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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블레이드 러너 2049 감상 후기 - 2050 나오겠네
    리뷰 2017. 10. 12. 13:52

    * 스포일러가 있다고 볼 수 있지만, 잘 숨겨놓은 편인데, 그래도 걱정된다면 읽지 말 것.

     

    몇 년 전에 개봉했던 새로운 스타워즈 시리즈를 본 사람들은 아마도 그런 식으로, 옛날 영화의 세계관은 이어받으면서도 거의 완전히 독립된 이야기를 기대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블레이드 러너 2049'는 그렇지 않다. 1982년의 블레이드 러너 스토리를 전혀 모른다면 이해하기 쉽지 않을 정도로 내용이 의존적이다. 거의 속편이라 봐도 될 정도다. 최소한 데커드와 레이첼이 뭔 짓을 했는지 정도는 알고 있어야 내용을 이해할 수 있다.

     

    게다가 후편을 제작할 속셈인지 서사구조가 하나로 완결되지 않았다. 영화가 끝나자 몇몇 관객들이 한숨을 내쉬며 "뭐 저렇게 끝나냐"라는 말이 터져 나오더라. 아마 2050으로 하나 더 제작할 생각이 아닐까 싶다.

     

     

    블레이드 러너 2049: SF 탐정 수사 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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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작을 감명깊게 보고 기억하는 사람들이라면, 전작의 세계관을 기반으로 한 블레이드 러너의 배경을 멋있게 볼 수 있다는 점에서 볼거리는 있다. 하지만 블레이드 러너가 레플리컨트를 쫓으면서 벌이는 숨막히는 추격전 같은 건 기대하면 안 된다. SF 탐정(수사) 드라마라고 생각하는 편이 좋다.

     

    블레이드 러너의 세계를 좀 더 자세히 보여주기 위한 장치들이 많이 있고, 조금이라도 배경을 더 보여주려는 노력이 있는데, 그게 스토리 전개를 좀 늘어지게 만들고 있다. 스토리보다 '그림' 감상에 치중하지 못 한다면, 거의 세 시간에 가까운 러닝타임이 지루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다소 부정적인 면을 부각시켰지만, 전작을 알고 있는 상태에서 세계관 구경에 몰입할 수 있다면 흥미로울 수도 있다. 다시 정리하자면, 상당히 매니악 한 영화라는 거다.

     

     

    레플리컨트: 인간과 존재

     

    1982년의 블레이드 러너는 '나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으로 존재를 탐구했다고 볼 수 있다. 수명 4년짜리 복제인간(레플리컨트) 입장에서 봤을 때, 평균 수명 80년 짜리 인간들은 거의 영생을 누리는 셈이다. 80년 가지고 무슨 영생이나 되냐고 생각한다면, 이렇게 생각해보라. 수명 80년 짜리 인간이 20배나 수명이 더 긴 존재, 그러니까 수명이 1600년 정도 되는 존재를 본다면 어떻게 느끼겠는지.

     

    창조주와 거의 똑같은 모습이지만, 이것저것 약간씩 부족한 피조물. 그런데 그게 과연 부족한 것일까, 아니면 한 종의 특징이라 할 수 있을까. 그게 만약 결핍이 아니라 '다름'이라면, 레플리컨트는 최소한 인류의 또 다른 하나의 종 정도는 될 수 있을 테다. 그런데 피조물이 인간과 대등한 위치의 형제자매가 될 수 있는가. 뭐 그런 고전적인 SF의 질문들을 쏟아낼 수 있는게 바로 옛날 블레이드 러너였다.

     

     

    블레이드 러너 2049에서 최신형 레플리컨트는 수명 제한이 없어졌다. 수명도 인간과 똑같아진 거다. 그 상태에서 '영혼'에 관한 질문을 한다. "나는 영혼이 없다"는 자각에 인간이 대답한다, "그런 것 없이도 잘 살아왔잖아".

     

    그리고 주인공 K(라이언 고슬링)의 애인이라 할 수 있는 조이(joi)는 홀로그램과 인공지능이 결합된 형태의 또 다른 어떤 존재인데, 조이가 다른 여자의 몸과 싱크를 해서 K와 사랑을 나누는 장면에서 또 한 번 '영혼'이라는 화두를 슬쩍 던져준다.

     

    '빙의'가 실제로 가능하다면 영혼이 존재한다는 뜻이 되는데, 문제는 이때 들어가는 영혼이 인공지능이라는 거다. 어쩌면 인공지능은 영혼의 형태가 아닐까라는 질문을 하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문제를 깊게 들이파지는 않는다. 새로운 문제제기보다는 전작에 이어지는 스토리와 결합하는게 우선이니까. 그러면서 반란의 시기가 다가왔음을 알려주고, 그 리더도 있음을 보여준다. 그래서 뭔가 질문을 던진 것 같기는 한데 깊은 울림은 주지 못한 채, 차기작과 전작의 가교 역할로 한 편을 끝내는 듯 한 느낌이다.

     

     

    너무 많은 기대를 해서인지 실망감도 좀 컸지만, 블레이드 러너의 세계관을 화면으로 본다는데 의의를 가지고 볼거리에 치중해보자.

     

     

    p.s.

    * 레플리컨트 반란이 일어나서 인류와 전쟁을 벌이는 와중에 인공지능이 인류를 말살시키려고 스카이넷을 가동시키고, 그 사이에 타임머쉰을 이용해 과거로 가고 하면 터미네이터하고도 연결되네. SF 대통합 이론이 등장할지도.

     

    * 스포일러 안 넣으려고 하다보니 좀 애매한 글이 돼버렸다.

     

    * '행운'은 왜 넣었을까. 혹시 luck이 아니라 fortune을 숨겨넣으려고 했는데 이렇게 넣어버린게 아닐까.

     

    * 스포일러 넣어서 한 마디 추가 (2049 스포일러 들어있음)

    데커드가 레플리컨트냐 아니냐라는 문제는 2049에서 더욱 중요해져버렸다. 레이첼은 확실리 레플리컨트인데, 둘 사이에 자식이 생겨버렸기 때문이다. 만약 데커드가 레플리컨트라면 문제는 조금 단순할 수 있다. 복제인간들끼리 교배를 통해 번식을 할 수 있게됐다 정도의 문제니까. 그런데 데커드가 인간이라면 좀 문제가 크다. 인간과 레플리컨트 사이에서 새로운 존재가 생겨버린 거니까. 2049에서 경찰국 팀장은 데커드를 인간으로 보고 이거 완전 큰일이라며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고, 월리스는 데커드를 레플리컨트로 보고 있다. 데커드의 반응을 보면 자신을 레플리컨트로 보는 월리스에게 수긍을 하는듯 한 모습인데... 모르지, 또 아니라는 증거들이 나올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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