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 두꺼운 옷자락을 한없이 늘어뜨리고, 봄이 살랑살랑 올랑말랑 하고 있는 지금, 뜬금 없이 노르웨이(Norway)가 우리 앞에 성큼 다가왔다. 

원래 있었던 곳에 잘 있는 나라고, 나름 한국에서 여러가지 우리에겐 보이지 않지만 뭔가 많은 일들을 하고 있었을 테지만, 그 존재를 인식할 수 없었던 나라. 큰 뉴스로 한 번 이슈가 되고 나서는 다시 서서히 기억 저 편으로 사라지고 있는 그곳.

그곳에서 반가운 소식을 전했다. 사진만 '재미있게' 잘 찍어 올리면, 진짜로 노르웨이에 보내 주겠다고!






지금 노르웨이를 만날 수 있는 곳은 지하철 6호선 '삼각지역' 안이다. 전동차들이 수시로 드나드는 플랫폼을 비롯해서, 4호선과 연결되는 무빙워크 주변과, 6호선에서 밖으로 나가는 통로 등에 노르웨이를 알리는 사진들이 잔뜩 붙어 있다.

이 사진들을 배경으로, 혹은 어떤 방식으로든 잘 활용해서 재미있는 사진을 찍어서 응모하면, 가장 재미있는 사진을 찍어 올린 사람 2명에게 노르웨이 항공권을 주는 이벤트다.



일반적으로 이런 이벤트는, 그저 방구석에 가만히 앉아서 클릭 몇 번으로 응모하고 끝~하기 일쑤다. 별 감동도 없고, 재미도 없고, 인간미도 없으며 존재적 이유도 크게 느껴지지 않는다.

그래서 이번 이벤트가 신선하게 와 닿았다. 물론, 방구석 폐인에겐 상당히 귀찮고 부담스러운 방식이긴 하지만, 그래도 가끔 한 번 이런 이벤트를 핑계 삼아 지하철 역으로 나들이 갈 수도 있으니 좋지 아니한가.





호기심 반, 심심함 반으로 삼각지역을 찾아가봤다. 무엇보다 지하철 역 밖으로 나가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차비를 아낄 수 있다는 점이 무척 마음에 들었다. 2월 25일 부로 지하철 요금도 15%나 올라서, 교통카드를 사용해도 기본요금이 1,050원이나 하는 요금이 살짝 부담됐는데 말이다.

사실 다양한 사진들을 보고 있으면, 꽤 큰 규모의 갤러리를 지하철 역사에 차린건가 싶은 착각이 들 수도 있지만, 실제로 가보면 규모가 그리 크지는 않다. 특히 무빙워크가 빨리 움직여서, 그걸 타면 사진들을 감상할 틈도 없이 휙휙 지나가므로, 걸어서 감상하기를 추천한다.
 




이 이벤트로 삼각지역을 찾아간 덕분에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이 있는데, 바로 '노르웨이는 사계절이 뚜렷한 나라'라는 것.

처음 그 문구를 인터넷 사이트에서 봤을 때는 좀 의아했다. 노르웨이하면 뭐니뭐니해도 총기...는 아니고, 빙하와 오로라의 이미지만 딱 박혀 있는데, 사계절이라니! '그냥 겨울, 눈 오는 겨울, 빙하가 오는 겨울, 오로라가 피는 겨울, 이렇게 사계절인가?' 했는데, 여기 가보니, 세상에, 노르웨이에도 초원에 꽃 피는 곳이 있더라 (합성 아니겠지?!).



예전에 여행하다가 핀란드에서 온 아저씨와 한동안 길동무를 한 적 있는데, 그 아저씨가 핀란드도 의무복역이라며 자기는 스키부대에 있었다고 했다. 핀란드 의무병들은 거의 대부분 보병하면 스키 타기도 함께 하는데, 자기는 전문(?) 스키부대였다며, 일종의 행군 개념으로 두 달 동안 스키를 타며 핀란드 툰트라 숲 속을 누비며 다니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런 이야기 덕분이었을까, 핀란드는 눈과 스키의 나라, 그리고 눈이 펑펑 오면 밖에도 못 나가고 방 안에서 문자메시지나 보내고 있어야 하는 나라로 인식이 굳어졌다. 그러니까 자연스레 그 주변에 있는 스웨덴, 노르웨이도 다 그렇지 않을까라는 선입관 굳히기 완성.



