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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타워즈 7, 깨어난 포스 - 잡다한 감상
    리뷰 2015. 12. 17. 13:19

     

    딱히 기대 없이 봤다. 감독이 바뀐만큼 영화가 바뀔 거라는 건 쉽게 예상할 수 있으니까. 그래도 막상 개봉한다는 소식을 들으니 어쩔 수 없는 포스에 이끌려가듯 보러갈 수 밖에 없었다.

     

    방금 보고와서 감상을 정리하는 차원에서 쓴 글이니, 영화에 대한 정보나 대강의 줄거리 같은 것은 다른 글들을 참고하시기 바란다. 이 글에 스포는 거의 없으나, 아마 영화를 봐야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스타워즈, 깨어난 포스. 국내 포스터와 해외(미국) 포스터. 둘 다 복고풍이긴하지만, 늬앙스가 사뭇 다르다)

     

     

     

    * 30년 지난 시점이라는데

     

    7편이라 할 수 있는 '스타워즈, 깨어난 포스'는 제국군 괴멸 이후 30년이 지난 시점으로 설정했다. 옛 주역들이 늙어버렸으니 어쩔 수 없는 설정이었을 테다. 늙은이들을 뛰고 굴리면 노인학대이므로 새로운 세대, 새로운 주인공들을 이야기에 도입해야만 했던 것 또한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래서 이번 스타워즈는 옛 스타워즈 영화를 상기시키고 추억을 회고하면서도 새 등장인물들을 각인시키는 작업이 주된 목적이라고 볼 수 있다. 어차피 애초부터 3부작으로 하겠다고 정해놓고 시작한 거였으니 2시 간 조금 넘는 러닝타임은 이런 목적을 달성하는 데 충분한 시간이었다.

     

    그런데 한 가지 못마땅한 점이 있는데, 과거 스타워즈 세계에서 30년이나 흘렀는데도 이 세계의 기술 문명이 그리 발전하지 못 한 인상을 준다는 것. 30년이면 거의 8비트 컴퓨터가 스마트폰으로 발전할 정도의 시간인데, 아무리 전쟁으로 황폐화 됐고, 은하계 변두리가 주 무대라곤 해도 너무 발전이 없는 모습이다.

     

    옛날에 스타워즈를 볼 때는 만화에서나 볼 수 있었던 우주선이나 광선검 같은 것들이 영화에서 붕붕 나와서 신기하기도 했었다. 그런데 지금와서 그 옛날 것들을 다시 거의 그대로 내보인다는 건 좀 식상하다. 관객들 눈도 엄청 높아졌는데. 앞으로 진행될 스토리 속에서 신선한 것들이 조금씩 녹아져 나올지 한 번 지켜볼 일이다.

     

     

    (사진: 다음 영화, 스타워즈: 깨어난 포스

     

     

     

    * 주인공들

     

    이번 스타워즈에 대해 거의 아무런 정보도 없이 영화를 보러 갔다. 대강의 줄거리도, 등장인물도 전혀 모른 채로. 그랬더니 아, 스스로 나의 한계를 느껴버렸다.

     

    일단 주요 등장인물 소개를 하자면, 은하계 변두리 황량한 별에서 고철을 모으며 살고 있는 소녀 레이. 저항군 군인으로 활약하다가 적에게 잡히는 포. 스톰트루퍼(제국군 병사)였다가 탈출하는 핀. 제국군 2인자 정도(?)에 위치한 분노조절장애자 카일로 렌. 이정도가 중요한 새 등장인물들이다.

     

    모든 배역들이 골고루 자신의 스토리를 가지고 얽히고 있지만, 그래도 중요한 인물은 '레이'다. 처음엔 살짝 헷갈렸지만, 그래도 여성이 주인공이라는 사실은 쉽게 적응할 수 있었다. 그런데 그 상대 배역 겸 꽤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등장인물은 핀. 스톰트루퍼에서 탈출하여 어쩌다 저항군 편에 서게 된 인물인데, 이 사람이 흑인이다.

     

    설마 헐리우드 영화에서 흑인에게 큰 역할을 줬을리가. 백인인 '포'가 불쑥 나타나서 나머지 이야기를 이끌어가겠지 싶었는데, 핀은 끝까지 영화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는다. 나중에 찾아보니 외국에서는 흑인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영화 안 보겠다고 한 사람들도 꽤 있다 한다. 아, 나도 어쩔 수 없이 헐리우드 공식에 사로잡혀있었구나 싶었다.

