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차 규제개혁 장관회의'가 열렸다. 대통령이 주재하며 꽤 긴 시간동안 열린 회의였는데, 여기서 주목을 끈 것은 바로 '간편결제'였다. 정확히는 액티브X 문제.

 

 

 

액티브X 없이 쇼핑몰 결제(?)

 

이번 회의에서 "공인인증서나 액티브X 설치 없이 인터넷 쇼핑몰 구매 시연을 했다"라고 언론 기사들이 묘사를 하고 있어서 대체 어떤 시연이었는지 궁금했다.

 

그래서 찾아봤고 당연히 찾아냈다. 아래 캡처 사진을 보자.

 

 

(출처: KTV 제 3차 민관합동 규제개혁 점검회의 동영상. 28분 30초 정도부터 시연 나옴)

 

 

회의에서 시연한 것은 11번가 쇼핑몰의 시럽패이(syrup pay)라는 것이다.

 

요즘 '간편결제'라는 이름으로 업체들이 만들고 있는 바로 그것이다. 저걸 사용하기 위해서는 일단 시럽페이에 가입을 해야하는데 꽤 많은 약관들이 나오면서 '니 정보 내놔라'한다. 뭐 그래도 간편하게 아무것도 설치하지 않고 결제를 할 수 있다면 좋을 수도 있는데, 안타까운 건 지금 지원하는 카드사가 몇 개로 정해져 있다는 거다.

 

이 간편결제가 현재 지원하는 카드사들은 아래와 같다.

신한, 삼성 ,KB국민, 하나[구 하나SK], 하나[구 외환], 현대, 씨티, 롯데카드.

 

 

 

따라서 이 서비스를 사용하지 않으면 아래와 같이, exe 파일을 설치하라는 화면을 보게 된다.

 

(비씨카드를 이용할 경우 간편결제를 사용할 수 없으므로 exe 파일을 설치해야 함)

 

 

 

뭔가 미묘한 간편결제

 

 

시연 후에 이런 대화가 이어진다.

 

 

대통령의 확인 질문.

 

 

"그러니까 정말 이제부터는 우리 국민이나 외국인들이 어느 온라인 쇼핑몰에서도 이 간편결제 서비스를 이용해서 자유롭게 구매할 수가 있다는 확실한 말씀이죠?"

 

그렇다라는 답변과 함께 (액티브X를) 힘들게 걷어냈다고 설명하니 재차 확인.

 

"아이디와 패스워드만 갖고 이제 결제가 가능한 거죠?"

 

그러자 미래부 장관은 "그렇습니다, 간편결제입니다"라고 대답.

 

 

대화를 보면 미묘하게 서로 어긋나 있다. 대통령은 "아이디와 패스워드로 결제"를 말 하고 있는데, 장관은 "간편결제"를 말 하고 있다.

 

"간편결제가 바로 그거잖아"라고 우긴다면 뭔가 복잡하게 설명해야하므로 상대가 알아듣지 못하면 납득시킬 수 없고, 납득시킬 수 없다면 말을 해도 알아듣지를 못 하니 이길 수가 없다. 따라서 우리는 진다, 아니 나는 졌다, 누군가 용기 있는 사람이 나서서 잘 설명해보시기 바란다.

 

 

좋게 보면 과도기라고도 할 수 있겠다. 서비스를 확대해가는 절차가 남아있다고 부연설명을 했으니, 앞으로 모든 카드사가 간편결제에서 사용될 수 있도록 하면 달라질 수도 있겠다 싶기도 하다. 물론 쇼핑몰마다 다르게 만들어놓은 간편결제 솔루션에 모두 가입해서 사용하는 절차가 남아있겠지만. 그런데...

 

 

 

결국 exe 파일은 추진

 

여기까지만 두고 보면 다시 속는 셈 치고 지켜볼 수도 있겠다. 그런데 아니나다를까 우려스러운 자료를 발견했다. 미래창조과학부가 5월 7일자로 내놓은 보도자료다. 제목은 '전자상거래 규제개선 추진현황 및 주요성과'.

 

여기서 한 구절을 그대로 옮겨와봤다 (강조 표시는 임의로 했음).

 

 

셋째, 온라인쇼핑몰의 ActiveX 이용환경을 개선하였다.

 

 신용카드결제 보안프로그램을 ActiveX에서 실행파일 다운로드 방식으로 전환(’15.1월~)하는 등 Non-ActiveX 환경으로 개선을 추진한 결과, 10대 쇼핑몰*의 ActiveX 이용이 작년말 이후 4개월 만에 60% 감소(233개**→91개)하였으며, 동영상재생, 실시간 계좌이체 등 단기적으로 제거하기 어려운 ActiveX를 제외한 다수의 ActiveX가 금년내에 제거될 전망이다.(붙임 참조)

 

* G마켓, 11번가, 옥션, CJ오쇼핑, GS홈쇼핑, 롯데홈쇼핑, 쿠팡, 티몬, 롯데닷컴, 인터파크
** ActiveX 이용 개수임(동일 종류 ActiveX가 여러 사이트에서 중복 이용될 경우 합산)

 

 

여기서 알 수 있듯이, 미래부는 "액티브X를 '실행파일 다운로드 방식'으로 바꾼 것"을 "Non-ActiveX 환경"이라고 말하고 있다.

 

즉, "exe 파일 설치를 추진했으니 액티브X를 걷어낸 것이다"라는 기존 입장을 그대로 고수하고 있다.

 

따라서 ActiveX 사용이 60% 감소했다는 말은, 실제로 완전히 사라진 것과, exe 파일로 전환해서 없어진 것도 포함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예: ActiveX 4개를 exe 파일로 합쳐서 다운받게 함 = 액티브X 4개 없어짐).

 

 

...하아... 지친다.

 

 

보는 여러분들도 지칠 테다. 그러니 그냥 짤막하게 만세 삼창(?)하고 끝내자.

 

exe 파일이 액티브X 입니다! 만세!

exe 파일이 액티브X 입니다! 만세!

exe 파일이 액티브X 입니다! 만세!

엉엉, 꿈도 희망도 없어 젝일 엉엉.

 

 

 

p.s. 참고자료

* 제 3차 민관합동 규제개혁 점검회의 (KTV 동영상. 시연은 28분 30초부터)

* 전자상거래 규제개선 추진현황 및 주요성과 (미래창조과학부 보도자료, 2015.05.07)

* <규제개혁> 朴대통령 '간편결제' 시연에 "확실한거죠?" (연합뉴스, 2015.05.06)

 

 

p.s.2. 교훈

1. 사장은 속을 수 있다. 너무 참모진들의 말만 듣지 말라.

2. 시연 보고 도장 찍지 말고, 직접 서비스 이용하고 테스트해보자.

3. 아랫것들이 갖고 노는 하찮은 것들도 경험삼아 한 번 쯤 시도해보자.

 

 

Posted by 빈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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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eginner_developer 2015.05.07 11:0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뭐라 할말이 없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