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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도에서 3년 간 실종된 한국인 수가 1136명 이라고?
    잡다구리 2013. 3. 31. 14:11

    (* 추가: 최근, 누군가가 한비야 등을 옹호하는 글에 이 글을 링크 걸어놨다고 하던데, 그런 사람들 쉴드 쳐 주려고 쓴 글 아님.)

    최근 한국의 인터넷에 '인도에서 실종된 한국인 수' 혹은 '인도에서 실종된 나라별 여행객 수' 등의 제목으로 아래와 같은 사진이 올라왔다. 일단 사진 한 번 보자.





    최근 연일 언론에서 떠들썩하게 보도하는 인도의 성폭행 뉴스들을 배경 지식으로 기초를 깔고, 그런 상황에서 이런 제목과 사진을 딱 보면, 십중팔구 '아, 인도에서 한국인들이 엄청나게 실종됐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 사진을 널리 퍼트리는 사람들 중에도 그런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많았던 것이 사실이고.

    물론 나 역시도 처음 이 사진을 봤을 땐 그렇게 생각했는데, 지인이 이런 의문을 제기했다. "3년 동안 한국인 1136명이 실종됐다면, 1년에 대략 300~400명이 실종됐다는 거고, 그럼 하루에 한 명 꼴로 실종됐다는 건데, 이건 아무리 봐도 너무 많은 수치 아닌가".

    그 의문을 접하고 나서야 나도 '아, 뭔가 이상하다' 싶었고, 관련 자료를 뒤지기 시작했다. 사진의 제목으로 검색하니 관련 자료가 안 나와서, 각종 다른 키워드들로 검색하느라 시간이 좀 걸렸지만, 마침내 관련 뉴스를 찾아낼 수 있었다.






    사진의 표와 딱 맞아떨어지는 숫자를 제시하고 있는 이 기사는, 인도의 'The Times of India'라는 신문으로, 2007년에 올라온 기사였다. 기사 원문은 아래 링크를 참고하시라.

    New problem: What about 'illegal' foreigners?


    기사의 내용을 간략하게 요약하자면 이렇다.
    "이 수치는 인도에 정상적으로 입국한 후에, 비자 만기가 끝 난 후에도 출국하지 않고 사라져버린 사람들의 숫자인데, 이상하게도 선진국이라고 할 만 한 나라의 사람들 수가 많다. 비자 만료 이후 불법체류한 사람들을 강제 출국 시키기도 했지만, 그들이 딱히 이렇다 할 이유를 제시하지 않아서, 이런 나라 사람들이 왜 이러는지 확실한 이유도 알 수 없다. 다만 불법체류로 남거나, 후진국 사람들이 훔친 여권 등을 이용해서 입국하는 경우가 있지 않나 의심하고 있다."


    물론 인도 정부에서도 딱히 이렇다 할 이유를 찾지 못하고 있으니, 이 수치 중에는 정말 납치, 살인 같은 범죄로 인해 실종된 사람도 있을 테다. 하지만 한국의 외무부 수치에 따르면, 아직 인도는 일 년에 300여 명의 실종신고가 들어오는 위험한 나라는 아니다. 그러니 이 수치는 불법체류를 비롯한, 여권 위변조 등의 다양한 문제가 내포되었으리라 보는 것이 옳다. 즉, 이 숫자 모두가 범죄로 인한 실종은 아니라는 것이다.


    ***


    (2014년에 추가)
    위 사진이 반짝 유행하고 끝날 줄 알고 글을 대강 썼는데, 생각보다 끊임없이 나돌고, 이 글 또한 관련 자료로 언급되는 것을 보고, 조금 더 자료를 추가해 넣음.


    일단, '0404 외교부 해외안전여행' 사이트를 보자. 국가별 안전정보의 '인도'편에서 사건사고 탭을 누르면 이런 수치를 볼 수 있다. (링크주소 (여기서 '사건사고' 탭 누를 것): http://www.0404.go.kr/country/searchView.do?menuNo=2020200&country_code=285&country_group=&warning_level=&searchKeyword=인도&pageIndex=1)


    2009년 이후부터 2013년 까지, 인도에서 일어난 한국인 사건사고 건수는 평균 100~150건 정도다. 강도, 절도, 사기 등등의 모든 신고된 사건사고 건수를 합친게 저 숫자니, 당연히 실종자 수는 저것보다 적을 거라는 걸 알 수 있다.


    ***


    위 사진의 연도는 2003~2005년이라 돼 있으니, 그 기간에는 막 한 해에 300여 명씩 실종됐을 수도 있지 않나라고 주장할 수 있을 텐데, 그 기간 관련 공식 숫자는 아직 못 찾았다. 대신 아래 신문기사를 보자. 

    납치,실종,감금…해외여행 갈 곳이 없네 (중앙일보, 2006.04.06) 


    이 기사 마지막 쯤을 보면 이런 문장이 나온다. "외교통상부에 따르면 지난해 해외 발생 한국인 피해자 수는 2448명이며...". 2006년에 작성된 기사에서 '지난해'라고 했으니, 2005년을 가리키고 있는 것이다. 

    이어지는 문장은 이렇게 나온다. "국가별로는 중국에서 850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탈리아 341명·미국 282명·스페인 195명·체코 100명·일본 59명·몽골 39명·러시아 38명 순이었다".

    해외 한국인 피해자 수를 순서대로 꼽았는데, 맨 마지막이 '러시아 38명'으로 나온다. 그렇다면 최소한 2005년에는 인도에서 한국인 피해자 수는 38명보다는 적다는 뜻이 된다. 물론 이 피해자 수도 강절도, 폭행, 돌발사고, 사망 등을 모두 포함한 수치다.

    자 그렇다면 나머지 2003년과 2004년, 두 해 동안 한국인 실종자 수가 약 1,100명이 나와야, 저 숫자가 실종자 수라고 주장할 수 있을 테다. 그건 각자 알아서 찾자. 검색하다가 이게 뭐하는 짓인가 싶고 막 피곤하고, 재미도 없고, 이만.


    ***


    나도 인도 몇 번 갔다 온 입장에서, 인도가 그리 안전하기만 한 곳이라고는 말 못하겠다. 하지만 저렇게 실종자 수가 많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고 본다. 그리고 외교부를 딱히 신뢰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자국민 실종자 수를 몇 백 단위로 틀릴 정도로 무능하지도 않다고 본다. 

    마지막은 인도 100배 즐기기 가이드북 저자인 환타님의 글을 참고자료로 걸고 끝내도록 하겠다. 어차피 그렇게 믿고 싶은 사람은 그렇게 믿을 테니, 딱히 설득시키거나 싸우거나 할 생각은 없다. 그런다고 내가 무슨 득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저 긴가민가하는 사람들은 이런 자료들을 놓고 한 번 생각해보시라는 거다. 

    인도에서 실종된 한국인이 1136명? (인도 환타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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