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의도는 인천국제공항이 있는 영종도에서 서남쪽으로 조금만 가면 만날 수 있는 작은 섬이다. 잠진도 선착장에서 배를 타고 약 5분 정도 가면 도착할 수 있는데, 인천국제공항에서 버스를 타고 잠진도에서 배로 갈아타서 무의도에 도착할 때까지 약 한 시간 정도 잡으면 된다. 물론 버스 시간과 배 시간이 잘 맞지 않으면 그보다 더 걸릴 수도 있지만, 배는 30분마다 한 번씩 왔다 갔다 하니까 시간표는 딱히 필요 없다.
해무에 휩싸여 길게 뻗은 섬 모양이 마치 무희의 옷자락을 닮았다 해서 무의도(舞衣島)라는 이름이 붙었다는데, 이 섬에는 그런 시시한 이야기 말고도 춤에 관한 재미있는 설화가 전해 내려오고 있다.
옛날 하늘나라에 춤의 왕국이 있었는데, 이 왕국의 예쁜 다섯 공주 중 셋째 공주가 가장 예쁘고 춤도 잘 춰서 항상 맨 앞에서 춤을 췄다 한다. 매년 여름이면 큰 춤 축제가 있었던 이 왕국에서, 어김없이 춤 축제를 열었던 어느 여름 날, 시샘이 많은 넷째 공주가 셋째 공주의 신발 속에 몰래 가시를 넣었다.
그것을 모르고 춤을 추던 셋째 공주는 가시에 찔려 넘어져 크게 다쳤고, 그 후 공주는 슬픔에 잠겨 외로이 지냈다. 그리고 진달래꽃 화사한 어느 봄날, 꽃 향기에 이끌려 세상에 내려왔다가, 수많은 꽃과 아름다운 자연에 취해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지냈다.
셋째 공주가 하염없이 꽃에 취해 시간을 보내던 인근 마을 깊숙한 산 속에는 큰 호랑이가 살고 있었는데, 그 호랑이가 가끔 마을에 내려와 행패를 부리는 것이 두려워, 마을 사람들은 해마다 예쁜 처녀를 골라 호랑이에게 재물로 바쳤다.
그 사실을 알게 된 셋째 공주는 재물을 바치는 날 호랑이 앞에서 춤을 췄는데, 그 춤이 너무나 아름다워서 호랑이가 넋을 잃고 바라보다가 재물을 가지러 가는 것을 잊어버렸다. 그 후로 호랑이의 행패도 사라지고, 마을 사람들은 행복하게 잘 살았다는 이야기. 그 후 마을사람들은 그 고마움을 기리기 위해 당산에 올라가 셋째 공주를 위해 축제를 열었다 한다.
물론 설화로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라서, 그 후에 셋째 공주는 어떻게 되었는지, 왜 하늘의 왕은 공주를 찾지 않았는지 등의 의문들을 풀 수는 없지만, 한 가지 확실히 알 수 있는 것은 역시 '셋째 딸은 얼굴도 안 보고 데려가도 되겠구나'라는 사실이 아닐까.
어쨌든 그 축제가 지금도 해마다 여름에 '무의도 춤 축제, 셋째 공주 선발대회'라는 이름으로 열리고 있다. 다만 장소는 당산이 아니고 하나개 해수욕장이다. 해마다 전국의 16세에서 30세 사이 아름다운 여성들이 참가해서 춤 실력을 겨루는데, 일등에게 셋째 공주 칭호가 주어지고, 까칠상으로 넷째 공주 칭호가 주어진다는 게 재미있다. 설화의 내용을 따라 그렇게 상 이름을 지었을 테다.
하지만 일년에 단 하루 있는 그 축제를 시간 맞춰 간다는 건 좀 힘들 수 있다. 규모가 좀 더 커져서 며칠 동안 한다면 몰라도, 여름철 딱 하루를 맞추어 갈 때는 너무나 많은 변수들 때문에 계획을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도 하나개 해수욕장은 꼭 축제가 아니더라도 한 번쯤 가볼 만 한 곳이다. 특히 여름철엔 서울과 가까운 섬 해수욕장으로 인기가 있는데, 외국인들이 많이 찾는 곳으로도 유명하다고 한다.
하나개 해수욕장의 특징은 먼저 백사장 한쪽에 늘어선 방갈로들이다. 물이 들어오면 이 방갈로 다리 아래로 물이 찰랑찰랑 들어차서 독특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한다. 그리고 썰물 때는 백사장 앞으로 드넓은 갯벌이 펼쳐지는데, 이 때는 호미 한 자루로 바지락, 동죽, 골뱅이 등을 한 가족이 넉넉히 먹을 수 있을 정도로 주워 담을 수 있다 한다.
하나개를 방문했을 때는 마침 밀물이 들어오는 때여서, 완전히 물이 들어온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넓은 갯벌이 보이는 것도 아닌 어중간한 상태였다. 과연 방갈로까지 바닷물이 들어올 수가 있을까 싶기도 했지만, 이 넓은 해안이 갯벌로 펼쳐지는 모습 또한 가늠하기는 힘들었다. 백사장만 해도 꽤 넓은 크기였기 때문이다. 어쨌든 하나개라는 이름은 큰 갯벌이라는 뜻이라 하고, 그 이름에 걸맞게 물이 빠지면 아주 넓은 갯벌이 모습을 드러낸다 하니 나중에라도 직접 가서 확인해 보는 것이 좋겠다.
하나개 해수욕장에서 볼 수 있는 것은 넓은 백사장과 갯벌 뿐만이 아니다. 한쪽 옆에 드라마 세트가 놓여 있는데, 이곳에서 그 유명한 ‘천국의 계단’과 ‘칼잡이 오수정’ 등을 촬영했다 한다.
다들 조금 오래된 드라마라서 세트장이 좀 낡기는 했지만, 드라마를 보고 감동을 받은 사람들이라면 추억을 되짚으며 세트장을 둘러볼 수 있을 테다. 이곳은 그 드라마들 말고도 여러 다른 드라마들의 단골 촬영지로 선택되기도 했다 하니, 사람마다 기억해내는 장면들이 다를 수도 있다.
드라마 세트장 안쪽에는 펜션형 숙박시설이 있어서, 하루 묵으면서 드라마 주인공 같은 기분을 내 볼 수도 있다. 물론 개인 취향과 자금 사정에 따라서 해변 방갈로에서 묵거나, 야영장에서 텐트를 치고 하룻밤 묵어가는 등 다양한 선택이 가능하다.
최근 캠핑 인구들이 부쩍 늘어나면서 적당한 야영지를 찾느라 주말쯤 되면 손가락이 부르틀 정도로 인터넷을 뒤지는 분들이 있을 텐데, 섬 야영지로 하나개 해수욕장도 한 번 고려해 보는 것도 좋겠다. 계절에 맞게, 상황에 맞게, 갯벌에서 조개를 주워 먹거나, 바다낚시로 물고기를 잡아 먹는 재미있는 캠핑이 될 수도 있을 테니까. 정 안되면 근처 가게에서 사먹으면 되고.
솔직히 하나개 해수욕장은 입장료 2천 원을 내야 한다는 게 조금 걸리긴 하지만, 무의도에서 산행을 하고, 실미도를 구경하고, 마지막으로 쉬어가는 코스로 들어가 볼 만은 하다. 서울에서 대중교통을 이용해도 넉넉잡고 서너 시간이면 갈 수 있는 거리에 있는 아름다운 섬이기에, 늦잠 자고 일어나 게으르게 출발해도 반나절은 족히 아름다운 시간을 보낼 수 있을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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