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서울숲을 찾아갔더니 이상하게도 고양이들이 여기저기 많이 보였다. 원래 성수동 일대가 공장이 많아, 빈 터도 많고, 여러가지 버려진 물건들도 많으며, 한강도 가깝고 해서 숨을 곳도 많아 고양이 수가 많기는 했다. 하지만 예전엔 서울숲에 기거하는 고양이는 거의 없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이쪽에 보금자리를 튼 고양이들이 많아졌나 보다.

고양이들이 알아서 사람을 피하기 때문에, 사실 주의깊게 살펴보지 않으면 하나도 없네 하고 지나칠 수도 있다. 하지만 신경을 곤두세워 보면, 의외로 고기척(고양이 기척, 고양이에게 인기척이라는 단어를 쓸 수는 없으니까)이 많이 느껴진다.

그러던 중, 고양이풀 많이 자란 호숫가 어느 지점에서 한 고양이와 눈이 마주쳤다. 이상하게도 얘는, 피하긴 피해야겠는데, 마땅히 피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듯이, 한참을 노려보며 그냥 가라는 눈빛만 보내고 있었다. 보통 다른 고양이들은 지네들이 알아서 휘리릭 가 버리는데.

슬금슬금 어디론가 사라지는 그 고양이를 따라 가봤더니, 한쪽 구석에는 새끼고양이 여러마리가 한 데 뭉쳐 온기를 나누고 있었다. 마침 이 날이 비가 오락가락 하는 날이라 조금 쌀쌀하기도 했으니까.

내가 나타나자 고양이 가족들은 일제히 나를 바라보며 경계의 눈빛을 빛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내가 더이상 접근하지 않자, 고양이들은 그대로 앉아 꾸벅꾸벅 졸기 시작했다. 오직 어미 고양이만 계속해서 안절부절이었다.


더 있거나 접근하면 평화로운 고양이 가족들에게 엄청난 폐를 끼칠 것 같아서 대충 사진만 두어 컷 찍고 나왔다. 이런 데서 좋은 카메라를 절실히 느낀다. 어쨌든, 서울숲에 고양이들이 많아진 건 어쩌면, 사슴 등의 동물들에게 먹이를 주니까, 그걸 공유할 수 있어서 그런 것 아닐까. 주말엔 음식물 쓰레기도 아주 많이 나오기도 하고.

고양이는 가만히 놔두면 개체수가 급격히 느는 동물이라, 조금 지나면 서울숲에서 더 많은 고양이들을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렇다고 공원 측에서 고양이들을 대대적으로 잡는다든지, 사람들이 이들을 입양한다고 데려간다든지 하는 건 반대다.

차라리 이번 기회에 서울숲을 고양이 테마파크로 만드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이미 사슴이나 오리, 다람쥐 같은 개체들도 많으니까, 고양이가 그 한 무리에 낀다 해도 크게 나쁠 것은 없지 않을까. 물론 다른 생각지도 못한 문제들이 생길 수도 있겠지만, 일단은 최대한 이들을 살리는 쪽으로 갔으면 싶다. 개는 어린아이를 물거나 해꼬지 할 위험이 있지만, 고양이라면 비교적 안전하니까.

하지만 사실 도시는 인간에게 딱 맞추어진 생활공간. 인간 전용 숲이기에, 앞으로 이들의 생존기는 고난으로 점철될 것이 뻔하다. 해치려는 사람들도 있을 테고, 호기심으로 괴롭히는 사람들도 있을 테고, 사랑이랍시고 귀찮게 구는 사람들도 있을 테니까. 아, 제발, 이들을 보호해 주고 싶다면, 제발 이들을 그냥 그대로 놔두라. 사랑은 계속 찝쩍대고, 귀찮게하고, 괴롭히는 것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 놓아 두고 지켜보는 거다.

일부러 시간이 꽤 지난 다음에 사진을 올린다. 지금쯤 이 고양이들은 많이 컸겠지. 어떻게 살고 있나 사뭇 궁금하기도 하다.

Posted by 빈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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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국토지킴이 2011.09.08 10:2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고양이들이 귀엽네요 ^^ 잘보고 갑니다.

  2. 희망FEEL하모닉 2011.09.09 11:4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서울숲에 고양이들이 정말 많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