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케아 탐험기, 소품 위주 - 1국내여행/경기도 2016. 1. 18. 13:17
이케아 광명점 놀러 간 이야기. 이 동네를 잘 몰라서 그런지 거의 허허벌판에 위치한 느낌. 대중교통으로 찾아가니 시간도 많이 걸리지만 버스로 갈아타야 하는 번거로움도 있었다. 그래도 전철역에서 내려서 한 번만 갈아타면 되는 게 그나마 다행이랄까. 뭔가 여행 가는 느낌.
어쨌든 이케아. 허허벌판이지만 이 근처에 도착하기 전까지는 건물이 잘 보이지도 않았다. 크기는 크지만 그리 높지는 않아서 그런 듯. 버스 안내방송에선 이케아라고 잘 나오기 때문에 불편함은 없었다.
이케아 하면 일단 가구지만, 그건 너무 흔해서(?) 이번에는 주로 소품 위주로 둘러봤다. 사실 가구따위 놔둘 공간도 없기 때문에 가구엔 별로 눈길도 안 갔는데, 소품은 가격도 저렴하고 크기도 작은 것들이 많으므로 소소하게 질러서 쌓아두기 딱 좋았다. 물론 아무리 저렴해도 선뜻 지르지는 못 했지만.
의외로 인형도 꽤 여러가지를 팔던데, 생김새들이 다들 좀 괴상하다. 나름 고민해서 만든 캐릭터들이겠지만, 뭔가 좀 삐뚤삐뚤 한 느낌이랄까. 그게 매력일 수도 있겠다.
백화점 같은 데 가면 소파가 놓여져 있어도 줄 둘러치고 눈으로만 보세요 해놨겠지만, 이케아는 그런 것 없다. 전시해놓은 쇼파에 앉아서 눈 감고 자는지 명상하는지 하는 사람도 있었고, 피곤한 다리 쉬어가는 사람들도 많았고. 그래서 사람 안 나오게 사진 찍기가 참 어려울 지경.
일단은 여기까지 오느라 배가 고프므로 다 제쳐두고 식당으로 직행. 곧 저녁 시간대가 되기 때문에 일찌감치 갔다. 뭔가 횡하고 썰렁한 느낌. 널찍널찍해서 좋긴 하다.
식당에 들어서면 음식들이 전시돼 있고 계산하는 곳이 보인다. 일단 가서 음식을 고르는 쪽에 줄 서서 기다리다가 때가 되면 쟁반 카트를 집어들고 슬슬 움직인다. 조그만 카트 빼내서 그 위에 쟁반을 놓는 방식. 이거 마음에 들었다. 손으로 쟁반 들어 옮기다가 엎지르기 쉬운데 조그만 카트가 있으니 편했다. 하지만 이게 있어도 음식 엎지르는 사람은 있더라. 어쩔 수 없지 뭐.
원래는 싸기로 유명했던 김치볶음밥을 먹으려 했는데, 이제 그건 없어진 것 같다. 그리고 가격도 다 조금씩 올랐다. 제육볶음이 3500원, 닭다리 하나가 1500원이었다. 닭다리는 작년엔 천 원이었는데.
카트 밀고 가면 케잌 등이 진열된 진열장을 옆으로 보면서 걸어갈 수 있다. 이때 은행잔고 되는 만큼 집어가면 된다. 그래서 난 하나도 못 집었다. 초콜렛이 맛있다고 하던데, 내 기준으론 너무 비싸서 패스.
이것저것 놓여진 진열장을 거쳐서 밥 퍼주는(?) 곳으로 가면 거기선 밥류를 주문하면 된다. 거의 바로바로 나온다. 그리고 쟁반에 음식 담아서 계산대 가서 계산하면 끝. 무한리필 되는 음료도 가격이 올라서 안 사먹고. 이케아 회원카드 보여주면 커피 한 잔 무료란다. 이것도 귀찮아서 패스. 갑자기 줄 선 사람들이 늘어나서 계산대 벗어나면 또 언제 줄 서고 계산하고 식탁으로 가게될 지 알 수가 없었다.
