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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도 레(Leh) 홍수, 한국인 관광객도 고립 중.
    해외소식 2010. 8. 9. 01:35



    이름만 들어도 떨리는 바람의 냄새, 레(Leh)



    레(Leh)는 인도 북부, 잠무-카슈미르 주 동부에 있는 도시입니다. 도시 자체가 해발 약 3,500미터 정도의 고지에 위치해 있어서, 많은 여행자들이 도착하기도 전에 고산병에 시달리기도 하는 무서운(?) 곳이지요. 실제로 많은 여행자들이 고산병을 참다참다 견디지 못하고 이 도시를 떠나기도 합니다.

    이 '레'라는 도시는 어지간해선 여행자들이 갈 엄두도 못 내던 곳이었지요. 그런데 네셔널지오그래픽이 이 도시를 취재한 뒤로, 이곳의 이상야릇한 풍경에 이끌려 발걸음을 하는 여행자들이 많아졌지요. 네셔널지오그래픽 만큼은 아니지만, 일단 저도 여기를 다녀왔으니 사진 하나 올리고 시작합니다.



    인도, 잠무카슈미르 주, 라마유루

    인도, 잠무카슈미르 주, 라마유루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사실 위 사진은 '레'가 아닙니다. 지난 여행때 찍은 '레' 사진을 찾아봤는데, 이번 포스팅 용도로는 별로 어울릴만 한 것이 없네요. 그래서 근처에 있는 작은 마을인 '라마유루'를 올렸습니다. 뭐 대충 레하고도 가깝고, 같은 라다크 지역이니, 그런가보다 해 주세요. 생긴것도 비슷하다 생각하시면 됩니다~ ㅡㅅㅡ;

    레, 라마유루 이쪽은 '라다크' 지역으로 통합니다. 인도 쪽에서는 이 지역들을 '잠무카슈미르 주'라고 행정구역을 나눠 놨지만, 이 지역 사람들은 대체로 자신들을 '라다키'라고 칭하며, 인도인들과는 다르다고 말들 합니다. 사실 겉모습은 비슷합니다만, 행동하는 거나 생각하는 것 등이 인도인과는 좀 많이 다릅니다. 제가 이 지역에 매력을 느낀 것도 바로 그 사람들(라다키) 때문이었구요.

    라다크 지역은 '헬레나 노르베리 호지'의 '오래된 미래'라는 유명한 책 때문에 많이 알려진 지역이지요. 이 책이 굳이 레를 중심으로 하지는 않지만요. 더 하다간 엄청 길어질테니, 자세한 것은 '오래된 미래' 책과, 아래의 백과사전 링크들을 참고해주세요.


    Leh (위키피디아 - 영어)

    레 [Leh] (다음 백과사전 - 한글)



    인도, 잠무카슈미르 주, 라다크 지역, 레 가는 길

    인도, 라다크 지역, 레 가는 길



    사실 '레'는 '레'라는 도시만 볼거리가 아닙니다. 인도의 수도인 델리에서 최소한 1박2일을 꼬박 차를 타고 달려야 하는데, 그 중간에 만나는 풍경들 자체가 모두 볼거리입니다. 비록 로컬버스를 타면 중간에 '카르길'이라는 조금 걱정되는 마을에서 하룻밤을 지내야하기도 하지요.

    카르길이라는 마을이 왜 조금 걱정되는 마을이냐면, 이 동네는 '카슈미르 분리주의 무장세력'의 활동이 왕성한 곳으로 알려진 곳이거든요. 한마디로, '알 카에다 본거지 중 하나'인 동네죠. 이렇게 들으면 후덜덜 하죠? 괜찮아요, 버스 근처에서 여행자들과 함께 노숙하면 별 일 일어나지 않아요. 모기가 좀 무섭긴 하지만, 모기가 기관총을 쏘지는 않으니까요.



    그리고 레 가는 길은 옛날부터 테러리스트들이 차량납치도 많이하고, 차량 공격도 많이 하는 곳으로 알려져 있죠. '스리나가르-레-마날리'구간이 그 대상이고, 아직도 완전히 안심할 수는 없는 지역이에요. 그걸 증명이나 하듯, 곳곳에 인도 군대들이 주둔해 있죠. '레'를 가려면 최소한 서너번 이상은 버스에서 내려서 여권 보여주고 인적사항 적고 해야해요.



    사실 이 지역은 인도, 파키스탄, 중국이 서로 자기네 땅이라고 싸우고 있는 지역이에요. 일단 지금은 인도가 점령하고 있긴 하지만, 라다크, 카슈미르 사람들은 자기네는 인도인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거든요.

    그래서 과격 분리주의자들에게 파키스탄이 지원을 해 줬고, 그걸로 각종 테러가 발생한 곳이에요. 지금은 지원을 하지 않느냐면, 그렇지 않다고 봐야하죠. 겉으론 평화를 보이고 있지만요. 거기다가 중국도 호시탐탐 이 지역을 노리고 있어요. 주로 인도와 파키스탄의 갈등이 고조되면 한 번 슬쩍 끼어드는 형식으로 무력시위를 하죠.

