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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 공각기동대 : 고스트 인 더 쉘
    리뷰 2018. 11. 2. 19:47

     

    2017년에 개봉한 스칼렛 요한슨 주연의 공각기동대 영화는 1995년에 개봉한 공각기동대 애니메이션을 원작으로 했다.

     

    하지만 전체적 배경과 소재를 가져다 썼고, 주제를 약간 차용했을 뿐 스토리는 좀 다르다. 주제도 어떻게 보면 원작의 고민을 가져다 놨다고 볼 수도 있겠지만 그 깊이와 무게가 가볍고 얉기 때문에, 마음을 울리는 심오한 뭔가를 던져주긴 역부족이다.  

     

    따라서 만화와 애니메이션에서 나온 볼거리들을 실사 영화로 재현한 것에 집중한 액션 영화로 보는 것이 좋겠다. 볼거리에 치중해서 별 생각없이 본다면 재미있는 영화다.

     

     

    볼거리에 치중했다고는 하지만, 영화도 옛날 원작의 주제를 살짝 가져오긴 했다. 몸을 모두 의체로 사이보그화 한 상태에서 뇌만 살려놓은 상태. 이때 기억도 조작됐다면 나는 대체 무엇인가, 인간이란 무엇인가 하는 고민, 가볍지만 살짝 들어있긴 하다.

     

    나라는 주체가 세상을 인식하는 것이 현실일 텐데, 그 주체인 나 자신이 조작되어 있는 상태라면 과연 현실은 현실이라 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 이 질문에서 현실이 현실이 아니었다 쪽으로 간 것이 영화 매트릭스다.

     

    이런 질문은 SF 작품들에서 워낙 많이 등장하다보니, 이제 옛날에 접하던 것 처럼 쇼킹하지도 않고 많이 고민되지도 않는 경향이 있다. 특히 이런 영화에서는 고민의 깊이가 얉다보니, 주제만 봐서는 넷플릭스 드라마인 블랙미러에서 기억 조작, 뇌 조작을 소재로 한 드라마 한 편 정도의 무게만 가질 뿐이다.

     

    뇌, 특히 기억이라는 부분이 쉽게 이해시킬 수도 있고, 인공지능 기술 같은 것으로 실질적 위협을 받기도 하기 때문에 이런 쪽에 치중하는 경향이 있는데, 원작에서 인간의 어떤 것을 규정하는 단어로 뇌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고 '고스트'라는 단어를 사용한 것은 조금 더 깊은 문제의식이다.

     

    즉, 기억이나 뇌를 넘어서 그것을 포용하면서도 그것을 넘어선 고스트라는 어떤 것이 인간성을 규정하지 않겠나라는 의미라고도 볼 수 있다. 실제로 기억은 뇌 뿐만 아니라 온 몸에서 이루어지기도 한다. 댄서들이 춤을 출 때 동작 하나하나가 뇌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몸 전체의 기억으로 나오는 것 처럼 말이다.

     

    그렇게 보면 몸 전체를 사이보그화 해놓고 뇌만 살렸다고 해서 그것을 인간이라고 부를 수는 없지 않겠느냐는 생각을 할 수도 있다. 하지만 다리 하나, 팔 하나만 의체를 했다면 그건 아직 인간이다. 그렇다면 인간과 인간이 아닌 것의 경계는 어디까지인가라는 의문. 다시 첫 질문으로 돌아가게 된다.

     

    철학적으로는 중요한 질문일 수도 있겠지만, 사실 현실적으로는 크게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 100% 인간이면서도 짐승만도 못 한 것들이 많은 세상인데, 인간이면 어떻고 아니면 어떠냐 흉악한 범죄만 안 저지르면 되지. 그건 마치 종교나 피부색으로 사람을 구분하려는 것과 마찬가지 아닐까.

     

    단지 인간과 교미해서 종족번식을 할 수 없다는 이유만으로 다른 존재를 배척해버린다면, 그건 상대방의 문제가 아니라 인간의 문제다. 편협한 존재 인식의 오류 정도로 볼 수 있을 테다.

     

    아무튼 인간이고 아니고 어쩔시고 절시고 현실 생활에선 그런 존재의식 다 잊고 즐겁게 모두 어울려 살아보자꾸나. 스카이넷 띄우지 말고.

     

     

    그런데 사이보그가 본격 생산되기 시작하면 과도기 어떤 시점에서는 두 가지 문제가 생겨날 수 있다.

     

    - 로봇, 사이보그 같은 대량 생산 가능한 존재가 아직 비싼 경우: 초창기 과도기엔 이럴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면 상대적으로 로봇보다 인간이 더 싸다 (지금도 그렇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인간이 로봇의 보조 존재로 전락할 수 있다. 여러 인간이 로봇님 하나를 받들어 보시며 유지보수를 해야 하는 상황인 거다. 이게 심화되면 인간의 삶은 비참해지겠지.

     

    - 인간을 먹여 살리는 것이 비용이 너무 많이 드는 경우: 또 어떤 시점에 달하면 로봇이 대량생산 가능해지고, 이러면 로봇 만드는 비용이 싸 질 테다. 이때 대량생산한 휴머노이드 형 로봇이 인간과 똑같은 생김새인데도 기능도 많고 성능도 뛰어난데 가격도 싸다면, 인간을 사용할 필요가 없어진다. 이러면 또 대다수 가난한 인간의 삶은 비참해지겠지.

     

    결국 어떻게든 로봇 기술이 발전하면 대다수 인간은 비참해질 운명인가. 지금으로선 그렇게 밖에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지금 눈 뜨고 살고 있는 인간들은 대체로 그런 세상이 오기 전에 죽겠지. 마지막 행복한 세대인 걸까. 뒤늦게 이 영화 본 김에 생각난 잡다한 생각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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