그런데 어디선가 날아온 사람들이 주장(!)하기로는, 그 쪽 나라들도 꽃도 피고, 나름 여름도 있다고 했다. 그럴리가 없다! 북극 바로 아래잖나. 그렇게 치면 북극도 사계절이 있다, 눈보라 몰아치는 겨울, 빙하게 물컹해지는 겨울, 눈 녹은 겨울, 그리고 둘리가 빙하 타는 겨울. 

그렇게 우겼지만, 그쪽 나라들이 내 생각과는 다르다고 말 해 주는 사람들이 너무도 많았기에, 진실을 확인하기 위해 꼭 한 번은 그곳에 가봐야 한다. 그래서 이벤트에 응모할 명분을 얻은 것이다! (라는 쓸 데 없는 잡설)
 



어쨌든 노르웨이에 가보고 싶다. 삼각지 역에서 뿅 하고 노르웨이로 갈 수 있는 방법은 아직 개발되지 않았지만, 삼각지 역에서 어찌 잘 해보면 노르웨이에 갈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일단 이벤트 견본사진(?)을 참고해봤다.


('삼각지 역에서 떠나는 노르웨이 여행' 이벤트 사진 예시. 출처: 트래블로, http://www.travelro.co.kr/route/3333)


('삼각지 역에서 떠나는 노르웨이 여행' 이벤트 사진 예시. 출처: 트래블로, http://www.travelro.co.kr/route/3333)


('삼각지 역에서 떠나는 노르웨이 여행' 이벤트 사진 예시. 출처: 트래블로, http://www.travelro.co.kr/route/3333)





이벤트의 시작을 알리는 페이지에 들어가보니 수많은 사진들이 제시되어 있었다. 그 중 세 장을 견본으로 담아왔는데, 이 사진들만 보더라도 일단 내겐 저런 컨셉, 무리다. 은둔형 외톨이로써 정체성이 있지, 어떻게 저런 화기애애한 사진을 찍을 수 있겠느냔 말이다. 안 된다, 안 돼, 저런 컨셉 따라하다간 내 정체성이 무너져버려!

게다가 내 주위엔 모두 시니컬한 사람들 뿐. 자기들 스스로는 시크라고 하지만, 시크교도가 아닌 것으로 판명 되었기 때문에 그냥 시니컬이라고 지적해 주는데, 어쨌든, 핵심은 저런 사진 함께 찍을 사람도 없다.

그렇다면 포기할텐가? 이대로 노르웨이 항공권을 하늘 높이 날려 보내고 말 텐가! 아니, 많이도 바라지도 않는다, 항공권이 아니라도 2등 상품인 디카라도 받으면 매우 좋다!




그래서 나는 따로 내 컨셉을 개발했다.

분명히 이벤트 페이지에는, '재미있는' 사진이면 된다고 했다. 잘 찍은 사진이나, 예쁘게 찍은 사진 따윈 필요 없다, '재미있는'이 핵심인 거다.

그래서 '재미'가 있는 사진을 찍었다!!!

 



어떤가, 일단 재미는 있지 않은가. 여러분들은 절대 부정할 수 없다. 이 사진은 분명히 '재미'가 존재하니까! 추상적 개념을 실체화시켜 존재를 드러나게 만들어 버린 이 대단한 능력! 아아 참으로 아름답고 처절하도다.

재미가 한 번만 있으면 안 되니까, 더 많은 재미를 보여 주겠다!






분명히 재미는 있는데, 찍을수록 왜이리 씁쓸한걸까. 우쒸.

그 와중에 지나가는 커플종족이 내 재미를 보고 비웃고!

사실 그냥 지나가며 '재미'라는 글자를 보고 씨익 웃은 것에 불과하지만, 당하는 입장에선 비웃음으로 여겨졌으니 비웃음인거다.

그래서 급 의기소침해진 나는 더욱 많은 '재미'를 위해 동영상을 찍었다.





