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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이패드 사러 갔다
    웹툰일기/2011~ 2011. 1. 7. 18:43




    사랑하는 이여 내 죽으면
    아이패드 날 위해 사지 마세요

    무덤가에 스마트폰 놓지 마시고
    아무것도 놓지 마세요

    - 송골매, 사랑하는 이여 내 죽으면 일부 개사



    *
    코엑스 픽스딕스를 갔다. 안에는 아이패드가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
    한시간을 만지작거렸다. 좀 더 두고 생각해봐야겠다.
    그냥 나왔다.


    *
    코엑스에 사람 만날 일이 있어 갔다.
    가는데 픽스딕스가 보였다. 안에는 아이패드가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
    십 오분 만지작거렸다. 좀 더 두고 생각해봐야겠다.
    그냥 나왔다.


    *
    코엑스에 전시회 있어서 갔다.
    가는데 픽스딕스가 보였다. 안에는 아이패드가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
    한시간 만지작거렸다. 좀 더 두고 생각해봐야겠다.
    그냥 나왔다.
    피곤해서 전시회는 안 봤다.


    *
    공짜표가 생겨서 코엑스 메가박스에 영화를 보러 갔다.
    가는데 에이샵(A#)이 보였다. 안에는 아이패드가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
    이십분 만지작거렸다. 영화 시간 다됐다.
    그냥 나왔다.


    *
    부산 갔다.
    세계 최대라는 백화점을 갔다.
    갔는데 에이샵이 보였다. 안에는 아이패드가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
    이십오분 만지작거렸다. 친구가 매장 다 둘러봤다고 가잔다.
    그냥 나왔다.


    *
    생각하고, 또 생각하고, 생각해보니,
    지방 가는 버스 안이나, 사람 기다리는 시간, 혹은 카페에서,
    혹은 심심하게 집에서 가만 누워있는 시간에 아이패드로
    그림이나 만화라도 그리면 좀 더 창조적인 생활이 될 듯 싶었다.
    어쩌면 그걸로 본전을 뽑을 수 있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 내가 생산할 컨텐츠를 생각한다면,
    그 정도 금액은 그림물감 사는 셈 치고 사면 되지!
    드디어 결정.
    혹시나해서 동전던지기를 했더니, 동전도 아이패드 사란다.
    일단 추워서 다음날 나가기로 결심.


    *
    집에 라면이 떨어졌다.
    추워서 나가기도 싫었다.
    하루종일 감자깡 하나만 먹었다.
    아이패드는 무슨 얼어죽을... 생각이 들었다.


    *
    사기로 결심했으니까! 하면서 코엑스로 가려 했다.
    친구들이 강남에서 얼굴이나 보자고 불렀다.
    잠시 카페에서 수다떨다 코엑스 갔다.
    늦게 가니깐 문 닫았구나.


    *
    출근해서 웹서핑을 했다.
    아이패드 2 가 올해 3월 전까지 나올 거라고 예상한단다.
    가만 생각해보니, 나올 때가 되긴 됐다.
    그거 나올때 쯤 일본 여행도 가면 좋겠다 싶었다.
    다시 내 머리는 카오스.


    *
    코엑스에 갔다. 아이패드는 아직도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
    아아... 저런걸 성큼 사는 사람들은 얼마나 부자인걸까 싶다.
    아마 그런 사람들은 집도 있고, 차도 있고, TV도 있고, 냉장고도 있고,
    세탁기도 있고, DSLR도 있고, 스마트폰도 있고, 우주선도 있고, 유니콘도 있겠지.
    범접할 수 없는 세상에 대한 벽을 느낀다. 그냥 맥도날드나 간다.

    ...그래도 죽기 전엔 살 수 있겠지?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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