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국가의 문서는 최소한 백 년, 이백 년 갈 것을 염두에 두고 있어야 하지 않을까. 그렇다면 일개 기업은 몇 년이나 지속될까.

한글 워드프로세서가 기념물로 인정받는 것은 좋다. 하지만 그렇다고 hwp 파일만을 고집하는 것은 문제다. 다른곳도 아닌, 정부와 공공기관에서 일반에게 배포하는 문서가 특정 기업의 제품에서만 읽고 쓸 수 있는 파일포멧이라니. 공공성을 위한다면, 더욱 다양한 사람들이 사용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옳지 않을까.

그러니까 한글 워드프로세서 뿐만 아니라, MS WORD, 오픈 오피스(Open Office), 리브레 오피스(Libre Office) 등에서도 사용할 수 있는, ODF를 사용하는 것이 좋겠다. 더군다나 ODF는 국제표준(ISO)일 뿐만 아니라, 한국산업표준(KS)으로도 지정돼 있는 상태니, 공공기관에서 사용하는 데 아무 문제가 없다. 아니, 오히려 표준으로 바꾸라고 강요를 해야 할 판이다.

파일포멧을 ODF로 바꾼다는 것은, 워드 프로세서를 다른 것으로 바꾸라는 의미가 아니다. 한글 워드프로세서도 2010 버전부터 ODF를 사용할 수 있다고 하니, 사용하던 워드프로세서는 그대로 사용하면 된다. 저장할 때 파일 확장자만 hwp가 아닌, odt로 저장하면 되는 거다. (ODF의 워드프로세서 확장자는 odt)

최근 EU 집행위원회에서는 특정 IT 업체의 종속성을 탈피하기 위한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여기서도 ODF를 사용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한다 (EU, 특정 IT 업체 종속성 탈피할 가이드라인 발표). 문서가 더 쌓이기 전에, 우리나라도 과감한 변화가 필요하지 않을까. 

p.s.1
리브레 오피스는 오픈 오피스 개발자들이 뛰쳐나와 만든 오픈소스 워드 프로세서다. 오라클이 썬을 인수하고부터 오픈 오피스에 간섭이 많아졌는데, 오픈 오피스 유료화 검토한다는 소리가 나올 때 쯤, 개발자들이 뛰쳐나와서 새로운 워드프로세서 프로젝트를 만들었다. 그게 바로 리브레 오피스. 옛날과 다르게 오픈 오피스도 꽤 쓸만 하게 발전했는데, 오픈 오피스와 거의 비슷하긴 하지만, 리브레 오피스가 약간 더 나아 보인다.

p.s.2
아무래도 정부에서부터 바꾸길 원하는 건 시간이 걸릴 것 같고, 민간에서부터라도 ODF를 쓰는 건 어떨까. 오피스 소프트웨어들 사려면 돈 많이 들고, 그렇다고 불법으로 쓰자니 꺼림직하지 않은가.


Posted by 빈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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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멋쪄  2013.06.27 16:4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ODF 처음 봤네요.
    다만 사용자들의 익숙함은 ODF가 ㅎ_ㅎ 어떻게 해주질 못하겠죠.

  2. xian 2013.06.27 17:0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ODF가 널리 쓰이지 못하는건 포멧 자체가 좀 떨어져요.
    그래서 사실상의 표준이 워드가 된것이고 업계표준이라는게 있잖아요.
    한국 업무 특성상(특히 관공서) 표로 만들어진 폼이 엄청나게 많은데 오픈오피스같은 경우 이 부분이 심각하게 떨어져서 손을 못댈 지경이죠.
    예전에 한글 문서 폼을 오픈오피스로 이식하는 작업이 있었는데 그때도 몇개도 못해보고 다들 GG친걸로 알고있네요.
    그리고 관공서에서 한글을 쓸 수 밖에 없는게 정부행망시스템이 한글과 맞물려서 돌아갑니다.그래서 결재,열람이 전부 한글과 묶여서 굴러가게 되어있어요.
    한글에서 ODF를 작성할 수 있다지만 그건 MS워드에서 ODF작성할 수 있다는 이야기와 마찬가지로 그건 '할 수 있다'지 '된다'가 아니거든요.실제로 해보면 한글이나 워드에 있는 기능이 다 빠져서 레이아웃이 엉망진창이 돼죠...아마 오픈오피스가 표기능만 좀 양호했으면 지금보다는 저변이 꽤 넓어졌을겁니다.

