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인터스텔라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평가받고 있는 키워드가 바로 블랙홀, 웜홀 그리고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 등이다. 굳이 설명할 용도가 아니므로 읽다가 지치면 그냥 딴 걸 찾아 읽으시기 바란다. 아마 쉽게 설명된 다른 글들이 있을 테다.


블랙홀

영화 인터스텔라가 주목을 받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바로 블랙홀을 3D 그래픽으로, 가장 최근의 이론을 바탕으로 구현했다는 것이다. 이건 말로 설명하는 것보다 직접 그림으로 보는 게 낫다.

우선 인터스텔라에서 나오는 블랙홀은 아래와 같다. 이걸 3D로 구현했다.




기존에 볼 수 있었던 블랙홀은 대충 아래 이미지와 같다.

(이미지: 위키피디아 블랙홀 이미지, 나사 NASA 제공


직접 영화로 보면 확실히 기존 블랙홀 구현과는 다르다는 걸 알 수 있다. 카메라가 블랙홀로 다가가면서 보이는 엄청난 움직임은 가히 압권이라 할 수 있다. 생각보다 너무 짧게 나와서 아쉬울 정도. 물론, 블랙홀이 진짜로 저렇게 보이느냐는 논외다. 어디까지나 가장 최근의 이론으로 구현한 것이라고 하니까, 앞으로 또 다르게 그려질 가능성도 있다.

블랙홀은 아마도 다들 여기저기서 들어서 알 테니까 그냥 넘어가자. 어차피 이론적으로 설명할 능력도 없고. 다만, 멀지 않은 과거에 과학계에서 블랙홀 얘기가 나오면 코웃음을 쳤지만, 이제는 진지하게 그 존재가 실제로 있을 가능성이 굉장히 높다고 믿어지고 있다.

SF는 공상과학이 아니라, '사이언스 픽션', 즉, 과학적으로 있을만 한 것을 그려보는 것이라는 입장에 더욱 힘을 실어주는 존재 중 하나가 바로 블랙홀이다. 어쨌든 영화 인터스텔라를 보러 갈 예정이라면 이 블랙홀 이미지를 특히 신경써서 볼 만 하다.



웜홀

웜홀은 예전엔 블랙홀과 화이트홀을 이어주는 통로라는 개념으로 나왔다. 무엇이든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있다면, 그 빨아들인 것을 내뱉는 것도 있어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으로 창조된 것이 화이트홀. 그 둘을 이어주는 통로가 바로 웜홀이었다.

그런데 요즘은 좀 다르다. 빨려 들어간 물체들은 블랙홀 자체에서 해결(?) 가능하고, 화이트홀은 딱히 존재할 이유도 없고 관측되지도 않는다는 것. 그래서 화이트홀의 존재는 거의 부정되고 있는 상황이다. 
  

(웜홀 이미지: 위키피디아 웜홀 wormhole)


하지만 웜홀은 블랙홀과 관계 없이, 그 자체로 존재할 수 있다고 여겨진다. 이 영화의 자문 역할로 많은 도움을 줬다는 물리학자 '킵 손'. 그리고 영화와 함께 많이 언급되는 그의 논문이 있는데, 바로 '시공간의 웜홀과 성간여행에서의 그 유용성(Wormholes in Spacetime and Their Use for Interstellar Travel)'이다.

영화의 제목이 인터스텔라(interstellar)인 것이, 저 논문의 인터스텔라를 따 온 것이라는 말도 있는데, 여기서 인터스텔라는 '항성 간(사이)', '별과 별 사이' 혹은 '아주 먼 거리'라는 뜻이다.

그러니까 이 논문은 (제목만 보면), 웜홀을 이용해서 아주 먼 거리를 이동하는 것에 대해 논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실제로 영화에서도 토성 옆에 생겼다는 웜홀은 블랙홀과 아무 상관 없이, 그냥 공간을 이동하는 통로로 이용된다.

정상적으로 우주를 날아서 가려면 엄청난 세월이 걸려야 도달할 수 있는 곳이지만, 웜홀이 있어서 공간을 가로질러 갔기에 빠른 시간 안에 다른 행성들로 갈 수 있다. 이건 영화에서 똑똑한 사람이 종이를 접어가며 아주 친절하게 설명해주니, 이것도 이쯤에서 생략하자. (인터스텔라가 정말 에듀테인먼트라고 할 수도 있을 정도다)



상대성 이론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이 안 나올 수가 없다. 사실 웜홀도 '아인슈타인-로젠의 다리(Einstein–Rosen bridge)'인데, 아인슈타인의 방정식에 이미 내포되어 있었다.