    겉으로 보기에는 세계의 지붕이라 불리는 높은 산맥들 아래 정겨운 모래바람이 휘몰아치는 아름답고 평화로운(?) 곳으로 보이지만, 그런 피비린내 나는 이야기들이 숨어있는 곳이 바로 이 지역이에요.




    레 지역 홍수로 고립된 여행자들


    그런 곳에 홍수가 났어요. 2010년 8월 8일 오전에 '레' 지역에 엄청난 폭우가 쏟아졌고, 그 때문에 홍수가 일어났데요. 그래서 현재 집계된 상황으로는, 130여 명이 죽고, 500여 명이 실종된 상태라네요. 인도 언론은 처음에는 외국인 피해는 하나도 없다고 했다가, 지금은 외국인 관광객들도 다수 피해를 입었다고 전하고 있어요.

    "Leh flood death toll 130; 500 missing" (The India Daily, August 8th 2010)



    '레' 지역은 1년에 딱 석 달(6~8월)만 육로가 열리는 곳이에요. 다른 때는 빙하때문에 육로로 관광객이 다닐 수가 없죠. 그래서 많은 외국인 관광객들이 이 기간에 맞추어 여행을 하는데요, 그 중에 한국인들도 상당수 있다는 것이 문제에요.

    아, 물론 비행기가 다니기도 해요. 델리에서 레로 가는 비행편이 있긴 한데, 이 지역 날씨가 워낙 들쑥날쑥해서 하루이틀 연착하는 건 일도 아니죠. 심할 때는 일주일 이상 연기되기도 해요.

    게다가 델리에서 바로 레로 비행기로 이동하면,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고산병에 걸려버려요. 천성적으로 강한 피를 가진 인간이 아닌 이상, 어쩔 수 없는 일이죠. 게다가 육로로 갈 때 즐길 수 있는 아름다운 풍경들 때문이라도 많은 사람들이 육로로 여행해요.



    이런 곳에 갑작스러운 폭우가 쏟아지고 홍수가 나서, 마을도 다 쓸려 나가고 길도 다 무너졌다고 하네요. '레'에만 약 3천여 명의 외국인 여행객들이 고립되어 있다고 해요. 그 중 한국인들은 얼마나 될까요. 모르긴 몰라도 최소 100명은 넘을거에요.

    트위터에서 '인도 100배 즐기기'의 저자 '환타'님이, 각종 여행사이트 상품들을 조사해봤다네요. 여행 일정들을 조사해서 지금즘 이 지역에 있을만 한 상품들을 살펴본 결과, 최소 100여 명 이상의 한국인들이 이 지역에 있을거라는 결론을 내렸어요. 저도 이 지역을 여행해봤기 때문에, 그 추측이 신빙성이 있다고 생각해요.







    자, 그럼 인도 군대가 파견되어 이들을 구출해 내면 되는 거에요. 아주 간단하죠. 헌데 (아시다시피) 그게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에요. 지금 비행기도 뜰 수 없는 상황인데다가, 높고 험한 산들 사이로 난 길이 모두 붕괴되어 버렸으니까요. 게다가 이 지역은 식량도 내부에서 자체적으로 해결할 수 없는 곳이에요. 일단 인도 공군이 비상물자를 긴급 투입했다곤 하는데, 고립된 삼천 여명이 과연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모르죠.


    거기다가 문제는 또 있어요. 인도는 여러분들이 가진 환상처럼 그리 낭만적이기만 한 곳은 아니라는 거죠. 저번 조류독감 때도 그랬지만, 얘네들은 외부로 뭔가 알려지는 걸 극도로 꺼려해요. 이른바 '비밀주의'라는 거죠. 이번 사건 같은 경우는 외국인들이 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알려질 것을 염두에 두고 어느 정도 공개는 하겠지만, 기본적으로 내부에서 어떻게 돌아가는지, 어떤 대책을 세우고 있는지, 그런건 아마 모두 비밀로 할 거에요.


    더 문제는, '인종차별'이에요. 인도 갔다온 사람들은 알 거에요. 얘네들은 백인 좋아해요. 이렇게 고립된 상황에서도 분명히 백인들 먼저 구출해 줄 거에요. 이게 문제에요. 지금 한국인 여행자들은 한국인 식당에 모여 있다고 하는데, 언제 구조될 지 아무도 알 수 없는 상황이라는 거죠. 그래서 결론은, 한국 정부가 좀 나서줘야 한다는 거에요.


