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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 추는 여인들의 섬 - 인천 무의도 하나개 해수욕장취재파일 2011. 11. 12. 17:33
무의도는 인천국제공항이 있는 영종도에서 서남쪽으로 조금만 가면 만날 수 있는 작은 섬이다. 잠진도 선착장에서 배를 타고 약 5분 정도 가면 도착할 수 있는데, 인천국제공항에서 버스를 타고 잠진도에서 배로 갈아타서 무의도에 도착할 때까지 약 한 시간 정도 잡으면 된다. 물론 버스 시간과 배 시간이 잘 맞지 않으면 그보다 더 걸릴 수도 있지만, 배는 30분마다 한 번씩 왔다 갔다 하니까 시간표는 딱히 필요 없다.
해무에 휩싸여 길게 뻗은 섬 모양이 마치 무희의 옷자락을 닮았다 해서 무의도(舞衣島)라는 이름이 붙었다는데, 이 섬에는 그런 시시한 이야기 말고도 춤에 관한 재미있는 설화가 전해 내려오고 있다.
▲ 잠진도 선착장. 무의도로 가는 카페리 호가 보인다. 배를 기다리는 시간은 길지만, 막상 배를 타면 5분 안에 운항이 끝 날 정도로 다소 허무한 뱃길이다. 그래서 뱃멀미를 하는 사람들이라도 충분히 갈 수 있는 섬이다. 2014년 쯤에 다리가 놓일 계획이라 한다.
옛날 하늘나라에 춤의 왕국이 있었는데, 이 왕국의 예쁜 다섯 공주 중 셋째 공주가 가장 예쁘고 춤도 잘 춰서 항상 맨 앞에서 춤을 췄다 한다. 매년 여름이면 큰 춤 축제가 있었던 이 왕국에서, 어김없이 춤 축제를 열었던 어느 여름 날, 시샘이 많은 넷째 공주가 셋째 공주의 신발 속에 몰래 가시를 넣었다.
그것을 모르고 춤을 추던 셋째 공주는 가시에 찔려 넘어져 크게 다쳤고, 그 후 공주는 슬픔에 잠겨 외로이 지냈다. 그리고 진달래꽃 화사한 어느 봄날, 꽃 향기에 이끌려 세상에 내려왔다가, 수많은 꽃과 아름다운 자연에 취해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지냈다.
셋째 공주가 하염없이 꽃에 취해 시간을 보내던 인근 마을 깊숙한 산 속에는 큰 호랑이가 살고 있었는데, 그 호랑이가 가끔 마을에 내려와 행패를 부리는 것이 두려워, 마을 사람들은 해마다 예쁜 처녀를 골라 호랑이에게 재물로 바쳤다.
그 사실을 알게 된 셋째 공주는 재물을 바치는 날 호랑이 앞에서 춤을 췄는데, 그 춤이 너무나 아름다워서 호랑이가 넋을 잃고 바라보다가 재물을 가지러 가는 것을 잊어버렸다. 그 후로 호랑이의 행패도 사라지고, 마을 사람들은 행복하게 잘 살았다는 이야기. 그 후 마을사람들은 그 고마움을 기리기 위해 당산에 올라가 셋째 공주를 위해 축제를 열었다 한다.
▲ 무의도 입구 겸 선착장. 배 시간에 맞춰 마을버스가 운행되고, 바로 이 앞쪽에 '당산'으로 올라가는 등산로가 보인다. 선착장에서 당산을 지나 국사봉, 호룡곡산, 하나개 해수욕장까지 등산을 하고 싶다면, 이 앞에서 당산으로 올라가는 등산로를 선택하면 된다. 약 네 시간 정도 걸리는 산행코스라 한다.
▲ 무의도의 밤. 무의도의 주된 숙박지역은 하나개 해수욕장과 실미공원 쪽이지만, 선착장에서 길을 따라 들어가면 나오는 마을 안쪽에도 펜션들이 있다. 한적한 시골이나 어촌 같은 분위기를 느끼고 싶다면 이쪽에서 숙박하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다.
물론 설화로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라서, 그 후에 셋째 공주는 어떻게 되었는지, 왜 하늘의 왕은 공주를 찾지 않았는지 등의 의문들을 풀 수는 없지만, 한 가지 확실히 알 수 있는 것은 역시 '셋째 딸은 얼굴도 안 보고 데려가도 되겠구나'라는 사실이 아닐까.