    여담이지만 오픈오피스가 리브레오피스로 나온건 상용화 문제가 아니라 오라클이 이 프로젝트를 말아먹으려고 한 시도가 있었다고 들었습니다.상용화는 옛날부터 하고 있었습니다. 스타오피스라고.. 오픈오피스 자체가 스타오피스 소스 기반이구요.

    • 빈꿈 2013.06.27 17:3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표준으로 정한만큼 그에 맞게 문서 작성법도 바꿔가면 된다고 봅니다. 이미 작성한 문서들은 어쩔 수 없이 그냥 놔두거나 PDF로 바꾸거나 하는 대책을 세우고 말이죠.

      한글이나 MS워드 기능을 사용할 수 없다고 ODF가 무의미한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특정 제품의 종속성을 탈피할 수 있다는 의미도 되니까요. 행망시스템도 기능을 추가하는 쪽으로 가야죠. 이미 구축돼 있다고 어쩔 수 없다고 할 수는 없으니까요.

      오라클이 여러모로 간섭을 많이 했다고 하더라구요. 개발자들이 옮긴건 여러가지 문제가 쌓여서였지만, 상용화 언급 후부터 불만이 불거졌다고 하는데...이건 사람마다 다를테니 관측과 예상일 뿐이겠죠 :-)

    • cogniti 2013.06.27 22:18  댓글주소  수정/삭제

      ODF 스펙 문서를 읽어보셨는지 모르겠지만, ODF 포맷은 덜떨어진 포맷이 아닙니다. 오픈오피스와 한컴오피스를 비교할 때 오픈오피스가 표 작성 편의성이 떨어진다고 느끼시는 거겠죠. 오픈오피스도 표 작성할 때 단축키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다만, 셀 안에 대각선을 넣지 못하는 문제가 있는데 그걸 가지고 ODF 스펙 상의 문제라고 보기도 어렵습니다.

    • cogniti 2013.06.27 22:23  댓글주소  수정/삭제

      그리고 ODF 포맷과 HWP v5 포맷만 놓고 봤을 때는 HWP v5 포맷이 덜떨어집니다. 왜냐고요? OLE 내에 HWP v5 포맷을 구겨놓은 것만으로도 GG입니다. 게다가 zlib 헤더없는 압축이라 무결성 검사를 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또 HWP v5 는 GG.
      HWP v5는 내부 한글 코드로 비표준 한양 PUA 코드도 사용합니다. 그래서 또 GG.
      그렇다면 HWP v3.0 포맷은 어떨까요? 제가 보았을 때, HWP v3.0 포맷은 컴퓨터과학 전공한 자가 만든 포맷인가? 하는 의문이 들 정도였습니다.

  3. Jihui Choi 2013.06.30 22:1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빈꿈님 팬이었는데, 최근에서야 연재를 다시 시작하신 걸 알게 되었네요. ^^;

    여튼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그런데, 사실상 기관/단체/조직에서의 오피스 마이그레이션은 넘어야 할 산이 많이 있습니다.
    그 중의 하나가 바로 조직 내의 마이그레이션 전담팀의 부재입니다. 마이그레이션을 고려할때 마이그레이션으로 인한 이득만을 생각하거나, 일회성 교육 비용 정도만을 고려하는데, 그래서는 정상적으로 마이그레이션을 하기가 어렵습니다.(소규모 회사차원에서 리눅스를 쓰거나 오픈오피스로 전환했다가 실패한 케이스가 바로 이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결국 "공짜" 내지는 "비용절감"이라는 쪽에 포커스를 맞추고, 체계적인 마이그레이션을 해 본 경험자나 전문가가 적다보니, "그거 그냥 바꾸면 되는 거 아냐?" 라는 수준의 인식으로 시작했다가 실패하는 거죠.

    여튼 닭과 달걀의 문제가 될 수 있겠습니다만, 제 생각에는 그러한 전문 컨설팅 회사 설립이나 인력 양성이 선행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단순히 이거 좋다. 써봐라가 아니라.. 당신네 조직에서 마이그레이션을 하려면 어떤어떤 사항을 고려해야 하고.. 어떤 프로세스를 거쳐 진행해야 하고, 사후 관리는 어떻게 해야하고.. 등등.. 물론 여기에 교육이 가능한 강사 양성, 교재 제작 등의 문제 해결도 포함되어야겠습니다만..

    그래도 올해들어 강사나 교재 부분은 정부차원에서 지원 의지를 조금씩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이런 노력들이 계속 이어지고 누적되면 hwp뿐만 아니라 MS Office를 비롯한 다른 독점 소프트웨어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겠지요. 독일이나 프랑스, 베트남 같은 나라들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