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24일 대만 국민투표 결과를 나름 분석해보자. 총 10개 항목을 관련 있는 것들로 모아서 살펴보겠다.

 

 

2018 대만 국민투표 결과 분석

 

예전에 했던 국민투표에 이어서 번호를 붙였기 때문에, 이번 국민투표의 항목 번호는 7번부터 시작해서 16번까지다.

 

 

탈원전

 

7. 석탄 화력 발전소의 생산량을 매년 1 % 씩 줄이겠다는 것에 동의하십니까? = 가결

 

8. "석탄 화력 발전소 또는 발전기 건설 및 확장 중단 (현재 건설중인 선아오 발전소 포함)"이라는 에너지 정책 수립에 동의하십니까? = 가결

 

16. 당신은 전기법 제95조 제1항, "핵 에너지 기반 발전 설비는 2025년까지 완전히 가동을 중단해야한다"를 철회하는 것에 동의합니까? = 가결

 

16번 항목, "2025년까지 핵 발전 가동 중단 철회"가 가결됐다. 즉, 차이잉원 총통의 탈원전 정책 폐기를 원한다는 뜻이라고도 할 수는 있다. 국내 언론들도 이 항목이 가결된 거만 주목하고 그리 보도하고 있다.

 

하지만 여기는 사정이 있다. 8번 항목은 "석탄 화련 발전소 건설 및 확장 중단"이라 돼 있고, "선아오 발전소 포함"이라 돼 있다.

 

'선아오'는 신베이시(뉴타이베이시) 외곽 지역인데, 여기에 '선아오 화력발전소'가 있다. 이 발전소는 석탄과 석유를 사용하는 화력발전소로 2007년부터 가동을 중단한 상태인데, 이걸 확장해서 재가동 하려는 계획이 있었다. 지역 주민들의 반대 때문에 계획이 미뤄지기도 했지만, 완전 폐지된 것은 아니었다.

 

그러니까, "석탄 발전소를 확장 재가동 하려고 하면서 탈원전을 하겠다고?"라는 의문이 생길 수 밖에. 탈원전을 찬성하는 사람들도 석탄 발전소를 재가동하기를 원하지는 않을 테다. 더군다나 대만도 요즘 미세먼지 문제가 심각한 상태인데 말이다.

 

따라서 이 문제는 이렇게 얽혀서 돌아간 거라고 보는 편이 좋겠다. 참고로, 최근에는 선아오 발전소를 LNG를 이용하는 것으로 계획을 바꾸고 있다.

 

(선아오 발전소 위치)

 

 

동성 결혼

 

10. 민법상 결혼이 남성과 여성의 조합으로 제한되어야 한다에 동의합니까? (민법상 동성결혼 금지 유지) = 가결

 

11. 교육부가 초등 및 중등 학교의 남녀 평등 교육법 시행 규칙을 시행해서는 안 된다는 것에 동의하십니까? = 가결

 

12. 민법 변경 이외의 방법으로 동성 커플의 권리를 보호하는 것에 동의하십니까? = 가결

 

14. 민법의 결혼 규정으로 동성 결혼 권리를 보호하는데 동의하십니까? (민법에 동성 결혼 규정을 넣자에 동의하냐) = 부결

 

15. "양성 평등 교육법"에 따라 모든 수준의 국가 교육이 양성 평등, 정서 교육, 성교육, 동성 교육의 중요성에 대해 학생들에게 교육해야한다고 동의합니까? (성 다양성 교육에 동의하냐) = 부결 

 

 

2017년 5월, 대만 최고법원은 민법에서 동성 결혼을 금지한 규정이 위헌이라 판결하고, 2년 안에 관련 법을 수정 또는 제정하라고 권고했다. 이후, 민법 개정을 하자는 의견과 특별법을 제정하자는 의견 등이 나왔다.

 

그리고 2017년 12월에 국민투표 법이 개정되어, 안건을 제안할 수 있는 최소 인원수가 대폭 완화됐다. 따라서 동성 결혼 관련 항목이 많이 나온 것은 당시 상황이 반영된 것이라 볼 수 있다.

 

어쨌든 투표 결과를 놓고 보자면, 동성 커플의 권리는 보장하되, 민법을 개정하지는 말자는 결론이다. 그러면 특별법 등의 다른 수단을 사용하는 수 밖에 없을 테다. 거기다가 학교 교육에 성 다양성 내용을 넣지 말자는 결론도 나왔다. 