일단 이런건 다 집어치우고, 영화에서 중요한 것은 '중력(질량)이 높은 곳으로 가면 시간이 천천히 흐른다'는 개념이다. 그래서 블랙홀 근처에 있는 행성에서의 한 시간이 지구 시간으로는 7년이라는 설정도 나올 수 있었다.


(위키피디아: 일반상대성이론에서 묘사된 시공의 곡률을 2차원으로 표현한 그림)


상대성이론을 설명할 때 흔히 위 이미지와 같은 그림이 쓰이는데, 주의할 점은 여기 나오는 격자무늬는 공간만 표현한 것이 아니라, 시공간(시간과 공간)을 표현한 것이다.

일단 가운데 지구가 있는데 그냥 공이라 하자. 공이 있는 곳은 시공간이 푹 들어가있으므로, 다른 작은 공이 이 근처에 오면 저곳으로 빨려 들어갈 테다. 이게 중력이다.

네모칸들을 보면 모두 일정한 간격을 유지하고 있는데, 공이 있는 부분은 푹 들어가서 늘어나 있다. 시공간이 늘어난 것이다. 시간이 늘어났다는 것은 시간이 천천히 흐른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중력(질량)이 있는 곳은 다른 곳에 비해 시간이 천천히 흐른다. 이게 극대화 된 곳이 바로 블랙홀이다.

뭐 그냥 블랙홀 주변, 아니 그냥 특정한 곳에서는 시간이 천천히 흐른다고만 알고 있으면 된다. 그래서 지구의 7년이 저기 어느 곳에서는 1시간 밖에 안 된다는 것. 시간은 상대적이라는 것. 

그냥 쭉쭉 다 넘어가자. 진짜로 기록해두고 싶은 건 바로 다음 내용이다.

 

끈 이론

끈 이론을 어디까지 적어둬야할지 모르겠다. 간신히 껍데기만 겨우 얼핏 알고있는 상황에서 설명할 능력은 없는데, 그렇다고 아예 무시하고 설명 안 하기도 그렇고.

간단히 압축해서 말하자면,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은 지구와 천체 등의 거시세계를 설명하는 데는 아주 효과적이었다. 딱딱 들어맞았고, 이것저것 실험으로 증명되기도 했다. 그래서 아인슈타인은 전기력과 자기력을 통합하여 전자기력으로 정리한 맥스웰 처럼, 중력과 전자기력도 통합하려고 노력했다. 하나의 공식으로 모든 자연현상을 설명할 수 있을 거라는 통합장이론.

그런데 아인슈타인이 그런 노력을 하고 있는 사이에 양자역학이 나왔다. 그러면서 약력(약한 상호작용), 강력(강한 상호작용)이 나오고, 물리학의 기본 상호작용은 네 가지가 됐다 (중력, 전자기력, 강력, 약력). 그런데 아인슈타인의 이론은 입자 단위의 미시세계로 들어가면 잘 맞지 않았다. 게다가 아인슈타인은 '신은 주사위를 던지지 않는다'며 양자역학의 불확정성을 부정해버렸고.


그래서 학계는 아직도 거시세계를 설명할 때는 저 이론을, 미시세계를 설명할 때는 이 이론을 각각 적용하고 있는 중이다. 대체로 이건 별 문제가 없고, 우주선을 쏠 때도 딱히 문제가 없다. 그런데 이게 문제가 되는 대표적인 곳이 바로 블랙홀. 블랙홀 전체는 큰 규모인데 특이점은 아주 작다. 이건 거시세계인가 미시세계인가. 어떻게 설명해야 하는가.

그러면서 모든 것에 대한 이론 (TOE: Theory of Everything)의 후보로 나온 것이 바로 '끈 이론'이다. 후에 변형을 가하며 M 이론, 초끈이론 등으로 발전했는데, 다 집어치우자. 그리고 요즘은 '표준 모형(Standard Model)'으로 강력, 약력, 전자기력을 대체로 잘 설명하고 있다. 최근에는 (2013년) 힉스 입자가 발견되어 더욱 굳건한 입지를 굳혔고.

그런데 표준 모형은 중력의 영역을 건드리지 않는다. 그래서 모든 상호작용들을 통합해서 설명할 이론이 아니다. 여전히 거시세계에는 상대성이론 등이 쓰이고 있다. 끈 이론은 이 모두를 통합시키고자 하는 욕구가 강한 이론이다. 쿼크, 글루온부터 저 거대한 우주까지 모두를 하나의 이론으로 설명해보자는 것.