재미는 없었지만 재미가 존재하니 됐다는 존재론적 의미에 충실했으니 재미가 있었다고 생각할 수도 있고, 없었다고도 할 수 있는 애매한 상황이 되어버린, 삼각지역 노르웨이 탐사는 이걸로 끝.

다른 모든 이들도 노르웨이가 탐나거든 수시로 삼각지역을 방문해서 사진을 찍어 올려 보자. 한 백 명 몰려가서 플래시 몹을 하면, 정성이 갸륵해서라도 항공권 한 장 던져 주지 않을까. 그러면 백 명이 한 장을 놓고 피 터지는 사다리 타기를 하면 되고.

어쨌든 결론은 여행 가고 싶다!!!



 

<이벤트 안내문>

삼각지 역의 문화 테마 역사를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기 위해 노르웨이 대사관의 주관으로 도시철도 공사와 여행자 커뮤니티 ‘트래블로’와 함께 이벤트를 마련합니다.

삼각지 역의 노르웨이 전시물을 배경으로 즐거운 여행 사진을 찍어서 응모하는 분에게 노르웨이 왕복 항공권을 비롯한 다양한 상품을 주는 행사입니다. 일등 두명에게는 노르웨이 왕복 항공권 각 1장, 2등 두 명에게는 고급 디지털 카메라 2대, 3등 두 명 에게는 씨푸드 레스토랑 저녁 식사권 각2매, 4등 20명에게는 노르웨이 팝 그룹 “벨맨”음반 20장 등 푸짐한 경품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이번 행사는 카타르 항공, 노르웨이 회사DNV, 노르웨이 관광청이 후원합니다.

삼각지 역에는 11,12번 입구를 시작으로 에스컬레이터와 계단 위, 6호선 삼각지 역 승강장, 서울역으로 연결되는 환승 통로에 노르웨이 역사, 문화, 자연을 표현한 전시물이 설치 되어 있습니다. 자세한 응모방법은 6호선 삼각지 역 승강장 노르웨이 전시물위의 포스터나 모니터, 트래블로 홈페이지 (http://travelro.co.kr/event)에 안내되어 있습니다.

(출처: 트래블로 노르웨이 이벤트 페이지, http://travelro.co.kr/event)




참고 사이트

* 트래블로 노르웨이 이벤트 페이지: http://www.travelro.co.kr/event
  (단순 이벤트 응모 요령만 알려면 이 페이지만으로도 충분하다)

* Story1.그들이 삼각지에 간 이유(프롤로그) http://www.travelro.co.kr/route/3324
* Story 2. 정말로 간 삼각지 노르웨이 여행 http://www.travelro.co.kr/route/2987
* Story 3. 노르웨이 대사관에서 메일이 오다 http://www.travelro.co.kr/route/3330
* Story 4. 노르웨이대사관 홈페이지 메인등극 http://www.travelro.co.kr/route/3331
* Story 5.이벤트의 시작! 어떻게 여행할까? http://www.travelro.co.kr/route/3333

* 노르웨이 대사관의 관련 기사 페이지: http://www.norway.or.kr/News_and_events/press/--News--Events/-----Norway-Competition-at-the-Samgakji-station/

Posted by 빈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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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나와유(I&You)의 五感滿足 이야기 2012.02.27 09:3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재미난 이벤트네요.ㅎㅎ 한번 응모해보고 싶지만 지금 대전이라 달려갈 수 없음이 아쉬워요.ㅜ

  2. demian 2012.02.27 09:5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악 뭔가 눙무리...ㅋㅋㅋ여튼 진짜 '재미'있네요!ㅎㅎㅎㅎㅎ

  3. ahopsi 2012.02.27 10:4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오. 이런. . 당했다. 빈꿈님 ! Pirate !!!

  4. 아살리아 2012.02.27 13:3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가끔 보면 오빤 좀 쓸데없는 짓을 할때가 있는거 가테 ㅎㅎㅎ
    이런거 말고 백두산폭발에 대한 심도있고 질높은 포스팅을 해보는거어때
    마야이야기 후속작으로다가~ㅎㅎ

  5. idjung 2012.02.27 22:3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런식으로 노르웨이 항공권에 도전하다니!! 좋은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