 

따라서 동성 커플을 인정은 해주되 일반적인 범주에 넣지는 말자는, 심리적 장벽이 표현됐다고 해석할 수 있다. 

 

중화 타이베이(Chinese Taipei) 올림픽 기

(중화 타이베이(Chinese Taipei) 올림픽 기)

 

 

국제 스포츠 대회에서 타이완 국호 사용

 

13. 2020 도쿄 올림픽을 포함하여 모든 국제 스포츠 대회에 참가할 때 "대만(Taiwan)" 국호 사용에 동의하십니까? = 부결

 

이번 국민투표에서 뜨거운 감자 중 하나였다. 중국 쪽에서도 이것 때문에 신경을 곤두세우기도 했다. 부결로 결과가 나와서 중국에서는 환영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이걸로 대만 사람들이 독립 의지가 없다고 판단할 수는 없다. '국제 스포츠 대회 참가 시 타이완 명칭을 사용할 것인가'라는 질문이기 때문이다.

 

투표를 앞두고 이 안건이 한창 논의되고 있을 때, IOC는 공식적으로 "기존 명칭(Chinese Taipei)을 바꿔줄 수 없다", "대만 국호로 바꾸면 올림픽 참가 자격을 박탈할 수도 있다"라고 몇 차례 통지했다. 물론 이 사실은 대만 언론에도 보도됐다.

 

따라서 어쩌면, 독립에 대한 생각과는 별개로, 일단 올림픽은 참가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생각일 수도 있다. 그러니 이 항목은 결과 그대로, 국제 대회 참가시 예전 국호를 그대로 사용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이는게 좋겠다.

 

* IOC says changing name “Chinese Taipei” a no-go

* IOC "대만 국호로는 올림픽 참가 못해" 경고

 

 

기타

 

9. 정부가 후쿠시마 재해 지역의 농산물 및 식량 수입 금지를 유지해야한다는 것에 동의하십니까? = 가결

 

이건 따로 설명할 필요가 없겠다.

 

 

 

 

대만 국민투표 관련 내용

 

앞의 글에서 언급하지 않은, 대만의 국민투표에 관한 잡다한 내용들을 적어둔다. 법적인 절차를 알아보려면 이전 글을 참고하시라.

 

> 대만 국민투표 2018 과정과 결과

 

 

* 대만의 국민투표는 2003년 11월 법안이 통과되어 시행됐다. 그리고 바로 다음해인 2004년 천수이벤 총통의 제안으로 첫 투표가 있었다. 그 이후 2008년에도 국민투표가 있었지만, 당시 조건이 까다로운 탓에 시행된 모든 투표가 부결되었다.

 

 

* 개정 전 국민투표 조건은, 총 유권자 수의 5/1000 이상 동의로 제안, 유권자 수의 5% 이상 서명으로 안건 제출, 총 선거인 수의 1/2 이상 동의로 가결이었다.

 

 

* 2017년 12월, 법 개정으로 조건이 대폭 완화됐다. 새로운 요건은, 총 유권자 수의 1/10,000 이상 동의로 제안, 1.5%이상 서명으로 안건 제출, 총 선거인 수의 1/4이상 동의 및 반대표 수보다 많으면 가결이다.

 

 

* 국민투표 요건이 완화되면 이상한 일이 일어날 것이라 예측할 수 있을 텐데, 그걸 국민당이 저질렀다. 2018년 9월, 국민당이 서명 받은 국민투표 청원서를 모아왔는데, 여기서 이름이 부정확하거나 읽기 어려운 문서, 판독 불가능한 신분증 번호와 주소가 기재된 문서 등이 약 6만 건이라 발표했다. 선관위는 부정한 행위를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지만, 국민당 측은 (당연히) 아니라고 답했다.

 

> CEC eyes fraud charge against KMT

 

 

* 개정된 국민투표 법에는 전자서명으로 서명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이 시스템은 12월에 완성될 예정이다.

국민투표 안건을 상정하려면 약 28만 명 이상 사인을 받아와야 하는데 이걸 다 종이에 했다는 뜻이다. 선관위는 이걸 다 일일이 검토했겠지. (아이고)

 

> 公投電子連署系統 12/10建置完成

 

 

* 전자서명 시스템이 오픈되면 직접민주주의의 꽃이 필 것인가, 헬게이트가 열릴 것인가 지켜보도록 하자.

 

 

p.s. 참고

 

* 대만 중앙선거위원회 국민투표 결과

* How Taiwan got one of world’s best direct democracy laws

* Taiwan is revolutionizing democracy

 

Posted by 빈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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