그래서 조촐하게 가져온 음식들. 제육볶음은 김혜자 도시락 맛이 났는데 양이 좀 적은 편. 닭다리는 내 입맛은 영 안 좋았다. 너무 느끼하다고 해야할까. 다시는 먹고싶지 않은 맛. 어쨌든 담긴 음식값보다 접시값이 더 비쌀 듯 싶다. 접시는 참 탐나더라. 전체적으로 이케아 식당 밥은 배고파서 먹는거지 맛으로 먹는 건 아니라는 결론. 물론 애플파이나 초콜렛 케익 같은 건 못 먹어봤으니 다음에 기회될 때 체험하면 다시 평가를 해보겠다.
아참, 제육덮밥 먹다가 이 부러질 뻔 했다. 고기 뼈가 씹힌 줄 알았는데, 뱉어보니 딱딱한 쌀이었다. 밥이 굳어서 딱딱해진 밥알. 무심코 씹다간 정말 이 나갈 수도 있었던 아찔한 순간이었다.
밥 먹었으니 이제 여유롭게 둘러보는 시간. 대충 뭐 이것저것 있다. 별다른 설명은 필요가 없다.
틈틈이 어떤 상품에는 디자인 한 사람 소개와 작품 소개가 걸려 있다. 이런 장치들이 단순한 상품이 아니라 심혈을 기울여 만든 예술 작품이라는 인상을 주는 역할을 하지 않을까 싶다. 물론 저기 적힌 글씨까지 꼼꼼하게 다 읽어보는 사람들은 별로 없다 할지라도, 디자이너 사진과 함께 뭔가가 적혀있는 글자들을 보면 좀 있어보이기도 하고.
게다가 상품 하나하나마다 이름도 따로 있다. 이런 것도 여기 있는 상품들이 좀 특별하게 느껴지게 하는 장치가 아닐까 싶다.
공간활용을 이렇게 해서 이렇게 갖다 놓으면 된다는 예시를 보여줘서 소비자도 이 상품들만 사면 이렇게 이쁘게 꾸밀 수 있을 것만 같은 착각을 심어주는 배치. 사실은 저 제품들을 소품까지 그대로 다 사서 완전히 똑같이 다 집어넣어도 매장에서 보는 느낌 그대로 연출하기는 어렵다. 조명이나 공간이 다르기 때문. 특히 공간. 뭐 그래도 일단은 환상을 심어주고 그 환상을 자신이 구입하는 물건에 투입하도록 해 주는 게 중요한 거니까. 소비자들이 돈을 내는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하고.
아주 간단한 상식인데, 집을 꾸미려면 우선 집이 있어야 한다. 꾸미면 꾸미는 만큼 효과가 있을 만 한 수준의 그런 집 말이다.
가만 보면 이케아는 핑크핑크가 별로 없다. 전체적으로 아기자기나 귀여움하고는 좀 동떨어진 투박함이 특징.
천 무늬도 전체적으로 단순하고 투박하다. 처음봐도 오래 본 듯한 느낌. 그래서 있는 듯 없는 듯 질리고 말고 할 것도 없는 그런 문양. 일상에서 사용할 것들이면 그런 게 무난하기는 하다. 근데 내 눈에 찰만 한 아름다움이 느껴지지 않는 것이 흠. 포장 뜰을 때 반짝이는 아름다움을 생활하고 사용하면서 점점 그지같이 망쳐놓아가는 그 과정이 얼마나 파괴적인 즐거움을 주는데. 이케아는 일단 그것과 거리가 멀다.
여기저기 노란 쇼핑백과 이케아 연필이 놓여 있다. 이건 딱히 동선이나 의도 같은 게 보이지는 않고, 그냥 남는 공간에 넣은 듯 한 느낌이다. 그래도 적당히 일정한 간격을 두고 떨어져 있어서 나중에라도 '앗, 이거 사야겠어!' 싶을 때 연필이나 쇼핑백을 이용하기 쉽게 해놨다.