     

    부디 앞으로도 갑자기 백인이 나타나서 '너는 우정이었지만, 나는 이제 주인공과 사랑을 할 거야'하는 일이 없었으면 싶다. 세상이 변해가니까 영화도 좀 변할 필요가 있지 않나, 이제 곧 2016년이니까.

     

     

    (사진: 다음 영화, 스타워즈: 깨어난 포스)

     

     

     

    * 악의 편

     

    스톰트루퍼에서 탈출하는 핀의 이야기는 꽤 인상적이다. 가면을 쓴 스톰트루퍼는 여태까지 그저 '적', 혹은 나쁜놈일 뿐이었다. 그래서 싸그리 다 때려 죽여도 된다는 인식을 심어줬고, 그들도 인간이라는 생각을 하지 못하게 했다. 그건 다른 헐리우드 영화들도 마찬가지다. 좀비 영화를 봐도, 이놈들은 나쁜놈들이니까 그냥 다 때려죽여도 된다는 설정을 가지고 신나게 때려 죽이는 데 몰두한다. 물론 나중에 좀 다른 영화들이 나왔지만.

     

    여기서 뉴욕타임즈에서 언급한 '휴머너티'가 나오는 건지도 모르겠다. 적도 인간이고, 그들도 다양한 자신들만의 이야기를 가지고 있다는 그런 메시지 말이다.

     

    그리고 하나 더 중요한 포인트가 있다. '악의 편'은 선택할 수 있는 것이고, 그쪽 편에서 부역하고 있는 자들은 그것이 스스로 선택한 것이라는 사실. 더 확장하자면, '어쩔 수 없었다' 따위는 변명일 뿐이라는 거다. 이건 좀 복잡해서 좀 더 생각해 볼 문제. 혹시나 영화로 토론할 사람들이라면 이 주제로 토론을 해봐도 재밌을 테다.

     

     

    (사진: 다음 영화, 스타워즈: 깨어난 포스)

     

     

     

    * 혈통과 막장성

     

    스타워즈는 흔히 농담삼아 우주적 스케일의 막장드라마라고도 한다. 전작들을 본 사람들은 무슨 소린지 잘 알 테다. 그 스토리의 줄기에 혈통이라는 게 들어가 있고. 이번 스타워즈에서 레이는 듣보잡 무혈통 흙수저로 나오긴 하는데, 과연 이것이 3부작 마지막까지 그대로 이어질지 궁금하다. 혹시 또 숨겨진 과거에서 누구 딸이고, 사랑하는 사람이 친오빠라거나 그런 게 툭 튀어 나오는 건 아니겠지? 두고 볼 일이다. 물론 애초에 '포스'라는 것이 타고나는 경향이 강하다는 것에서 아직까지 완전 흙수저가 대성할 가능성은 별로 없지만.

     

     

    * 나머지

     

    '내가 니 애비다'가 시대가 바뀌면서 위치가 바뀌었다. 단지 감독이 그때는 젊었고, 지금은 늙어서 그런 걸까. 아니면 시대가 바뀌면서 그 옛날엔 가부장적 아버지의 권위가 크게 차지하고 있었고, 지금은 철 없는(좀 이상한?) 자식들의 문제가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일까. 뭐 딱히 큰 의미가 없을 수도 있겠지만.

     

    어쨌든 영화 곳곳에서 옛 스타워즈의 기억을 떠올릴 수 있는 장면들이 수시로 나왔다. 좋은 것일 수도 있고 나쁜 것일 수도 있는데, 부디 추억팔이는 한 번만으로 끝내고 다음편부터는 쭉쭉 앞으로 나갔으면 좋겠다.

     

     

    (사진: 다음 영화, 스타워즈: 깨어난 포스)

     

     

    p.s.

    옛날 스타워즈들을 본 사람들은 영화평과 상관 없이 어차피 보러 갈 거니까 그냥 보러 가면 된다. 그런데 옛날 스타워즈 시리즈를 아예 모르는 사람들이라면 아무런 준비 없이 보러 갔다간 뭐라는 소린지 알 수가 없어서 흥미가 떨어질 수도 있다. 전작들에 대한 스토리나 디테일까지는 필요 없지만, 대강 포스, 다스베이더 같은 것들은 조금 알고 가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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