싼 항공편이 다 그렇듯, 이때 내가 탄 비행기도 거의 자정 즘에 돈무앙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지금은 국내선 전용으로 쓰이고 있는 공항이다.

지금은 태국이 많이 익숙해져서 익숙하게 여기저기 다니곤 하지만, 이 때는 태국이라는 곳을 처음 가는 때였다. 그런데 공항에서 입국 수속을 마치고 밖에 나와보니 완전 난장판이었다. 사람들이 많아서 복잡한 것도 복잡한 거지만, 여기저기서 삐끼들이 들러붙어서 아주 정신을 쏙 빼 놓았기 때문이다.

원래는 방콕 시내로 가서 카오산이라는 곳도 구경하고, 방콕에서 좀 머물다가 캄보디아로 넘어갈 생각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늦어서 버스도 끊기고, 프리페이드 택시라며 호객행위 하는 사람들은 모두 너무 비싼 값을 부르고 있었다. 공항 안에 가판대를 설치하고 무전기까지 든 사람들이 택시 타라고 호객행위를 했는데, 카오산까지 무려 800 밧을 불렀다. 여기저기 있는 다른 호객꾼들도 다들 짰는지 비슷한 가격을 불렀다.

관광안내소라고 써 있는 곳에서 지도를 한 장 얻었더니, 거기서 안내원들이 택시를 불러 줄 수 있다고 했다. 정부기관에서 운영하는 거니 믿을 만 하겠지 했더니, 삐끼들과 똑같은 가격을 불렀다. 가만 보니 삐끼들과 연계해서 한 사람 물어주면 커미션을 받는 형태였다.

이런 행태에 짜증나서 그냥 다 뿌리치고 무작정 공항 밖으로 나와서 큰 길 가로 갔다. 그리고 공항을 막 벗어나려는 택시를 불러 세워서 탑승했다. 어차피 이런 차들은 빈 차로 돌아가야 하는 차니까 바가지를 그리 심하게 씌우지는 않겠지라는 생각에서였는데, 뭐 대충은 맞은 듯 했다. 타자마자 웰컴 하면서 미터기를 켰으니까.

택시기사가 '까오산?'이라고 물었는데, 그 때 갑자기 난 반감이 확 일었다. 처음 만난 방콕은 너무 더웠고, 너무 짜증났고, 너무 귀찮았고, 너무 실망스러웠다. 사실은 피곤해서 별 생각 없이 내뱉은 말인지도 모른다. 내 입에서는 벌써 '북부 터미널, 캄보디아 가는 버스 탈거에요'라는 말이 나와 있는 상태. 기사는 오케이 하더니 한밤중의 어두운 길을 소리없이 달렸다.


물론 지금은 국제공항이 수완나폼으로 이전하면서 공항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다. 택시 호객꾼들이 공항 안쪽에서 호객행위를 하는 것은 여전하지만, 그래도 예전에 돈무앙 공항의 그 아수라장같은 모습은 아니니까.


방콕 북부터미널 (머칫 마이 Mochit Mai) 에 도착하니 새벽 두 시 정도였다. 첫차가 몇 시에 있는지도 모른채, 그냥 대합실에서 매표소 문 열 때까지 기다릴 생각이었다. 여기서 마침 나처럼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이 쪽으로 와서 캄보디아로 가려고 하는 한국인 여행자 한 명을 만나게 됐다. 캄보디아를 처음부터 끝까지 함께 하게 된 동행을 이렇게 아주 우연하게 만나게 됐다. 이런게 여행의 재미 중 하나가 아닐까.

방콕 북부터미널에서 캄보디아 국경을 가려면, 아란야쁘라텟(Aranyaprathet, 줄여서 Aran)이라는 곳으로 가면 된다. 다행히도 첫차는 이른 시간에 있어서 그리 오래 기다리지 않아도 됐다. 새벽 세 시였나 네 시 였나, 확실히는 모르겠지만 그 즘이었다.



아란야쁘라텟 버스터미널에 도착하자마자, 앞뒤 볼 것 없이 바로 툭툭을 잡아타고 캄보디아 국경으로 향했다. 일행이 생겨서 요금도 반반 나누니까 그리 큰 부담도 안 되고 해서 그냥 편하게 바로바로 이동했다. 툭툭을 타고 국경으로 이동하던 도중에 해가 떠올랐다.



드디어 국경에 도착. 아침부터 국경을 넘나드는 사람들로 붐비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태국인이나 캄보디아인들은 별다른 수속 없이 국경을 넘나드는 듯 했다.




국경에서 비교적 가까운 거리까지 갈 때 이용하는 모토(오토바이). 태국, 베트남 등에서는 현지인들이 이런 오토바이를 타고 비교적 가까운 거리를 이동하기도 하는데, 개인적으로 여행자들에겐 별로 권하고 싶지 않다. 난 여태까지 여행을 하면서 모또를 타고 정확한 목적지까지 별 탈 없이 가 본 적이 단 한 번도 없었기 때문이다.