자주 가는 대형 마트들을 보면, 라면 한 봉지 사러 갔는데 마침 이것저것 세일 하고 있어서 여러개를 집었다면 바구니 하나 가지러 다시 입구까지 기어가야 한다. 말로는 고객님을 잘 모시고 어쩌고 블라블라하지만, 그지같은 고객들 편의보다는 매장이 갑이므로 매장의 관리 편의성만 중시하겠다는 의도가 딱 보인다. 그런 곳에 호감을 가지고 애정을 가진 충성스런 고객이 될 수가 없지, 손님이 객일 뿐인데.
이케아는 손님이 사진을 찍어도, 물건을 만져봐도 뭐라 하지 않는다. 열심히 한 물건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겨 있어도 그냥 가만히 놔둔다. 사실 이런 매장에서 '손님 도와드릴까요?'라고 먼저 물어오는 건 '너 이거 훔치려고 궁리중이냐? 어서 안 꺼져?'라는 소리로 들릴 뿐이다. 그냥 부담스럽고 불편하다. 안내요원은 안내가 필요할 때 쉽게 찾을 수 있을만 한 곳에 그냥 있기만 하면 된다.
아, 근데 너무 투박하다.
어떤 건 투박을 넘어서 좀 조잡해보이기까지 한다. 그나마 이렇게 이상한(?) 것은 별로 없다는 게 다행이겠지만.
곰인형은 여기저기 공간이 좀 있는 곳에 틈틈이 놓여 있었다. 자꾸 보다보면 하나 갖고싶어질 거다라는 의도일까, 아니면 그냥 뻥 비워두기 좀 그러니까 이런 걸로 채워 넣은 것 뿐일까.
삼천 원 짜리 수건 하나에도 이름이 있고
오백 원 짜리 수건 하나에도 제품 이름이 있다. 물론 다른 곳들도 나름 이름이 있긴 하겠지만, 저렇게 손님 니네들도 보라고 크게 이름을 써 놓지는 않는다. 우린 꼼꼼히 만든다라는 걸 어필하려는 거겠지.
행거로 설치미술을 해놨다. 집에서도 저렇게 벽면을 장식해놔도 괜찮을 듯 싶다. 이런 소소한 꾸밈이 매장 둘러보는 즐거움을 더해준다.
물건을 진열해놓은 것도 가만 보면 그냥 쑤셔넣었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잘 정리하면서도 살짝 센스가 느껴지는 배열이랄까. 소품 코너 전체가 그런 느낌이다.
손님들이 막 만져보게 내놓은 것 말고, 팔리면 내려놓으려고 선반에 갖다놓은 물건들도 그냥 막 쑤셔넣은 느낌이 아니다.
이케아나 혹은 다른 매장들이 현대미술과 판매를 접합시키면 좋지 않을까 싶다. 예술이 별거냐, 잘 갖다놓고 말빨 잘 풀면 되는거지.
박스 부분은 좀 아쉽다. '고양이가 좋아하는 박스' 같은 게 하나 있을만도 한데 없더라. 고양이 인형 하나 갖다 넣어놓고 전시하면 좋을 텐데.
문구코너에 관심이 많은데, 그다지 가겨이 싸지도 않고 뭔가 특별하게 느껴지는 것도 없어서 다소 실망했다. 그냥 간단하게 필기만 하면 된다는 느낌. 마카 세트도 관심이 갔는데, 유아용이야!를 너무 강조해놔서 빈정상해서 안 집어 옴.
다음 편에 계속.
'국내여행 > 경기도' 카테고리의 다른 글
파주 지혜의 숲, 헌책방 보물섬 - 파주출판도시, 아시아출판문화정보센터 (0) 2016.01.20 이케아 탐험기, 소품 위주 - 2 (0) 2016.01.18 가평 자라섬 국제 재즈 페스티벌 (6) 2014.10.04 인천국제공항에서 노숙하기 좋은 장소 - 인천공항 혼자놀기 (12) 2012.03.11 인천에 음악의 회오리가 몰아친다 - 펜타포트 프린지 페스티벌 (3) 2011.07.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