(끈 이론에 따르면 모든 물질은 진동하고 있는 매우 작은 끈들로 이루어진다. ① 거시적인 물질 (예: 다이아몬드). ② 물질을 이루고 있는 분자 구조 (예: 탄소 원자의 다이아몬드 격자). ③ 분자를 이루고 있는 원자 구조. ④ 원자 궤도를 이루는 전자. ⑤ 원자핵을 구성하는 핵자(양성자·중성자)는 쿼크와 글루온으로 구성된다. ⑥ 끈 이론에 따르면, 전자와 쿼크, 글루온은 사실 진동하고 있는 미세한 끈으로 볼 수 있다. 출처: 위키피디아, 끈이론)


끈이론의 핵심은 물질을 이루고 있는 가장 기초적인 단위가 '진동하는 에너지 끈'이라는 것이다.

이 영화와 관련해서 중요한 사항은, 끈 이론에서는 이론 자체의 성립을 위해서 여러 개의 '여분의 차원'을 두고 있다는 점이다. 초끈이론에선 10차원까지 두고 있다. 여기서 재미있는 것들이 나온다.

우리가 살고있는 차원 이외의 차원들이 존재한다는 것. 여기서 중력이 다른 힘들보다 너무나 파워가 약한 것은, 다른 차원에까지 힘이 미치기 때문이라는 것. 그래서 중력파는 다른 차원으로 옮겨갈 수 있고, 어쩌면 이것으로 통신이 가능할 지도 모른다는 것.

이러면 영화 본 사람들은 당장 생각 날 테다. 책장 말이다. 블랙홀에 빨려 들어갔을 때도, 거기서 뭔가 끈이론에 적용되는 어떤 다른 차원의 세계가 있었다든지, 혹은 '그들'이 다른 차원의 문을 열어줬다든지 하는 상상도 가능하다. 게다가 '중력파로 통신한다'는 설정도 나오고.

시나리오 작업을 한 조나단 놀란은 4년간 대학을 다니며 상대성 이론을 공부했다고 하니, 아마도 끈 이론에 대해서도 들었을 테다. 만약 그가 '웜홀' 만으로 시나리오를 완성하려 했다면 시간여행을 등장시켰을 수도 있다. 이론상으론 웜홀로 시간여행이 가능하니까. 그런데 그러지 않고 다차원 세계를 넣었다.




영화 인터스텔라에 끈이론이 접목되었다고 본다면, 눈에 보이지 않는 요소들을 더 상상해볼 수 있다. '그들'의 존재가 다른 차원의 어떤 존재일 수도 있다는 것. 즉, 차원이 다른 다중우주 속의 어떤 존재 말이다. 그러면 이 존재가 외계인일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생각하기 편하게 평행우주를 넣으면 스토리가 좀 더 재밌어(?)진다. 다중우주와 평행우주는 다르지만 평행우주 쪽은 여기저기서 소재로 많이 다뤄서 생각하기 쉬우니까. 프린지(fringe)라는 미국 드라마에서 나오는 평행우주(패러럴 유니버스) 개념을 넣어서 생각해본다면, 결국 주인공이 구한 것은 자신이 있던 세계가 아닌 다른 평행우주일 수도 있다. 차원을 넘어버렸으므로 그게 자신이 온 그 우주인지 아닌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니까. 

그리고 도움을 준 '그들'은 평행우주 상의 인류일 수도 있다. 그래서 결국 구한 건 우리들 자신이라고 볼 수도 있고. "우린 어떻게든 해결할 거야, 늘 그랬던 것 처럼"이라는 말에서 나온 우리가 이 우주의 우리가 아니라 저 우주의 우리이지만, 어쨌든 우리는 우리, 뭐 그런 의미일 수도 있다. 어쨌든 어디든 구했으니 다행이랄까.
 


더 나아가자면 생각을 좀 더 확장할 수도 있다. 딸 머피의 침실에서 책이 툭툭 떨어지는 것을 영화 장르를 살짝 바꿔버리면 '폴터가이스트 현상'으로 볼 수도 있다. 그러니까 그런 유령이라든지 폴터가이스트 현상이라든지 하는 것도 어떻게 보면 중력파로 인한 메시지 전달과, 다른 차원에서 온 방문자라고도 볼 수 있다.  

그러니까 어쩌면 '모든 것의 이론 (TOE)'를 완성시켜서 자연법칙을 하나의 이론과 공식으로 설명하고 해석하는 게 가능해지면, 지금은 초자연적 현상이라 생각되는 것들도 자연의 법칙으로 설명해낼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다. 물론 그렇다고 반지의 제왕이 갑자기 떡하니 웜홀을 열고 우리 앞에 나타나지는... 그것도 가능성이 있으려나.

어쨌든 이런저런 것들을 끼워넣어볼 수 있고, 생각해볼 수 있는 영화다. 이 영화를 교재로 상대성 이론을 중심으로 여러 물리학 이론들을 두루두루 학습할 수 있는 도구로 활용할 수도 있지 않을까 싶을 정도. 물론 배우는 입장에선 그렇게 공부해도 딱히 재미있진 않을 테지만.
Posted by 빈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