태국 쪽에서 출국 수속을 밟고 이 짧은 다리를 건너면 캄보디아 쪽 입국장이 나온다. 이 쪽 마을 이름은 뽀이뺏(Poipet)이다.



뽀이뺏 국경을 넘어가는 여행자라면 거의 십중팔구 앙코르 왓을 보러 가는 사람들이다. 아마도 그래서 국경에 세워진 문도 앙코르 왓 처럼 만들어 놓았을 테다. 이 문을 보는 순간, 이미 앙코르 왓에 온 것처럼 마음이 설레었다.

태국은 비자 없이 들어갈 수 있지만, 캄보디아는 따로 비자를 받아야 입국할 수 있다. 비자는 국경 문을 넘어서면 'Visa Service'라고 적힌 작은 창구에서 발급받을 수 있다. 사진 한 장과 돈이 필요한데, 사실 이런 곳에서 발급하는 비자는 돈을 벌기 위한 딱지 같은 개념이다. 특별히 신원조회 같은 걸 하는 것도 아니고, 돈만 내면 붙여준다.

그런데 캄보디아, 특히 이 뽀이뺏 쪽 국경비자가 말이 많다. 한 달 짜리 관광비자의 가격이 원래 20 달러(USD)인데, 비자 발급 업무를 맡고 있는 캄보디아 공무원들이 더 높은 요금을 받기 때문이다. 이때 내가 갔을 때도 30달러를 내라고 하길래, 그 새 올랐나보다 하고 그냥 냈었다. 하지만 국경비자 가격은 이 때부터 지금까지 변함 없이 20달러다.

최근에는 여행자들의 불평이 좀 터져나왔는지 25달러를 받고 있다고 한다. 정가에서 5달러 더 붙여 받고 있는 것. 국가에서 어쩔 수가 없는 건지, 캄보디아 정부의 공식 답변에는 이런 문제를 피하려면 '인터넷 비자 발급' 서비스를 이용하라고만 한다. 그러니까 한 푼이라도 아낄 사람들은 육로로 국경 넘기 전에 미리 인터넷으로 비자를 신청해 놓는 것이 좋겠다.

어쨌든 비자를 발급받고 나서 조금 더 걸어가서 입국 스템프를 찍으면 드디어 캄보디아 땅을 밟을 수 있다.







가만 생각해보니 비행기에서 내린 이후에 물도 한 컵 못 마셨다. 함께 길을 가고 있던 동행도 배가 고프다고 해서, 일단 캄보디아 국경을 넘은 다음에 적당히 노점 하나를 선택해서 음식을 먹었다.

스티로폼 재질로 된 일회용 도시락 통에 일단 밥을 펴 넣고, 그 위에 삼겹살처럼 생긴 고기를 두 줄 올려주는 것이 전부인 음식이었다. 그리고 반찬으로 김치같은 것을 주는데, 이게 정말 한국의 김치와 거의 맛이 비슷해서 놀라울 정도였다. 

배도 고팠지, 음식도 입에 맞지 해서 아주 맛있게 냠냠 먹는데, 현지인들이 우리 주위에 몰려 들어서는 신기하다는 듯이 막 쳐다보고 구경했다. 이런 데서 음식 사 먹는 외국인 처음 보나보다.

한 현지인이 '굳? 굳? (good?)' 하길래, '베리 굳 (very good)' 하며 먹었는데, 문제는 동행의 말 한 마디 때문에 발생했다.


캄보디아에서도 삼겹살을 팔다니 너무 신기하다며 고기를 한 입 먹던 동행인. 한 입 먹더니 뭔가 맛이 다르다고 한다. 사실 생긴 것도 삽겹살처럼 썰어놓은 것이 닮았지, 완전 삽겹살은 아니었다. 그래도 돼지겠거니 하고 난 맛있게 먹고 있는데, 동행인은 그게 정말 무슨 고기인지 아주아주 궁금했나보다. 그가 현지인에게 물었다.

"디스, 피그? 꿀꿀- ???"
"오~ 노~ 노~  찍찍- 찍찍"
@.@;;; !!!

동행인은 젓가락을 놓았고, 난 이미 다 먹은 상태. ㅡㅅㅡ;;;


나중에 한참 뒤에야 알게 됐는데, 캄보디아에서는 식용 쥐를 따로 키워서 먹는단다. 그러니까 아무데서나 잡아온 게 아니고 식용으로 키운 거라고 하던데... 그 때는 그런 말을 들었어도 별로 위안이 안 되었을 듯 싶다. 거의 토할 뻔 했으니까.

하지만 사람 입맛 변하는 건 순식간이다. 이 여행 이후에 다른 여행에서 온갖 음식을 먹다보니 쥐고기 정도는 양호한 축에 속할 정도였으니까 (구더기 튀김은 정말 못 먹겠더라 ㅠ.ㅠ).



밥을 맛있게(;ㅁ;) 먹고, 시엠리엡(Siem Reap) 갈 방법을 모색했다. 아무래도 피곤하고 귀찮아서 다시 버스나 트럭같은 것을 타기는 싫다는 데 입을 모았다. 그러면 결로은 하나, 택시 뿐. 

