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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원자력 발전 여론조사 해석과 질문하지 않는 언론
    잡다구리 2018. 11. 28. 09:26

     

    11월 19일, 한국원자력학회는 한국갤럽에 의뢰해 실시한 "제2차 2018 원자력 발전에 대한 국민 인식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8월에 똑같은 제목으로 보고서를 냈으나, 원전 지지 수치가 너무 높은 것이 의심스럽다는 의견들이 있어서 다시 조사한 것이다.

     

    결과 보고서와 함께 보도자료를 냈는데, 여기서 "국민 10명 중 7명은 원자력발전 비중 유지 또는 확대를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남"이라고 썼다. 그러자 국내 언론들은 이 보도자료를 받아서 기사를 냈다. 몇몇만 소개하면 대략 이런 식이었다.

     

    * "원전 비중 유지·확대" 68% .. 원자력학회 1006명 설문

    * 원자력학회 "국민 70%는 여전히 원전 지지"

     

    그런데 과연 이게 맞을까. 다행히도 원자력학회는 친절하게 결과 보고서도 공개했다. 이 보고서를 그대로 가져와서 한 번 들여다보자.

     

     

    유지 또는 확대? 유지 또는 축소?

     

    원자력 발전에 대한 국민 인식조사

     

     

    원자력 발전 비중에 관한 질문에 대해 위 그림과 같은 결과가 나왔다.

     

    '늘려야한다'가 35.4%, '유지해야 한다'가 32.5% 이다. 그래서 이 둘을 합쳐서, "유지 또는 확대를 지지하는 사람이 67.9%"라고 발표했다.

     

    그런데 데이터는 해석하는 사람의 시각에 따라 달라진다. 원전을 지지하는 입장에서는 '확대와 유지'를 "원전 지지"라고 보고싶을 테다.

     

    하지만 "줄이긴 줄여야 하는데, 새로운 대안이 나올 때까지는 어쩔 수 없지"라는 시각으로 접근한다면 어떨까. 그러면 '유지해야 한다'와 '줄여야 한다'를 더할 수도 있다.

     

    '줄여야 한다'가 28.5% 이므로, '유지 또는 줄여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61%가 된다. 이러면 늘려야 한다고 답한 사람보다 많은 수가 나온다. 다음 문항을 보면 이것도 어느정도 일리가 있음을 알 수 있을 테다.

     

     

    원자력 발전의 안전성

     

    원자력 발전에 대한 국민 인식조사

     

    원자력 발전의 안전성에 관한 질문에 57.6%가 안전하다고 답했고, 36.8%가 안전하지 않다고 답했다.

     

    위 문항과 비교해보자. 줄여야 한다고 답 한 사람이 28.5%다. 그런데 안전하지 않다고 응답한 사람이 36.8%다.

     

    따라서 확대 혹은 유지를 답한 사람들 중에도 안전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꽤 섞여 있다. 이들이 바로 '현실상 어쩔 수 없지 않느냐'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일 테다. 따라서 최소한 '확대'와 '유지'를 단순히 한 묶음으로 묶을 수 없다는 것이 드러난다.

     

    그리고 이어서 좀 더 주목할 만 한 것이 나온다.

     

     

    가장 적합한 발전원은 태양광

     

    원자력 발전에 대한 국민 인식조사

     

    "전기 생산에 가장 적합한 발전원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43.5%가 '태양광'이라고 답해서 1위를 차지했다. 원자력은 33.5%다. 뒤이어 풍력이 10.2%로 나온다.

     

    이것만 따져도 대체 에너지가 적합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53.7%가 된다. 원자력보다 훨씬 많은 수다.

     

    이쯤 되면 사람들이 현실상 지금은 어쩔 수 없이 원전을 유지해야 하지 않겠느냐라는 생각을 한다고 해석할 여지가 충분하다.

     

    이렇게 놓고 보면, 단순히 '확대'와 '유지' 의견을 원전 지지라고 보고, 이걸 합산해서 원전을 지지하는 사람이 이렇게 많다고 발표하는 것이 과연 적절한지 의문이 생긴다.

     

     

    산업통상자원부의 반박

     

    여러 언론에서 이 보도자료를 그대로 갖다 옮긴 바로 다음날인 11월 20일, 산업통상자원부가 이에 대해 보조자료를 냈다. "여러 자료 중 하나로 참고하겠다"라는 말과 함께 이것저것 써놨는데, 여기서 눈에 띄는 대목이 하나 있다.

     

    원자력 발전에 대한 국민 인식조사

     

    원자력학회의 조사 결과는 과거 타 기관의 조사 결과와 큰 차이가 난다는 것이다. 다른 기관에서 조사했을 때는 "원전비중 확대" 응답이 10% 내외로 나왔기 때문이다.

     

    여기서 한국갤럽('18.6)이 눈에 띈다. 왜냐면, 원자력학회가 내놓은 이 조사는 한국갤럽에 의뢰한 것이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같은 해 6월과 11월이다.

     

    그래서 한국 갤럽의 6월 조사 결과를 찾아봤다.

     

     

    한국갤럽의 다른 결과 보고서

     

    원자력 발전에 대한 국민 인식조사

     

    한국갤럽의 2018년 6월 4주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원자력발전 확대 응답이 14%로 나왔다. 축소는 32%, 유지는 40%다. 정말 결과가 달라도 너무 다르다.

     

    올 여름에는 별다른 전력수급 문제도 없었지만, 폭염을 경험하면서 갑자기 원자력 에너지가 필요하다고 느낀 걸까. 아니면 날씨가 쌀쌀해지면서 갑자기 원자력 에너지의 힘을 느끼고 싶어진 걸까. 알 수 없다.

     

    어쨌든 산업부의 말 처럼, 여러 여론조사 결과 보고서 중 하나로 참고하는 것이 좋아 보인다.

     

     

    끝으로, 한국갤럽에서 개제하고 있는 '한국조사연구학회 보도지침'에서, '여론조사 보도에서 언론인이 던져야 할 20가지 질문' 중에는 이런 것들이 있다.

     

    "누가 여론조사를 실시했는가? 누가 여론조사의 비용을 지불했으며, 조사의 목적은 무엇인가?"

     

    꼭 언론인들 뿐만 아니라, 독자들도 항상 염두에 두면 좋을 질문들이다.

     

     

    p.s. 참고자료

    * 제2차 2018 원자력발전 국민인식조사 결과 발표 (원자력학회)

    * 원자력학회 설문조사와 관련한 산업부 입장 (산업통상자원부)

    * 한국갤럽 6월 4주 조사 보고서

    * 여론조사 보도에서 언론인이 던져야 할 20가지 질문

     

    p.s.2

    이런 것도 물어봐야 하지 않을까. 너네 동네에 원전이나 핵 폐기 시설 짓는거 찬성하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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