인 줄 알았는데, 나중에 보니 배 시간 맞춰서 문을 열더라. 배편은 계절따라, 혹은 해마다 약간씩 시간이 변동될 수 있으니까, 이런 데서 미리 배 시간을 알아놓고 가는 것이 좋다. 가장 좋은 방법은 인터넷에서 미리 체크하고 가는 것이다.
참고 사이트:
목포문화관광:
http://tour.mokpo.go.kr/
한국해운조합, 가보고 싶은 섬:
http://island.haewoon.co.kr
남해고속:
http://namhaegosok.co.kr/
이 중에서 우이도 가는 배편 시간표만 알고 싶다면, '남해고속' 사이트를 들어가 보면 된다.
길을 따라 조그만 마을을 지나서 쭉 가면 '돈목해수욕장'이 나온다. 조그맣고 사람 북적이는 그런 해수욕장만 봤던 사람들이라면 아주 놀랄만 한 곳이다. 백사장도 아주 넓고, 물도 아주 깨끗하고, 주변 경치도 아름답다.
해수욕장만 보고 굳이 이 먼 길을 힘들게 간 것은 아니다. 내가 우이도를 가려고 했던 단 한가지 이유는 다른 데 있었으니...
바로 이 '모래언덕'을 보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이 언덕은, '돈목해수욕장'과 '성촌해수욕장' 사이에 있는 작은 언덕일 뿐이지만, 국내에서 보기 힘든 모래언덕이기 때문에 유명하고 가치 있는 곳이다.
이 언덕, 어디선가 본 것 같지 않은가. 바로 영화 '가을로'에서 나온 곳이다. "바다를 향해 이 여행을 시작하는 거야. 바다 가운데에 사막을 가진 섬이 하나 있어."라고 일기장에 적혀 있었던 바로 그 곳이다. 영화에서는 마치 아주 넓은 사막처럼 잘 찍어 놨지만, 실제로는 이렇다. ㅡㅅㅡ;
아래에서는 올려다보면 별 감흥을 느낄 수 없는데, 위에서 내려다보면 정말 오길 잘 했다라는 생각이 발 끝까지 들 정도다. 물론 영화에서처럼 저 모래언덕을 곧장 밟고 올라갈 수는 없다. 모래 훼손을 방지하기 위해서 모래를 밟고 올라가거나 내려오는 행동을 금지하기 때문이다. 옆쪽의 다른 길을 통해 둘러서 올라가 볼 수 있다.
이 때는 도착한지도 얼마 안 되고 해서, 우이도 주변을 한 번 둘러 볼 생각이었다. 일단 모래언덕은 뒤로하고, 길을 따라 다른 동네로도 한 번 가 봤다. 작은 마을이라 산책삼아 슬슬 걸어다니면 된다.
이쪽은 '성촌'이라는 마을. 마을이래봤자 집도 열 채 정도 밖에 없다. 이 마을 바로 앞에 있는 이 작고 아담한 해변은 따로 이름도 없다. 그냥 돈목해수욕장의 연장선으로 치는가보다.
안개가 잔뜩 끼어 있어서 꿈길을 걷는 기분. 그렇지만 한 쪽으로는, 사람이 하나도 보이지 않아서 귀신 나올까 무섭기도 했음. ㅠ.ㅠ
이 마을 옆쪽으로 난 길을 계속 걸어가면 '성촌해수욕장'이라는 넓은 백사장이 나오는데...
이쪽은 좀 심하다.
이거... 뭔 설치예술인가... ㅡㅅㅡ;;;
바닷가 쪽으로 쭉 걸어가보니 게 구멍이 보였다. 게들이 들락날락하는 모습도 볼 수 있었는데, 가까이 다가가니 다 숨어버렸다.
안개때문에 먼 발치를 볼 수 없었다. 파도소리는 계속 들리는데, 가도가도 백사장만 나와서 정말 꿈결같은 기분.
쓰레기더미만 아니면 이 쪽 해안도 괜찮은 편이다. 하지만 조금 황량한 느낌.
다시 사구 쪽으로 돌아왔다. 지도로 볼 때는 '띠밭넘어해수욕장'까지 걸어서 갈 수 있을 줄 알았는데, 그 곳은 배를 타야만 갈 수 있는 곳이라 한다. 배를 타야만 들어갈 수 있는 해수욕장이라면 정말 아늑하고 깨끗하고 아름다울 것 같은데...
참, 지도는 우이도 도착하면 마을 안쪽에 철판으로 만들어진 큰 지도를 보면 된다. 워낙 작고 간단한 섬이라서 지도가 그닥 필요하진 않은데. 미리 지형을 파악하려면 인터넷 뒤지면 쉽게 찾을 수 있다.
어쨌든 이제 방을 구해서 짐도 좀 내려놓고 쉬어야지 할 찰라, 안개 속에서 어떤 아주머니 한 분이 홀연히 나타나더니, '내 너에게 방을 주겠노라' 하시더군. 그래서 따라갔지. ㅡㅅㅡ;;;
우이수퍼민박. '돈목' 마을의 유일한 가게 (과자, 아이스크림, 맥주 등을 판다). 가게 앞에는 우이도 수퍼 민박'이라고 적혀 있다. 그냥 민박도 아니고 '수퍼민박'이다. ㅡㅅㅡ;;;
수퍼민박인 만큼(?) 여기를 아주 강력히 추천해 드린다. 이유는 밥을 공짜로 준다는 것! (중요하다, 이거)
성수기엔 어떤지 모르겠지만, 비수기엔 밥을 공짜로 준다 (아, 어쩌면 예쁜 사람만 공짜로 주는 건지도 모른다. ㅡㅅㅡ;;;). 다만 선택권은 없고, 주인집이 먹는 식탁에 같이 끼어서 먹는 것. 함께 식사 하면서 주인댁 이야기도 들을 수 있으니까, 여행에서 또 다른 재미도 느낄 수 있다.
그렇다면 다른 곳은? 아는 사람이 나중에 우의도를 가서 다른 곳에서 묵었는데, 떠날 때까지 그냥 밥을 계속 갖다 주길래 아무 생각 없이 먹었는데, 마지막 날 밥값이 다 청구되더란다. 일인당 한 끼 오천 원인가, 육천 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