아까부터 친한 척 하며 우리를 졸졸 따라오며 '택시, 택시' 노래를 부르던 동네 양아치 같은 삐끼들에게 속는 셈 치고 흥정을 했다. 시엠리엡까지 40달러란다. 인터넷에 본 것과 비슷한 가격이라며 그 가격에 오케이 했다.

그랬더니 동네 뒷편 즘에 있는 주차장으로 우릴 데리고 갔고, 그 주차장 안에 세워져 있던 택시 하나를 가리키며 타라고 한다. 반은 지금 주고, 반은 나중에 주면 된다고.

알고보니 얘네들은 짧은 영어로 호객행위를 해서, 손님을 택시까지만 데리고 가면 일이 끝나는 거였다. 그러면 택시기사에게 돈 받고 땡. 참 편하게 돈 번다. 나도 나중에 이런 거나 할까 생각 들 정도. ㅡㅅㅡ;


우리가 탄 택시의 운전기사 분은 나이가 한 사십 정도 돼 보였는데, 영어를 전혀 할 줄 몰랐다. 아마 그래서 직접 호객을 할 수 없었던 건지도 모르겠고, 어쩌면 택시기사가 직접 호객하는 건 금지되어 있는 건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었고. 어쨌든 일단 택시기사에게 20달러를 줬더니, 참 기가 막히는 장면들이 펼쳐졌다.

일단 우리를 데리고 온 삐끼들에게 몇 달러 쥐어주고, 주차장 관리요원같은 사람에게 또 몇 달러 쥐어준다. 주차요금과는 별도로 뭔가 있는 것 같았다, 장부에 적는 금액과 받아 챙기는 금액이 아주 달랐다. 그 즘에서 시동 걸고 출발했으니 다 끝난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조금 가다가 길에 판 펴 놓고 장부 펴 놓은 어떤 사람들에게 또 돈 내고, 또 조금 가더니 길다란 나무로 길 막고 서 있는 사람들에게 또 돈을 냈다.

영어가 안 되니 물어볼 수도 없고... 어쨌든 나중에 기름 값까지 하면 거의 20달러는 다 날리는 셈이었다. 국경에서 씨엠리엡까지 약 150 킬로미터를 운전하고 벌 수 있는 돈은 약 20달러 정도 뿐이라는 것. 거 참, 나중에 자동차 수리비나 나올까 몰라. 차도 완전히 자기 것 아닌 것 같던데...



중간에 어떤 허름한 집에 들러 차에 기름을 넣었다. 알고보니 여기가 기사아저씨 자기 집이었다. 손님 태웠으니 오늘은 그래도 한 몫 벌었다라는 얘길 한 걸까, 부인의 얼굴에 화색이 돌더라. ㅡㅅㅡ;



기름통 쌓아놓은 이 뒷편 공간이 주거공간인 듯 했다. 주변에 별다른 집이 안 보이는 걸로 봐서는, 여기서 먹고자고 하는 듯.



딸내미 둘이서 주입구에 깔대기를 태고 기름을 부어 넣었다.



최근에 라오스를 가 보니까, 옛날의 캄보디아 모습과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지금은 많이 변해버린 캄보디아처럼, 라오스도 이제 몇 년 지나지 않아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변해 버릴테지.





캄보디아엔 여러가지 홍보물들이 벽이나 간판같은 걸로 많이 그려져 있었다. 사진에는 보이지 않지만 가장 많이 눈에 띄는 것은, 아동 성매매를 하지 말자는 취지의 그림들이었다. 캄보디아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아동성매매로 성행했던 나라다. 요즘은 엄격히 제재를 가하고 있어서 조금 나아졌다고는 하는데...



집안 일을 돕는다는 차원에서 학교에서 돌아오면 물건을 팔러 길거리로 나오는 아이들이 많았다. 잠시 쉬기 위해 정차 할 때마다 어디선가 달려온 아이들이 물건을 사라며 달려왔는데, 그래도 이 때는 물건을 사도 그만 안 사도 그만, 마냥 기쁘게 웃음을 지어주던 때였다.



이런 흙바닥 비포장 도로를 약 150킬로미터 정도 달려가야 시엠리엡에 도착한다. 길은 만들어놓은 것 뿐, 전혀 닦여 있지 않아서 수많은 돌들이 그대로 놓여 있는 아주 울퉁불통한 길이다. 피곤해서 잠이 들었다가도, 차가 한 번씩 크게 튀어 오를 때 잠이 깨곤 했다. 그나마 비가 안 와서 다행이다. 비가 오면 정말 아주 느리게 움직여야만 할 것 같다.



중간에 길 가의 가게에서 틈틈이 쉬어갔다.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시내보다 이런 가게가 물건값이 쌌다. 시내에선 아무리 싸게 사도 두 캔에 1달러 하는 캔 콜라를, 이런 곳에서는 세 캔에 1달러로 살 수 있을 정도. 게다가 이때 당시에는 더블 프라이스도 없었다. (double price: 똑같은 물건을 현지인과 외국인에게 각각 다른 가격으로 파는 것.)

Posted by 빈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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