어쨌든 그 축제가 지금도 해마다 여름에 '무의도 춤 축제, 셋째 공주 선발대회'라는 이름으로 열리고 있다. 다만 장소는 당산이 아니고 하나개 해수욕장이다. 해마다 전국의 16세에서 30세 사이 아름다운 여성들이 참가해서 춤 실력을 겨루는데, 일등에게 셋째 공주 칭호가 주어지고, 까칠상으로 넷째 공주 칭호가 주어진다는 게 재미있다. 설화의 내용을 따라 그렇게 상 이름을 지었을 테다.
하지만 일년에 단 하루 있는 그 축제를 시간 맞춰 간다는 건 좀 힘들 수 있다. 규모가 좀 더 커져서 며칠 동안 한다면 몰라도, 여름철 딱 하루를 맞추어 갈 때는 너무나 많은 변수들 때문에 계획을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도 하나개 해수욕장은 꼭 축제가 아니더라도 한 번쯤 가볼 만 한 곳이다. 특히 여름철엔 서울과 가까운 섬 해수욕장으로 인기가 있는데, 외국인들이 많이 찾는 곳으로도 유명하다고 한다.
▲ 하나개 해수욕장 입구에서 볼 수 있는 드라마 촬영세트장 안내판.
▲ 하나개 해수욕장은 입장료를 내야 한다.
하나개 해수욕장의 특징은 먼저 백사장 한쪽에 늘어선 방갈로들이다. 물이 들어오면 이 방갈로 다리 아래로 물이 찰랑찰랑 들어차서 독특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한다. 그리고 썰물 때는 백사장 앞으로 드넓은 갯벌이 펼쳐지는데, 이 때는 호미 한 자루로 바지락, 동죽, 골뱅이 등을 한 가족이 넉넉히 먹을 수 있을 정도로 주워 담을 수 있다 한다.
하나개를 방문했을 때는 마침 밀물이 들어오는 때여서, 완전히 물이 들어온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넓은 갯벌이 보이는 것도 아닌 어중간한 상태였다. 과연 방갈로까지 바닷물이 들어올 수가 있을까 싶기도 했지만, 이 넓은 해안이 갯벌로 펼쳐지는 모습 또한 가늠하기는 힘들었다. 백사장만 해도 꽤 넓은 크기였기 때문이다. 어쨌든 하나개라는 이름은 큰 갯벌이라는 뜻이라 하고, 그 이름에 걸맞게 물이 빠지면 아주 넓은 갯벌이 모습을 드러낸다 하니 나중에라도 직접 가서 확인해 보는 것이 좋겠다.
하나개 해수욕장에서 볼 수 있는 것은 넓은 백사장과 갯벌 뿐만이 아니다. 한쪽 옆에 드라마 세트가 놓여 있는데, 이곳에서 그 유명한 ‘천국의 계단’과 ‘칼잡이 오수정’ 등을 촬영했다 한다.
다들 조금 오래된 드라마라서 세트장이 좀 낡기는 했지만, 드라마를 보고 감동을 받은 사람들이라면 추억을 되짚으며 세트장을 둘러볼 수 있을 테다. 이곳은 그 드라마들 말고도 여러 다른 드라마들의 단골 촬영지로 선택되기도 했다 하니, 사람마다 기억해내는 장면들이 다를 수도 있다.
드라마 세트장 안쪽에는 펜션형 숙박시설이 있어서, 하루 묵으면서 드라마 주인공 같은 기분을 내 볼 수도 있다. 물론 개인 취향과 자금 사정에 따라서 해변 방갈로에서 묵거나, 야영장에서 텐트를 치고 하룻밤 묵어가는 등 다양한 선택이 가능하다.
▲ 백사장 뒷편으로 늘어선 나무들 속의 벤치에서 한적하게 바다를 바라보며 쉬어가는 것도 나름 운치 있다.
최근 캠핑 인구들이 부쩍 늘어나면서 적당한 야영지를 찾느라 주말쯤 되면 손가락이 부르틀 정도로 인터넷을 뒤지는 분들이 있을 텐데, 섬 야영지로 하나개 해수욕장도 한 번 고려해 보는 것도 좋겠다. 계절에 맞게, 상황에 맞게, 갯벌에서 조개를 주워 먹거나, 바다낚시로 물고기를 잡아 먹는 재미있는 캠핑이 될 수도 있을 테니까. 정 안되면 근처 가게에서 사먹으면 되고.
솔직히 하나개 해수욕장은 입장료 2천 원을 내야 한다는 게 조금 걸리긴 하지만, 무의도에서 산행을 하고, 실미도를 구경하고, 마지막으로 쉬어가는 코스로 들어가 볼 만은 하다. 서울에서 대중교통을 이용해도 넉넉잡고 서너 시간이면 갈 수 있는 거리에 있는 아름다운 섬이기에, 늦잠 자고 일어나 게으르게 출발해도 반나절은 족히 아름다운 시간을 보낼 수 있을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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