    그런데 한국 정부는...에휴... 트위터의 어떤 분 말씀으로 대체할게요. (8월 8일 자정무렵 상황입니다)

    @Hurphist "인도주재 한국대사관이 우선 그쪽으로 접근하는 여행자들을 막기위해 공지라도 던져야 하는데 대사관 홈피 조용하고, 가족들 찾느라고 여행 커뮤니티에 글 올리는 가족들말에 의하면 현지 대사관 사건담당 영사가 전화를 안받는다네요"


    제발, 한국정부가 좀 움직여줬으면 해요. 자국민을 좀 아껴주세요. 행여나 밉다 치더라도, 미운 자식도 자식이에요.



    그리고 '레'에 홍수가 났다고 해서 딱 '레'만 조치하면 되는 것도 아니에요. 이 근처 지역들 모두가 관광구역이고, 그 구역들 길들이 모조리 파손되었다고 하니, 그 구역에 있을 한국인들을 모두 조사해서 구해내야하지 않을까요.

    '환타'님이 트위터로 올린 내용으로 이 문제를 마무리하겠습니다.

    @trimutri100 [레 홍수]이 경우 레에 갇힌 여행자들은 빠져나올 수 있겠지. 문제는 레 이외에 한국인 여행자들이 가는 지역은 레-스리나가르 도로상에 있는 알치, 라마유르와 누브라 벨리 지역이다. 이 곳은 통계밖이다.이 일대의 도로 복구는 우선 순위가 밀린다는 이야기





    사족: 레 홍수는 중국탓?


    이번 홍수에 대해 '인디아 데일리'라는 언론에서는 좀 흥미로우면서도 황당한 기사를 내놓았어요. '레' 지역이 이렇게 홍수가 일어날 곳이 절대로 아닌데 왜 이런 사태가 일어났냐, 라며 이유를 추측해봤는데요. 중국의 기상무기, 그리고 UFO의 소행, 두가지로 추측한다고 썼네요. ㅡㅅㅡ;

    The devastating flood from cloudburst in Leh, Ladakh a chinese experiment of weather bomb or an effect of the undergroud UFO bases in the Himalayas? (India Daily, Aug. 7, 2010)


    '더 인디아 데일리(The India Daily)'는 인도의 꽤 유명한 일간지에요. 하지만 '인디아 데일리'는 좀 뭐랄까, 황색신문, 그런 거에요. 믿거나말거나스러운 다소 황당한 이야기들을 많이 다루죠. 그냥 이런 내용도 있다고 소개해 드렸어요.

    사실 저도 레 지역에 홍수까지 난 건 좀 이상하지 않나 생각하고 있거든요. 저는 기상이변 때문이 아닌가라고 생각하고 있지만요.


    어쨌든 다시 한 번 결론은, '한국 정부가 레 지역에 고립된 한국인들이 무사히 귀환할 수 있도록 신경을 써야한다' 입니다.





    이 사건과 관련된 각종 자료들


    인도 차이나 환타지 :: 레에 고립된 한국인이 꽤 되는듯 합니다.
    인도 차이나 환타지 :: 0404 콜센터는 모두 휴가갔냐? 레 홍수 사태 2신
    (인도 100배 즐기기 저자, 환타님의 블로그입니다)

    인도서 폭우..한국 관광객 100여명 고립 "도로 복구 노력중..음식.급수 공급" (연합)
    (한국 관광객 100여명 고립은 추측일 뿐입니다. 확실한 인원 아직 파악되지 않았습니다.
     제 생각엔 더 많을 수도 있습니다.)

    [단독]고립된 韓관광객 "우리는 안전…명단 작성중" (뉴시스) 
    (레에는 미약하나마 태양열 발전시설이 있고, 인터넷은 인공위성을 사용합니다.
     그래서 운 좋으면 현지에서 인터넷을 사용할 수도 있습니다.)





    우리가 해야할 일


    영사 콜센터에 항의하는 거창한 일 따위는 바라지 않을게요. 일단 주위에 인도 간 사람 있으면 안부나 물어주시고, 레 지역을 여행하겠다는 사람 있으면 말려 주세요. 물론 가봤자 들어가지도 못하겠지만요.

    여행자로써의 유대감이랄까요, 그런 어떤 기분에 휩싸여 이 글을 적었습니다. 그런데 이런 일로 레를 소개하게 돼서 참 유감스럽네요. 쓴다는 인도 여행기는 계속 연기중이고... 여러분들이 투자를 해 주시면 재미있는 이야기들 많이 해 드릴 수 있을텐데요. 어떤 투자냐면... 내게 시간을 좀 기부해 줘! ;ㅁ;/




    p.s. 속보
    8일 오후 민항기 이착륙이 재개되면서 9일에만 4대의 비행기가 레-델리 구간을 연결하기로 스케줄 확정되었다고 하네요. (이래서 뉴스성 기사는 올리기가 싫어요, 오래 놔두고 볼 수가 없어. ㅡㅅㅡ;)
    어쨌든 그건 '레'라는 비교적 큰 도시 이야기에요. 다른 지역 여행자들은 아직 생사를 알 수 없지요. 트래킹이라도 갔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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